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 계명대학교 해부학교실 교수 - 균형 있는 연구·교육으로 ‘해부학’의 미래 그린다
이재호 계명대학교 해부학교실 교수 - 균형 있는 연구·교육으로 ‘해부학’의 미래 그린다
  • 박성래 기자
  • 승인 2018.04.0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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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계명대학교 해부학교실 교수

의학은 인간을 잘 이해하는 인간중심의 학문이다. 과거 의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목표는 질병으로부터 인간을 해방하는 것이었고, 지금도 이 문제는 완전히 해결됐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상 가장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현재, 의학은 생명의 본질에 대한 도전과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인간의 욕망을 해결하는 데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급변하는 의료 환경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학문은 해부학이다. 의과대학은 물론 의료보건계열의 기초가 되는 학문이기도 하다. 국내 해부학 분야의 몇 안 되는 젊은 연구자이자 교육자로서 활동하고 있는 이재호 교수는 해부학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해부학 발전’을 위한 여정은 고되지만 연구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이를 다시 학문의 후속세대들과 나누며 기초를 다지고 있는 그를 만났다.

 

임상 의사와 기초의학 연결하는 중개연구자

비임상의사로서 의학적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이재호 교수는 지난 2014년 대통령 포스트닥 펠로우십에 선정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의학적 지식을 쌓은 후 질병을 기반으로 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이 교수는 임상의들과 함께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이들의 연구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초의학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2013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에서 1년간 연구강사를 마친 그는 2014년 모교인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로 터를 잡았다. 이 교수가 진행한 ‘텔로미어’에 대한 연구는 그가 몸담아온 전통적인 해부학 연구와 교육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었다. 의료진은 사람을 살리는 직업이지만, 해부학에서 처음 마주하는 것은 시신이다. 이에 그는 해부학적 지식은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어떻게 희망을 줄 것인가에 대한 동기부여가 된다고 전했다.

당시 세포와 인체의 노화시계라 불리는 텔로미어는 암의 중요한 요소로 주목받고 있었는데, 이 교수는 텔로미어 관련 유전자들을 암에서 연구하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내다봤다. 이러한 그의 확신은 그에게 2014년 대통령 포스트닥 펠로우십 선정이라는 영예를 가져다주었다. 이후 이 교수는 암 환자의 조직에서 유전자의 발현양상을 파악하고, 그 의의를 찾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다양한 암에서의 연구를 통해 각 유전자의 특징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텔로미어의 길이가 암의 형성과 진행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을 밝혀낸 것은 해당 연구의 성과다. 또한 TERT 및 여러 유전자가 텔로미어의 길이를 조절하며, 이에 따라 암 환자의 예후가 달라짐을 규명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텔로미어를 연구하던 중 텔로미어와 미토콘드리아의 연관성에 대한 결과를 보고 암에서 이들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세포마다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의 개수는 매우 다양한데, 이것이 텔로미어의 길이와 양의 상관관계로 비례함을 확인했죠.”

미토콘드리아와 텔로미어의 상관관계는 정상세포뿐 아니라 암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암의 전 단계인 상태에서는 이러한 연결성이 깨지고 만다. 이는 용종 등이 암의 전 단계에서 암으로 변이하는데 있어 미토콘드리아와 텔로미어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Science에 발표된 ‘TZAP’ 유전자가 텔로미어의 길이에 매우 중요하다는 연구결과와 TZAP가 미토콘드리아의 fission 및 fusion을 조절하는 유전자의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는 이 교수의 연구에 더욱 힘을 싣는다. 현재 그는 이와 관련한 후속 연구에 역량을 강화하는 중이다.

최근 불고 있는 연구의 세계화와 공동연구 활성화는 이 교수의 연구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암유전체지도(TCGA: The Cancer Genome Atlas)와 같은 자료를 통해 각종 암에서 다양한 유전자의 발현 및 변이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는 한국인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결과와 빅데이터 간 공통점 및 차이점을 찾고 그 이유와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연구 통한 교육, 교육 통한 연구의 선순환

이재호 교수가 임상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의학자이자 의과학자로서 연구와 교육에 몰두하는 이유는 명강의를 선보이겠다는 소신에 있다. 의과대학 과목 중에서도 가장 강의시간이 많고 기초가 되는 해부학은 교육자에게도 힘든 과목으로 손꼽힌다. 의과대학은 물론 간호학과, 물리치료학과, 작업치료학과, 임상병리과 등 모든 보건의료계열에도 기초가 되는 중요한 과목인 탓이다.

“전통 해부학을 공부하면서 다양한 학과생들에게 강의를 하다 보니 점차 인체의 신비와 미묘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철학자이자 예술가이면서 해부학을 했던 레오나르도 다비치를 기존과는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되었죠.”

현재 계명대학교 해부학교실은 5명의 전문 인력이 강의에 집중하며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그간 경상도 지역 간호대학이나 보건계열 학생들이 해부학을 배우기 위해 중국으로 가는 일이 잦았지만 최근에는 계명대학교 해부학교실을 찾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해부학 연구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들을 배출할 것이라 힘주어 말했다. 이밖에도 해부학교실을 찾는 중고등학생 및 비전공자, 어르신들을 위한 흥미로운 강의를 통해 건강에 관련한 의학적 기본 지식을 전달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그다.

“해부학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깊이 있는 해부학 연구는 더 나은 강의를 위한 발판이기도 합니다. 해부학은 학문 특성상 가르치는 분야와 연구하는 분야가 다를 수밖에 없지만, 강의와 연구가 분리된다면 강의 역시 힘을 잃게 됩니다. 해부학이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주는 미래 의학의 기둥으로 굳건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인재양성과 연구에 전념하겠습니다.”

강의 현장에서 마주하는 학생들의 질문은 그 자체로 이 교수의 연구 주제가 되기도 한다. 질문의 해답을 직접 벽면에 게재하며 학생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있는 그다. 이 교수는 이미 중세시대에 밝혀진 해부학이지만 수술기법의 발전은 새로운 해부학을 요구하고 있다며, 시대의 흐름에 부응할 수 있는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 다짐했다.

 

연구의 씨앗 되는 생활 속 재발견

“제자들이 학습이 아닌 진짜 공부를 했으면 합니다.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면 상당한 수준에 다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명강의를 하는 교수’라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재호 교수의 원동력은 자신의 연구와 강의 속에서 느끼는 즐거움에 있었다. 그는 일상 속 모든 것이 연구의 주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학문에 대한 즐거움과 열정을 유지하며 강단에 오르는 것은 그가 가장 무게를 싣고 있는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이와 함께 국내는 물론 세계해부학 분야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연구 성과들을 선보이겠다고 결심하는 그다.

“의학 및 생명과학 분야 연구는 혼자보다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Research’라는 말이 re+search, 즉 삶 속에서 그쳐 지나간 것을 다시 찾는다는 뜻을 품고 있는 것처럼 다양한 연구결과가 모일 때 새로운 연구결과를 만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 교수가 몸담고 있는 기초의학 분야는 의학교육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 한계로 이를 전공하는 의과학자는 전국적으로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국내에 해부학을 전공하고 있는 40세 이하의 의사는 10명도 채 되지 않아 해부학의 미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상황 속 기초의학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연구비를 늘리는 등 단기적 계획보다는 미래의 의료와 산업발전을 이끌 수 있도록 육성하는 보다 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연구에 대한 정량평가만으로는 연구의 가능성을 평가할 수 없다며, 보다 장기적인 지원을 통해 다양한 연구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후학을 양성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기초의학자는 자칫 대가 끊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함께였다. 또한 수도권이나 대전 연구단지 등으로 양분화 된 연구지형 역시 전국적으로 균형 있는 발전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인터뷰 내내 짧은 질문 하나도 허투루 답하지 않았다. 빠듯한 강의와 끊임없는 연구에 지칠 법도 하지만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심이 묻어났다.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해부학의 비전과 발전을 모색하는 태도도 그와 같으리라. 해부학 분야의 젊은 연구자로서 분야 발전을 선도하고 있는 그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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