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Now] 금소법, 금융소비자 보호 취지 지켜져야
[MonthlyNow] 금소법, 금융소비자 보호 취지 지켜져야
  • 정이레 기자
  • 승인 2021.03.2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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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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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권익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금융당국이 이를 시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 시행이 25일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법의 적용 타깃이 되는 은행 등 금융권 혼란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법 시행한 지 불과 일주일 전 감독 규정이 발표되면서 세부적인 입법 사항 등이 늦게 공개됐기 때문이다. 시행세칙을 시행 코앞 내놓은 상황에 당국은 이런 현실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법 시행 후 6개월간은 지도(컨설팅)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에도 업계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법률리스크 피하는 데 역력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사들은 당국의 정확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없다는 점에 대해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다. 일부 시중은행에선 금소법 시행 움직임에 과징금을 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업 중단에 나서고 있다.

금소법은 기존 일부 금융상품에 적용했던 이른바 ‘6대 판매규제’(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 금지·부당권유행위 금지·허위 과장광고 금지)를 모든 상품으로 확대하는데 핵심이다.

우선 금융사가 이를 위반한다면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성격의 과징금이 부과되며 판매한 직원도 최대 1억 원의 과태료를 물 수 있다.

또 소비자가 금융사에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 위법 계약 해지 요구권이 신설된다. 그러면서 고의·중과실에 대한 입증 책임도 금융사에 지우는 등 소비자에 유리하고 금융사에 불리한 조항들이 포함됐다.

문제는 당국의 입법 사항이 시의적절하게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시행령과 감독 규정은 금융위원회 소관, 시행세칙은 금감원이 만들고 있지만, 법제처 심사 등 관계로 시행 직전 감독 규정만 발표된 상황이다. 업계에선 시행세칙 등 세부 규정도 곧 발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도 금융사들은 ‘AI 서비스의 한시적 중단등 당장 법률리스크를 피하는 데 역력한 모습이다. 늘어난 의무에도 세부적인 법 적용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우선 KB국민은행은 스마트텔러머신(STM)을 통해 입출금 통장을 개설하는 서비스를 25일부터 4월 말까지 일시 중단에 나섰다. 금소법 시행 이후 은행의 설명의무가 강화되기 때문에 기존 약관상품설명서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이제부터 상품설명서 등을 직접 고객에게 줘야 하는 것으로 변경된 게 이유다. 사측은 업무처리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인공지능(AI) 로보 어드바이저인 하이로보의 신규 거래를 25일부터 오는 59일까지 중단한다. 로봇이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펀드를 추천해주는 시스템으로, 소비자에겐 사실상 편리하다고 볼 수 있지만, 금소법 시행에 맞춰 단기간에 전산 변경은 어렵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중단 대상은 하이로보의 일반펀드·개인연금펀드의 신규·리밸런싱·진단거래 등 서비스다.

 

 

소비자 피해 돌아갈 수도 있어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10월 금소법 시행령을 입법예고를 하면서 지난 1월 주요 변경사항을 발표했다. 또 감독규정안은 지난해 12월 행정예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 17일 시행령감독규정이 최종 확정공포된 가운데 이는 법 시행일 불과 8일 전이다. 시행세칙도 발표 전이다.

통상적으로 법 제정 시 법은 기본적인 법규 내용이, 시행령에는 하위 법규가 각각 담겨야 한다. 시행령 등에 포함되지 않는 하위 세부규정들은 감독규정시행세칙 등을 따를 수밖에 없다. 시행세칙은 하위규정 관련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절차·서식 등 행정적 내부규정을 뜻한다.

이에 따라 당국은 시행세칙의 경우 행정적 부수 내용이며, 금융업계의 권리·의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그러나 금융사들은 새롭게 시행되는 금소법에 금융권 전반의 영업 행태를 바꾸는 파급력이 상당하다고 주장한다.

은행들이 금소법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극적 영업 행태로 사업을 영위하게 되면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결국 금융당국은 뒤늦게나마 현장 애로 및 건의사항 등 의견을 듣고 논의했다. 최근 열린 금감원과 은행·생명보험사 간 간담회에서 김은경 금감원 소비자보호처장은 금소법 안착을 위해서 적극적인 지도와 지원을 약속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

금융당국의 수장인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주 정례회의를 통해 금소법 시행에 따른 변화를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신규 도입되거나 강화된 제도는 향후 6개월간 컨설팅 중심으로 감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금융권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금감원은 향후 약 3주에 걸쳐 다양한 권역의 CCO(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들과 상호 소통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오는 26일에는 손보사, 30일에는 금융투자사 CCO들과 의견 교환에도 애쓴다는 계획이다.

어떤 법이든 제정된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졸속시행 여부에 따라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막대한 금전적인 손해에도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이야기다. 소비자 보호가 우선이라는 취지 아래 시행 이후 안정적 정착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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