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北核해결 나서달라" 시진핑 "北과 우린 혈맹이다"

2017-07-07     안수정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첫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 6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인터콘티넨털 호텔은 회담 시작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독일을 국빈방문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초청자 자격으로 한중 정상회담을 자신이 머무는 호텔에서 열었다. 양국 정상이 입장하기 전 중국 측 실무진이 “시 주석의 발언이 끝나면 (문 대통령 발언 중이라도) 취재진이 퇴장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양측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날 문 대통령은 강한 인상을 보여주고 싶을 때 사용하는 붉은 넥타이를 맸다. 시 주석은 중국에서 ‘군주의 색’이라고 불리는 보라색 넥타이를 맸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처음으로 마주 앉은 두 정상은 일단 덕담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이 장강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는 명언인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을 자서전에서 인용해 정치적 소신을 밝혀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말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도 세월호 인양에 참여한 중국 국영기업 ‘상하이샐비지’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상하이샐비지가 세월호 선박을 무사 인양했지만 노고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며 “정말 어려운 작업이었는데 초인적인 노력으로 같은 급 선박 중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르게 무사 인양한 것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드 문제에서 두 정상은 확연한 견해차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각종 제약으로 양국 간 경제·문화·인적 교류가 위축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 양국 관계 발전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각 분야에서 교류 협력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시 주석의 관심과 지원을 달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을 철회해 달라는 요청이다. 문 대통령은 “결론적으로 사드가 북핵 미사일 도발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로 시간을 확보하고, 그 기간에 북핵 문제 해법을 찾으면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대세(전반적인 정세에)에 발 딛고 서서 긴 시야로 보면서 각자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우려를 존중해야 한다”며 “한국이 중국의 정당한 우려를 중시하고 관련 문제를 적절히 처리해 한중관계 개선과 발전의 장애를 제거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사드’라는 표현 자체는 없었지만 실제 회담에서 시 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사드 완전 철회를 강하게 제기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충분히 이야기했지만 사드는 안보 고위급 회담을 통해 실무적으로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며 “(양측이) 사드는 이견이 있는 부분이라고 표현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