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Now] 정인이 사건, ‘악용 아닌’ 진심이 필요할 때

2021-05-01     신연진 기자

양부모의 학대에 시달리다 세상을 달리한 이른바 정인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더욱 확산하는 분위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정인아 미안해챌린지를 통해 사회 전체가 애도와 분노의 물결이 일고 있다. 아동학대 재발방지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다 보니 정치권 역시 해당 사안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인이 사건을 두고 상업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정인이 사건 행적 살펴보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3개월 전인 지난해 1013일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지게 된 것이다. 당시 정인양은 췌장이 절단되는 등 주요 장기가 심각하게 손상돼 있었고, 양쪽 팔과 쇄골, 다리 등도 골절된 상태였다.

당시 양부모는 소파에서 놀다 떨어졌다라며 사고사라고 주장하기 급급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해 1월 입양 이후 정인양을 집 또는 자동차 안에 혼자 두는 등 방임했다. 또 지난해 6월부터는 상습적으로 폭행했던 사실이 언론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사건 발생 당시 조치가 가능할 수 있었기에 더욱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인이가 다녔던 어린이집 교사와 진료했던 소아과 의사 등이 지난해 5월부터 아동학대를 의심했고 경찰에 3차례 신고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관할 경찰서인 서울 양천경찰서는 학대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며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결국,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부실대응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관련 증언을 살펴보면 정인이가 얼마나 가혹한 행위에 고통을 받았으며 당시 처했던 사실을 생각하면 현실을 외면했던 경찰, 입양복지회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이어진다. 결국, 양부모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특히 경찰 대처에 국민의 분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양천경찰서 홈페이지에는 경찰이 아이를 죽였다.”, “경찰도 정인이 살인 사건의 공범이라는 글들과 함께 담당자들의 중징계를 요구하는 등 비난이 속출했다. 접속자가 몰려 한때 홈페이지 접속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에 서울경찰청은 사건 처리와 관계된 경찰 12명에 대해 주의와 경고 등 징계처분을 내린 상태다.

 

정인이 굿즈 판매 논란, 비난 폭주

그런데도 정인이 사건을 상업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나며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각종 SNS에는 ‘#정인아미안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정인아 미안해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 가방, 휴대폰케이스 등을 판매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자는 “#정인아미안해 챌린지에 동참하다 보니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는 마음에, 미안한 마음을 글씨에 담아 제품으로 만들어봤다라면서 하나도 안 팔려도 괜찮다. 세상 사람들 한 분에게라도 전해지길 바란다.”라고 적혀있었다. 다만 판매 수익에 대한 처리방식 등은 전혀 언급이 없는 상태였다.

이 외에도 일부 음식점에서도 ‘#정인아 미안해와 같은 해시태그를 이모티콘과 함께 올리며 사건 본질을 망각한 채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행색이 비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네티즌들은 챌린지 의도는 좋다. 그러나 누군가의 죽음을 이용해 돈벌이에 사용한다는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아동학대 사건을 제대로 본 사람이라면 저런 행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온 국민이 정인이에게 드는 미안한 마음은 같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사회 이슈에 편승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부 판매자의 행태를 두고 각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 시급

아동학대는 우리나라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반복해 등장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 62곳에서 접수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모두 36,417건 가운데 실제 아동학대로 판단된 경우는 24,604건에 달했다. 아동학대 범죄의 경우 여러 허점과 실수, 미흡한 대응, 제도적 맹점들이 누적되고 맞물리게 되면서 사안이 심각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범죄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인이 사건 이후 국회에서는 관련법 여러 개가 발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보호시설 확충, 양형 강화, 전담인력 보완 등 넓은 범위를 아우르고 있다. 다만 일시적인 제도 마련으로 범죄를 피하는 것이 아닌 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수립해 아동학대를 막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