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Now] ‘90% 가능성’ 화이자 백신, 치솟는 기대감에 신중론도

2020-11-13     김윤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구촌을 강타하면서 전 세계가 한마음 한뜻으로 백신 개발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 중인 백신이 90% 수준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는 발표 소식에 여론이 들썩이고 있다. 세계 보건의료계 주요 인사들도 긍정적인 평가를 잇달아 내놓으며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정부는 아직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백신의 구체적인 효능과 안전성을 확신하려면 임상시험이 마무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간발표에도 고비는 유통

정부는 백신 개발이 완료되더라도 먼저 접종을 시작하는 외국의 부작용 추이 등을 살펴보며 내년 하반기 국내 접종을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0일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 발생 9개월 만에 화이자 백신이 임상 3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끌어냈지만 아직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다라면서 한국이 백신을 확보하는 동시에 다른 국가에서 나타나는 부작용도 지켜보면서 접종 전략을 수정·보완해야 한다. 콜드체인(저온 유통망) 상황도 챙기는 등 여러 시스템을 완비하려면 내년 2분기 이후 접종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통 상황에서의 우려가 크다. 실제 백신은 유통 과정에서 저온 보관이 필요해 포장과 유통 면에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은 영하 70도 이하의 초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보통 영하 20도 온도를 유지하는 일반 냉동 차량으로는 수송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앞서 화이자는 지난 9(현지시각) 미국 등 6개국에서 3상 임상시험에 참가한 43538명 가운데 코로나19에 감염된 94명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결과에 따르면 백신 후보물질의 예방 효과는 90% 이상이었다.

임상시험 중 감염된 사람의 90% 이상이 백신 후보물질이 아니라 소금물로 만든 가짜 약을 투여한 대조군에서 나왔다는 주장이다. 이는 일반 독감 백신의 효과(40~60%)보다 두 배 정도 높고, 홍역 백신(97%)과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 방역 당국이 이달 중 나올 화이자의 최종 임상 결과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화이자는 다음 달 셋째 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 사용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최종 임상 결과를 통해 치명률이 높은 60대 이상과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에 대한 실제 효능 등을 파악할 방침이다. 화이자 측은 승인 절차가 문제없이 진행되면 연내 1500~2000만 명 분량의 백신을 제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주가도 급등...기대감 높아

이러한 화이자 백신 소식이 알려지자 코로나 종식을 손꼽아 기다려온 여행항공정유업계 등 국내 주식시장도 기대감이 커진 모습이다.

특히 증권가에선 국내 항공사 주가 급등 소식에 여객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항공업계와 여행업계 등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업계가 백신 개발 소식에 가장 먼저 반응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여행 수요가 회복될 기대감 등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그간 쌓여온 코로나 걱정을 한 방에 날릴 만한 과도한 낙관론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에 우리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은 신중론을 기하는 분위기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이 있듯이 앞으로도 되풀이될 백신의 안전성문제는 신중히 검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코로나19 대유행이 계속되면서 빠른 속도의 임상 추진 소식도 들렸지만 결국 중단 혹은 부작용이란 결과를 초래한 전례도 있다.

 

연내 인구 60%분 확보 목표

다만 이런 신중론 속에서 정부는 우리 국민이 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민 20% 접종분에 해당하는 물량을 실질적으로 확보했고, 이를 연내 60%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백신 확보 입장을 강력하게 전달한 것이다.

정부는 현재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될 경우 이를 신속하게 확보하기 위해 국제협력을 다지는 동시에 글로벌 제약사와 개별적으로 계약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 중이다.

백신 공동 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백신 1,000만 명분을, 글로벌기업과 개별 협상을 통해 2,000만 명분을 각각 확보한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백신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백신 하나로 코로나19 관련 모든 상황을 끝낼 수 있다는 달콤한 기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기존 방역체계를 지키는 한편 안전하고 우수한 백신 개발과 도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응원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