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Now] 스토킹처벌법 진작에 필요했다

2021-04-12     김윤혜 기자

우리나라에서 스토킹 범죄 관련해선 미흡한 처벌 수위로 매번 논란의 대상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스토킹을 겪은 피해자 호소에 스토킹 처벌 관련 법안 등에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며 주목받았지만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무고한 세 모녀를 살해한 스토킹 범죄 피의자인 김태현 사건의 대책으로 스토킹 처벌법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이 조금 더 일찍 시행됐더라면 이번 사건을 막을 수 있을 수 있었다는 안타까움과 함께 법안의 실효성 점검 관련 지적이 나온다.

 

세 모녀 참변 막을 수 없었나

스토킹은 상대방을 향한 일방적 집착이 커지면서 최악의 경우 살인 범죄로까지 이어진다. 스토킹 전조 단계에서 개인 간의 애정 문제로 소홀히 다뤄지면서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스토킹을 명백한 범죄로 규정, 처벌 강화에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최근 스토킹으로 시작해 여성 일가족을 사망케 한 김태현의 범죄가 수면 위로 떠 오르자 국민의 분노는 치솟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범행 전 큰딸 A씨와 연락을 주고받던 중 A씨 실수로 노출한 집 주소를 보고 계속 찾아가 만나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피해자 큰딸 A씨를 살인하는 데 필요하다면 A씨 가족도 죽일 수 있다는 그릇된 판단을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건 일주일 전부터 범행 준비에 철저했고, 피해자 주거지 인근을 한 차례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범죄를 저지른 후에도 사흘간 현장에 머물렀고 냉장고에서 맥주 등을 꺼내 마시는 행동 등이 드러나 충격을 더했다.

스토킹처벌법은 20219월부터 시행된다.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또 경찰이 피해자나 피해자 주거지 100m 이내 접근금지, 전화 등 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등 조처를 내릴 수도 있다. 가해자가 만약 이를 따르지 않으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그간 스토킹은 벌금 10만 원짜리 경범죄로 취급되며 범죄 심각성 대비 사회적 통찰이 얕았다는 지적이다. 이는 15대 국회에서 처음 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한 채 22년 만에야 법이 제정됐다.

상해나 폭행을 입지 않아도 접근금지 명령이나 유치장에 구속해 실질적으로 스토킹 행위를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법의 목표다.

 

 

스토킹 처벌법 통과 후 여전히 실효성 의문

이번 김태현 사건 역시 스토킹처벌법이 이미 존재해 미행 사실들을 신고했으면 이번 사건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법안 통과에도 여성계에선 실효성이 없다는 일관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한국여성의전화는 ‘22년 만의 스토킹처벌법 제정, 기꺼이 환영하기 어려운 이유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정부 및 입법부는 스토킹의 본질 관련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의전화는 "법률안에 따르면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행해질 때만 범죄로 인정받을 수 있다라면서 단 한 번의 행위만으로도 피해자는 공포나 불안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포와 불안을 느껴야만 피해로 인정하는 것은 피해자다움에 대한 강요라고 지적했다.

피해자의 입을 막는 반의사불벌 조항의 존속,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신청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의 부재,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한 지원제도 미비 등을 거론했다. 여성의전화 측은 현재 법률안으로는 피해자 보호와 인권 보장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전문가들은 스토킹 범죄 근절을 위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제도가 필요하며, 스토킹 범죄를 다루는 수사기관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더라도 피해자 보호부분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피해 당사자는 신고조차 두려워할 만큼 그 고통이 상당하다. 피해자 대신 주변인이 즉각 신고할 수 있고 피해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피해자들은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