[MonthlyNow] ‘골칫덩이’ 아이스팩, 재사용과 친환경 전환으로 해답 찾는다
[MonthlyNow] ‘골칫덩이’ 아이스팩, 재사용과 친환경 전환으로 해답 찾는다
  • 김민이 기자
  • 승인 2021.05.09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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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이미지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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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이스팩 사용량이 3억 개를 돌파했다. 시중에서 사용되는 아이스팩의 80%는 고흡수성 수지(SAP)를 활용한 젤 형태로 저렴한데다 파손의 염려도 적고 보냉 효과도 좋지만, 사용 후에는 재활용이 되지 않는 폐기물에 불과하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아이스팩을 쓰레기 종량제봉투에 버리라고 말한다. 싱크대나 변기에 버리면 수질오염이나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올바른 방법으로 버려도 문제다. 불에 타지 않는 데다 매립이 어려워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아이스팩의 발생량을 억제하고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며 입을 모은다.

 

아이스팩 재사용, 유통업계와 지자체가 나선다

각 가정의 냉동실에는 크고 작은 아이스팩이 여럿 쌓여있을 것이다. 재사용을 위해서다. 하지만 평소 쌓이는 물량을 감안하면 각자 재사용하는 수준으로는 넘쳐나는 아이스팩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버려지는 아이스팩은 자연 분해에 500년이 넘게 걸리며, 소각 과정에서 다이옥신 등 발암물질이 배출된다. 하수구에 버리면 하천이나 바다로 흘러가 먹이사슬을 거쳐 다시 우리 식탁으로 돌아온다. 이에 기업이나 지자체 등에서 대대적인 재사용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러한 목소리에 화답한 기업도 있다. 현대홈쇼핑은 2018년부터 업계 최초로 아이스팩 재사용 캠페인을 벌여 연간 80만 개의 아이스팩을 수거한 뒤 재사용해왔다. 매월 선착순 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캠페인은 수 분내 마감될 만큼 소비자의 호응도 높다. 수거한 아이스팩은 자원재활용업체에서 크기별로 분류한다. 이후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와 협력사가 활용하거나 냉동창고, 식품기업, 슈퍼 등에서 요청 시 무료로 보내준다. 현대홈쇼핑은 해당 캠페인으로 ‘2019 친환경 기술진흥 및 소비촉진 유공저탄소 생활실천 부문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이들은 오는 6월까지 투명 폐페트병을 직접 수거해 재활용하는 캠페인을 진행한다.

지난달 12일 쓱(SSG)닷컴은 친환경 아이스팩으로 새벽 배송을 하면서 합성수지로 만든 일반 아이스팩 1,400만 개를 쓰지 않는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부터는 물 아이스팩을 에코(ECO) 아이스팩으로 전면 교체했다. 에코 아이스팩은 물 안에 광합성 미생물(PSB)이 들어있으며, 이 미생물은 유기물 분해와 수질 정화, 악취 저감 등의 기능이 있다. 가정에서는 식물을 심은 화분에 부어 천연 영양제로 사용할 수 있다. SSG닷컴 관계자는 일반 아이스팩에 비해 단가가 10% 정도 높지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목적으로 에코 아이스팩을 쓰기로 했다라며 이제 친환경 아이스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GS샵은 분리배출이 쉬운 단일 소재의 비닐을 활용한 친환경 물 아이스팩을 직접 제작하기로 했다.

지자체와 관련 단체 등도 재사용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나섰다. 지난해 7월 환경부가 친환경 소재의 아이스팩 생산과 재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서울의 자치구들은 아이스팩 재사용 사업을 펼쳐왔다. 전용수거함에 젤 형태의 아이스팩을 모은 후 세척과 소독 등 위생 처리해 지역의 전통시장, 소상공인 등에 나눠준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전국 지자체에 아이스팩 수거 열풍이 불며 대대적인 재사용에 나섰다.

자치구의 아이스팩 재사용 사업은 긍정적인 면이 많지만, 지속성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아이스팩 사용이 급격하게 늘면서 처리 비용 부담이 커졌지만, 재사용 수요처는 충분치 않은 탓이다. 이에 대해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크기, 디자인 등을 표준화해서 제조하고, 사용업체가 회수해 재사용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라며, “아이스팩을 생산하고 사용하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친환경 아이스팩으로의 전환에 속도 더해

환경부와 한국소비자원이 3월부터 두 달간 온라인 식품 배송에 사용된 아이스팩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고흡수성 수지 대신 물·전분 등 친환경 소재 냉매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고흡수성 수지가 냉매로 들어있는 아이스팩의 비중이 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환경부는 아이스팩 사용현황을 지속해서 조사하여 소비자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고흡수성 수지 아이스팩을 폐기물부담금 대상품목으로 지정해 2023년부터 폐기물부담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에는 고흡수성 수지를 냉매로 사용한 아이스팩을 폐기물부담금 부과대상 품목으로 지정하고, 2022년 제조·수입분부터 313/kg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으며, 올해 상반기 중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32개 유통사업자를 대상으로 아이스팩 냉매 종류별 사용량과 친환경 냉매 아이스팩으로의 전환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한 17개 사업자 중 12개 사업자가 내부방침에 따라 친환경 아이스팩만을 사용하거나 올해 내로 전환 완료할 예정임을 밝혔다.

배송시간이 짧거나 별도 보냉가방 안에 담겨 배달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아직 물이나 전분 등을 넣은 친환경 아이스팩이 보편화된 것은 아니다. 일부 종이 포장재는 방수와 충격 흡수를 위해 플라스틱 필름을 섞기 때문에 기대만큼 재활용률이 높지는 않다. 그러나 합성수지로 이루어진 1세대 아이스팩의 사용률을 낮추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향후 친환경 아이스팩의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가치소비와 환경 시대

아이스팩에 의한 환경오염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되며 유통 기업 또한 재활용 방안이나 대체 소재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시민들이 늘어나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 고정 고객 확보에도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롯데칠성음료가 업계 최초로 출시한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8.0 ECO'1년 새 판매량이 500% 급증했다. 편의점업계도 잇따라 자체 브랜드(PB) 생수에서 라벨을 제거했다. 투명한 페트병과 라벨을 없앤 라벨 프리는 이제 트렌드이자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적인 플라스틱 규제 강화와 소비자들의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 확산으로 오는 2024년까지 친환경 시장은 357,724억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 소비를 중시하는 트렌드는 업계의 환경열풍으로 번졌다. 환경이란 환경을 필수로 생각해야 한다는 뜻으로 기왕이면 친환경이 좋다는 인식을 뛰어넘어 모든 행위에 반드시 친환경을 고려해야 할 만큼 환경을 지키고 회복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환경보호는 더는 소수가 주장하는 가치가 아니다. ESG 경영이 재계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친환경 경영이 이제 기업의 책임 요소를 넘어 생존의 필수 요건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환경 입법에 속도를 낼 것을 시사했다. 우선 탄소중립법을 신속 제정하겠다는 것이다.

친환경을 넘어선 환경 시대, 소비자들은 가치소비를 삶의 중심에 두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기업들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골칫거리아이스팩의 재사용과 친환경 전환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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