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Now] 수제맥주 시장, 거침없는 성장세…여름 무더위 날릴까

2021-06-02     박미진 기자

갑자기 이른 더위가 찾아오면서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1000억 원대 규모로 성장한 가운데, 이는 주요 판매 채널인 편의점, 마트 등 소매 채널을 기반으로 폭발적으로 매출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주세법이 개정돼 가격장벽이 낮아진 영향은 물론, ‘홈술’, ‘혼술등의 트렌드 유행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MZ(밀레니얼+Z)세대 등 요인이 맞물리며 수제맥주를 향한 소비자 관심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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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의 전성기 기업마케팅 분주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여름 성수기가 다가오면서 맥주 업계도 소비자에 어필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준비에 분주하다. 맥주업계 실적을 좌지우지하는 시즌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2016304억 원, 2017436억 원, 2018631억 원, 2019800억 원, 2020년엔 1096억 원 등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000억 원 규모를 돌파했다. 이는 5년 전인 2015(227억 원)에 비해 5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그간 국내 맥주시장 전체 성장률은 10년간 연평균 0.3% 수준으로 정체됐지만, 수제맥주시장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40%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 또한 20191%대에서 지난해 3%까지 껑충 뛰었다.

인수합병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수제맥주 업체들도 주목받고 있다. 핸드앤몰트는 2018년 글로벌 맥주 기업 앤하이저부시 인베브(AB인베브)에 인수됐다. 그간 국내 수제맥주 업체가 기업이나 밴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사례는 더러 있었지만, 글로벌 기업 인수 행보는 핸드앤몰트가 처음이다.

카브루는 국내 1세대 수제맥주 기업으로, 지난 2015년 진주햄에 인수된 이후 영업력을 강화해 2019년부터는 홍콩·싱가포르·몽골·영국 등 여러 국가에 맥주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 1~2월 수출액은 전년 한 해 수출액의 약 2배에 달했다.

제주맥주는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2019년부터 인도·대만·태국 등 동남아를 중심으로 맥주를 수출하고 있다. 제주맥주는 조만간 수출국을 10여 개 나라로 늘린다는 목표다. 제주맥주는 2020년 약 32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해 2019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하며 테슬라 요건(이익미실현 특례 상장)’을 충족했다. 최근 코스닥 상장에 성공, 수제맥주 위상을 확고히 했다.

게다가 교촌에프엔비, 제너시스BBQ, BHC 등 대형 치킨 업계들도 브랜드 차별성 구축을 위해 수제맥주 개발에 분주하다. 자사의 치킨에 어울리는 수제맥주를 직접 개발해 수익성은 높이고 충성고객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편의점 열풍과 주세법 규제 혁파

최근 수제맥주 성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편의점 효과가 꼽힌다. 편의점은 지난 2017부터 국산 수제맥주 판매에 돌입했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당시 편의점 매출서 전체 맥주 중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5% 조금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그러던 편의점에서 수제맥주 유통이 아닌 편의점표 제품들이 이색 콜라보 마케팅을 통해 소위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편의점 CU가 장수 밀가루 브랜드 곰표와 협업해 출시한 곰표 밀맥주는 누적 판매량 500만 캔을 넘어섰다. 곰표 밀맥주가 완판 행렬을 이어가며 인기를 끌면서 CU'수제맥주' 상품군 성장에도 공헌했다. 국내 맥주 카스, 테라 판매량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세븐일레븐도 협업을 통한 이색 수제맥주를 내놨다. 가공캔 업체인 유동골뱅이와 함께 '유동골뱅이맥주'를 출시했다. 이색적인 업체들의 협업인 만큼 맥주 캔 디자인도 독특해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유동골뱅이맥주는 출시 한 달 만에 세븐일레븐 수제맥주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GS25 역시 광화문’ ‘남산등 매출이 늘어 수제맥주 점유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더불어 올 1월 개정된 주세법 영향도 크다. 그간 종가세를 생산원가 기준으로 매겼지만, 규제가 바뀌면서 생산량에 따라 매기는 종량세로 개편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으로 원가가 높은 수제맥주의 세금과 판매가격이 낮아져 호재로 이어졌단 분석이다.

세제 개편 이후 기존의 주류 관련 규제들도 대폭 완화됐다. 한 양조장서 다른 제조시설에서 주류 생산을 가능케 하는 위탁제조(OEM)가 전격 허용된 것이다. 이에 따라 양조장들은 간편한 캔 제품을 생산할 시설을 별도로 갖출 수 없는 불편함에서 벗어나 설비투자 부담 없이 소매시장에 진출하기 유리해졌다.

아울러 첨가재료 규제도 줄었다. 질소가스를 사용해 맥주거품의 입자가 더 작아져 부드러운 맛을 낼 수 있다. 신제품 개발 과정의 제조법 승인과 주질 감정 절차도 간소화됐다. 이에 드는 기간도 동시에 단축됐다는 평가다.

이렇듯 수제맥주에 대한 각종 규제가 사라지고 세금이 낮아지면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제품 출시는 물론, 맛 등 퀄리티가 더욱 높아졌다는 소비자 반응도 뜨겁다. 향후 수제맥주 시장이 밝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올여름 맥주 전반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