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가 '돈'이 된다

이정언 보평그린(주) 대표

2022-07-07     월간인물
이정언

노자 24장은 기자불립(企者不立)으로 시작한다. 뒤꿈치를 들고는 서 있기 어렵다는 뜻으로 인간은 리스크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자(企者)가 모색하고 추진하는 것이 기업(企業)이다. 기업 그 자체가 리스크다. 기업(企業)을 하는 자가 기자(企者)이니, 이는 리스크를 안고 일을 하는 사람 즉 기업인이다. 코로나19 팬더믹, 기후변화, 우크라이나 전쟁의 리스크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거대한 리스크가 동시에 겹쳐 우리 곁에 와 있다. 이 리스크로 세상은 고금리 스태그플레이션 경기 하강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현재의 강한 리스크 시대에 기업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어떤 돌파구로 이 시대적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을까? 나는 “기업 펀더멘탈(Fundamentals)”이라고 생각한다. ‘기업 펀더멘탈’, 과연 무엇일까? 바로 기술(Technology)이다. 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기술을 창조해 내는 신기술이고, 두 번째는 성능은 우수하나 가격이 저렴한 혁신기술이다.

기술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연구(Research)이고, 이 연구의 결과물이 기술이다. 신기술을 만들어내는 연구 즉 신기술연구는 투입자금이 많고 성공 가능성이 작다. 즉 돈이 기술로 되는 것이다. 혁신기술연구는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 높은 이율배반적인 관계를 파고드는 연구이다. 가격 높고 품질이 우수한 제품, 또는 가격기 낮고 품질이 나쁜 제품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기술혁신제품(고품질 저가격 제품)은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혹독한 연구라는 과정을 겪지 않으면 만들 수 없다.

기술혁신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연구는 돈을 쓴다’는 생각에서 ‘연구가 돈이 된다’는 생각으로 생각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 저렴한 비용으로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적화된 설계, 원료, 가공, 조립, 생산의 전 과정 각각에 대한 밀도 있는 연구가 잘 이루어져야 기술혁신제품을 만들 수 있다. 리스크를 안고 있는 기자(企者)가 리스크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품질과 가격의 이율배반적 관계의 차이를 벌릴 수 있을 만큼 벌여야 한다. 기술고도화 시대이고 리스크 고강도 시대인 현대사회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연구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미래 사회는 리스크 강도가 더 강할 것이다. 이는 품질과 가격의 이율배반적 차이가 더 큰 기술혁신제품을 요구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미래 사회에서 기술혁신제품을 생산하여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연구가 돈이 된다는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 대학과 연구소 등의 연구기관에서 수행한 연구결과물을 기업이 이용하여 제품화하는 산학협력 방법으로는 미래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제는 기업이 연구를 주도해야 한다.

기업주도 연구는 기술과 돈을 동시에 고려하는 연구이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볼 수 있는 연구. 사회에서 수용 가능한 판매가를 파악할 수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 단순한 기술연구를 넘어 사회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리스크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연구로 돈을 만드는 미래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