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모녀연극 잇따라 개막

2015-06-15     안수정
삶이 힘겨울 때, 위로가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름, '엄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공연계도 한층 가라앉은 가운데 눈길을 끄는 '모녀 연극' 두 편이 있다. '친정 엄마'(사진)와 '잘자요, 엄마'다. 김용림, 나문희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엄마 배우'들이 총출동해 화제를 모으며 흥행의 불씨를 당기고 있다.

오는 8월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마당 1관에서 공연하는 '친정엄마'는 지난 주말 객석점유율 92%를 기록했다. 평일에도 80%대 이상을 유지한다. 이 공연 관계자는 "240석 규모의 소극장 공연이고 무료 관객이 포함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양호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며 "'엄마 코드'는 메르스의 영향도 비껴가는 것 같다"고 했다.

'친정엄마'는 세상 모든 모녀의 관계를 대변하는 듯한 이야기로 공감을 불어일으킨다. 대학에 들어가고 취업을 하고 결혼해 가정을 꾸리기까지, 물가에 내놓은 아이마냥 딸 미영을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이 절절히 녹아있다.

방송작가 고혜정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2004년 발표한 동명 에세이가 원작이다. 2007년 연극으로 초연됐으며 2010년에는 영화와 뮤지컬로도 제작될만큼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 이번 공연을 기획·제작하는 아시아브릿지컨텐츠의 최진 공동대표가 초연 제작에 참여했다. 최 대표는 "특정 시대나 시즌에 국한되지 않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게 엄마와 딸의 이야기"라며 "여러 콘텐츠로 제작됐지만 연극이 가장 관객과 가깝게 호흡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TV드라마를 통해 따뜻한 어머니 이미지로 잘 알려진 배우 박혜숙과 조양자가 엄마 역을 번갈아 맡는다. 딸 미영 역은 이경화와 차수연이 더블 캐스팅됐다. 오는 7월 3일 서울 대학로 수현재시어터에서 개막하는 '잘자요, 엄마'도 '모녀 연극'의 베스트셀러다. '딸의 자살을 앞둔 모녀의 마지막 밤'을 담은 이 작품은 1982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이듬해 미국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을 수상한 수작이다. 

5년 뒤 한국 초연은 배우 윤여정이 번역하고 김수현 작가가 각색해 무대에 올랐다. 

당시 김용림과 윤석화가 엄마 '델마'를 연기했다. 나문희는 조재현 수현재컴퍼니 대표가 이끌었던 '연극열전 시리즈'를 통해 지난 2008년 이 작품에 출연한 바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1985년 초연과 2008년 흥행의 주역 김용림과 나문희가 델마 역으로 출연해 개성 뚜렷한 '엄마' 연기에 대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