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만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행정학의 미래 제시
홍순만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행정학의 미래 제시
  • 안수정
  • 승인 2018.02.0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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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각 분야에서 ‘융합’이라는 주제어가 일상처럼 사용되면서 융합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해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서로 다른 분야 간의 지식 융합을 통해 영역별 경계를 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아직 학계의 장벽은 높기만 하다. 행정학에 있어서도 ‘융합’은 중요한 개념이다. 이에 홍순만 교수는 “행정학의 연구결과는 민생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폭넓은 시각이 필요한 까닭”이라고 전하며 ‘다양한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역시도 경영학, 컴퓨터공학, 정책학을 공부하고 공인회계사, 컨설턴트, 공무원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기에, 현실 설명력이 있는 융합적 연구에 대한 학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적 연구 성과, ‘2017 언더우드 특훈교수’ 선정으로 이어져

행정이론과 공공기관의 성과관리, 민관협력 분야 연구로 주목받고 있는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홍순만 교수가 ‘2017 언더우드 특훈교수(Underwood Distinguished Professor)에 선정되었다. 연세대학교는 지난 2007년부터 국제적으로 탁월한 연구 성과를 이룬 전임교원을 ’언더우드 특훈교수‘로 선정,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홍 교수는 박사 학위를 받은 지 갓 5년이 지난 신진연구자로서는 과분한 상을 받았다며, 앞으로의 연구에 대한 격려의 의미로 해석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사회과학 분야는 미국이 주축을 이루고 있고, 관련 연구 역시 미국 학자들과의 공동연구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통상적인 연구방식과 달리 학생들과의 연구를 통해 논문을 냈다는 데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고 생각됩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학생들에게 또 다른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다는 데에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 2013년 연세대학교에 부임한 홍 교수는 SSCI급 논문 21편(게재 확정 4편)을 포함 총 25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행정학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저널에 상당수의 논문을 게재하며 학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해당 연구는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CBS뉴스, 보스턴 글로브, 포브스지 등 해외 유명언론에 소개되며 학계는 물론 시민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2015년에는 미국경영학회(Academy of Management Meetings)에서 수여하는 최우수 논문상(Carlo Masini Award for Innovative Scholarship) 및 같은 학회 공공부문 분과(PNP Division)에서 수여하는 우수 논문상(William H. Newman Award)을 수상하는 등 신진연구자로서는 보기 힘든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는 그다.

 

행정조직 개혁부터 지방자치 효과 측정에 이르는 폭넓은 연구

하버드대 정책학 석‧박사 과정 당시 홍순만 교수는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지닌 행정조직의 구성원들이 어떻게 성과를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특히 석사 과정 재학 중 영국 총리실의 정부부처 성과관리시스템 컨설팅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영국 경찰조직 개혁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90년대 말 런던 남동부의 주택가 정류장에서 집으로 돌아갈 버스를 기다리던 평범한 18살 고등학생 스티븐이 살해되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제대로 현장 조사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흑인이었던 스티븐이 범죄자들과 어울렸고 이들과 범행을 저지르다 변을 당한 것 같다는 누명까지 씌우려했죠. 부실한 경찰 수사에 근거한 재판은 스티븐의 죽음과 관련된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고, 사회적 논란이 되었습니다. 당시 영국은 경찰 내 유색인종의 비율을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홍 교수는 1999년부터 2009년까지 경찰 개혁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유색인종의 비율 증가가 조직에 미치는 역할을 추적했다. 해당 연구는 개혁은 여러 부작용을 낳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시민의 입장에서 움직이는 조직으로 변화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유색인종의 비율이 높은 조직일수록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그는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해당 논문은 영국 사회에 커다란 시사점을 남겼다. 이 경험은 현재 홍 교수가 진행 중인 연구에도 영향을 미쳤다. 영국의 변화 사례는 폐쇄적인 행정시스템을 갖춘 우리나라 공무원 채용시스템 개선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홍 교수는 신기술을 국가 행정에 적용하기 위한 방안에서부터 지방자치 확대의 효과 등 다양한 관점에서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경영학부터 컴퓨터공학, 정책학에 이르는 폭넓은 관심사는 다학제적 연구를 가능케 하는 힘이다. 회계사부터 외교통상부 행정사무관에 이르는 다양한 경험 역시 그의 풍부한 연구를 뒷받침한다. 회계사였던 그가 특채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행정사무관으로 근무한 2006년은 변호사, 변리사, 박사 학위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력을 채용하던 시기였다. 이른바 ‘순혈주의’가 강조되던 공무원 조직에서 일어난 변화는 조직문화의 진화로 이어졌다. 홍 교수는 이러한 방법은 경찰과 검찰, 외교부 등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조직 개혁에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미국이 연방제를 도입할 당시 연방 정부와 주정부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관련한 논의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저는 이러한 논의를 현대 정치체제에 적용하기 위한 이론적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일례로 지자체가 운영하던 상수도의 유수율, 즉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 해결을 위해 중앙 정부에서 이를 담당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 결과 유수율 절감이라는 목표는 달성되었지만 시민들이 겪는 불편은 커졌죠. 중앙정부의 효율성 관점과 지방자치단체의 시민 중심 서비스라는 특성에 맞춘 업무 분배가 이뤄져야 합니다.”

홍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나가는 데는 동의하지만, 지방자치 자체가 ‘선(善)’이라는 인식은 위험함을 경고했다. 지방자치제가 민주주의 가치에 더 부합하는 제도이지만, 자칫 투표권이 없는 미래세대에게는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는 까닭에서다. 나아가 지방자치 확대에 관한 논의에 앞서 지방자치단체의 근시적, 포퓰리즘적 행정을 배제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와 지방의회의 선진화를 위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홍 교수는 정부의 재정 및 성과관리와 관련한 사회적 담론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다.

 

폭넓은 경험과 고민, 좋은 행정의 밑거름 될 터

“행정학과라는 특성상 학생들이 재학 중 5급 공채시험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대 중반에 합격한 후, 정책의사결정을 하는 자리에 앉는 것이죠. 충분한 사회경험을 하지 않은 청년들이 보수적인 행정조직에 몸담으면서 사고가 경직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학생들에게 폭넓고 다양한 경험을 권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홍순만 교수가 몸담고 있는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는 학과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른바 ‘PLAY(Public Leadership Advancement for Yonseian) 사업’을 통해 강의실에서 배운 공공정책 현장을 직접 답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한 후 서적으로 출간하는 것이다. 직접 담당 행정공무원과 정책수혜자들을 만나 대화함으로써 학생들은 보다 유연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된다.

연구에 대한 열정과 그로 인해 맺어진 후학들을 위한 홍 교수의 조언은 우리나라 행정조직에 대한 안타까움과도 직결된다. 본인이 속한 조직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는 이들이 많지만, 정작 그 일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는 것을 종종 목격해온 까닭이다. 그는 공무원 대부분이 20대 중후반에 임용된 후 평생 한 조직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배경과 그 결과에 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함을 피력했다. 조직을 위해 일하는 것과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은 큰 차이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문제해결능력에만 초점을 맞춘 공무원 시험제도를 벗어나 공직자로서 갖추어야 할 자세나 공직자로서 달성해야 할 가치에 대한 교육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 힘주어 말했다. 이와 함께 어떠한 가치를 위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유연하며 탈권위적인 학문공동체는 학문 발전의 초석

“사회과학, 그 중에서도 행정학과 같은 응용학문에는 현실 설명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대학원 진학 전 삼일회계법인, 맥킨지, 외교통상부 등에서 근무한 경험이 현재의 연구에 큰 도움을 주고 있죠.”

응용학문을 연구하고 있는 홍순만 교수에게 다양한 경험과 뉴스들은 그 자체로 연구 아이디어가 되고 있다. 특히 그는 기획재정부 주관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의 평가위원 및 총괄반 간사로 활동한 경험은 연구의 현실 설명력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뉴스 속 행정 관련 이슈에서부터 국정감사에서 부각되는 이슈가 행정 분야 연구의 아이디어가 되는 한편 학술대회나 타 분야 연구자들과의 대화는 그가 진행하는 융합연구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홍 교수는 국정감사 기간에 국회의원들이 조명하는 이슈들 중에는 연구 가치가 큰 내용이 많지만 실질적 제도 개선이나 본질에 대한 고민 없이 자극적 이슈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대학 교수가 되리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특히 이론과 실무는 다르다는 생각은 그를 교단에서 더욱 멀어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유학길에서의 경험은 학문에 대한 그의 인식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새로운 변화를 위해 해외 사례를 본뜨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해외에서는 변화가 도입될 때는 무수히 많은 논의와 토론이 이루어지며, 이를 주관하는 것이 학계임을 확인한 까닭이다. 이후 그는 학문을 통해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와 함께 학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보다 유연하고, 열려있으며, 탈권위적인 학문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하버드대 박사과정 당시 60대에 접어든 노(老) 교수가 세미나에서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박사과정 1년차 학생이 교수의 논리를 조목조목 비판했고, 이에 자신의 주장을 부연설명하며 학생을 칭찬하는 노 교수의 모습은 제게 신선한 충격이었죠. 우리나라 사회과학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자유로운 토론과 건전한 비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교육자로서 홍 교수의 꿈은 학생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스승이 되는 것이다. 특히 학생들이 보다 폭넓게 사고하고,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갖출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한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응용학문인 행정학에 있어 단순한 이론적 논의는 의미가 없다는 확신에서다. 실제로 홍 교수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유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유학을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고, 대학원 진학을 통해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등 보다 실질적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다양한 경험이야말로 미래의 사회과학자들이 보다 의미 있는 연구를 제시할 수 있게 하는 힘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마지막 질문을 앞두고 기자는 문득 홍 교수의 꿈이 궁금했다. ‘대체 어떤 목표를 가졌을까?’라는 기자의 장황한 생각과는 다르게 그의 대답은 간결했다. 목표는 실천해 나가는 데서부터 시작된다는 점에서 현재 주어진 상황에 열심히 할 뿐이라는 것이다.

“사회과학의 융합적 발전을 위해 조금이나마 이바지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실무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학문의 실용성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진 경우를 종종 봅니다. 학계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이러한 문제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다양한 학문간 융합과 현실 설명력이 있는 연구를 통해 사회과학이 보다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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