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포디자인포럼 한기웅 이사장 - 사라져가는 농촌 되살린 ‘디자인’의 씨를 뿌리다
(사)내포디자인포럼 한기웅 이사장 - 사라져가는 농촌 되살린 ‘디자인’의 씨를 뿌리다
  • 박금현
  • 승인 2017.06.29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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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웅 이사장에게 디자인이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이자, 새로운 가능성이다. 내포디자인포럼은 디자인을 통해 지역이 당면한 문제를 풀어내며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디자인이 가미된 6차 산업으로 경쟁력을 심어준다. 존폐의 위기에 놓인 1,000년 역사의 마을을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갖춘 6차 산업으로 탈바꿈 시킨 것은 한기웅 이사장이 내세우는 디자인의 ‘힘’이다.

한기웅 이사장

농업과 디자인의 만남,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다

지난 2009년 설립된 내포디자인포럼은 디자인을 통해 내포문화권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출발했다. 당시 서산시가 농식품부 신문화공간 사업에 선정되며 ‘생활-문화-경제’가 선순환하는 거점문화공간을 만들고자 주민들과 각 분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댄 것이 계기가 되었다.

한기웅 이사장은 3년 간 해당사업을 추진위원들과 함께 진행하면서 서산에서만 진행할 것이 아니라 태안, 홍성, 당진, 예산, 보령 등 서해안을 끼고 있는 내포문화권에 확대 적용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내포디자인포럼을 통해 마을의 이장부터 추진위원장, 문화원장, 기관 단체장 등 마을을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지역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서산에서 3년, 당진에서 3년 간 진행된 내포디자인포럼은 3년 주기로 지역이 순환되며, 올해로 보령에서 8회 차를 맞이한다.

“지역의 유무형 문화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사업으로 연계한다면 마을을 차별화하는 것은 물론 지역의 소득증대 효과까지 노릴 수 있습니다. 디자인을 통해 이러한 자원을 발굴하고, 그 활용방안까지 연구하며 지역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내포디자인포럼의 역할입니다.”

당진 사관리는 ‘철탑 공화국’으로 불린다. 전국에서 한전의 철탑이 가장 많이 설치된 지역이어서다. 내포디자인포럼은 2013년부터 3년간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두 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은 마을 가운데 있는 낮은 산의 건너편에서는 철탑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한 이사장은 한전에서 산을 매입해 태양열 생산단지를 만들고, 주민들은 이를 운영하며 그 수익으로 산 건너편에 새로운 마을을 짓는다는 전략을 제안할 수 있었다. 6차 산업을 연계한 마을을 꾸리며 주민들이 더 좋은 생활공간에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방안이다. 그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지역의 국회의원 및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국회의원, 한전 고위급 인사들을 초청해 놓고 마을추진위원장을 통해 발표토록했다. 문제 제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한 이사장은 한전 측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디자인은 ‘아트’가 아닙니다. 현실에 산적한 문제들을 실용적으로 해결해가는 거죠.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이 디자인입니다.”

 

사라져가는 마을에 새 생명 불어넣을 디자인의 힘

우리나라는 10년 내에 하나의 도에서 300개 이상의 마을이 사라질 것이라 예측되고 있다. 한기웅 이사장은 이 사실을 당사자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가 이어가고 있는 내포디자인포럼은 이러한 사라져가는 마을에 디자인을 접목한다면 살기 좋은 마을로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는 롤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내포디자인포럼을 시작하던 당시부터 세웠던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을 하나씩 이루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서산 여미리 바로 위에 29가구가 생활할 수 있는 전원마을을 만들고 있습니다. 은퇴자, 귀농·귀촌자, 각 분야 전문가들이 생활할 이 마을은 향후 3년 내에 친환경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전원마을로 완성될 것입니다.”

한 이사장은 마을 주민들을 설득해 친환경 퇴비를 사용하고 농약을 치지 않는 친환경 농업 마을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마을 입구에 로컬푸드센터를 설립해 농부들의 친환경 농산물을 비싼 값에 사들이고, 직거래의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에게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또한 한서대학교 식품공학과와 힘을 모아 식품가공산업부터 브랜드와 패키지 제작에까지 뛰어든다. 농촌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심기 위함이다. 그 첫 번째 대상이 달래다. 내포 문화권은 전국 달래 생산량의 70%를 책임지는 지역이다. 한 이사장은 달래에 디자인을 접목해 체험관광마케팅을 시행하고자 한다며, 달래소녀 선발대회, 직접 개발해 만든 달래간장으로 달래비빔밥 등 방문객의 흥미를 끌면서도 경제적, 학습적 요소까지 더해진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 전했다.

“디자인포럼을 희망하는 지자체를 선정해 3년씩 지속적으로 포럼을 개최할 것입니다. 문제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솔루션을 제시하겠습니다.”

한 이사장은 1980년대 초 정부가 시행하던 중소기업 디자인 지원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2-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의 제품들은 선진국의 제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는 농업 역시 디자인을 접목한다면 충분히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러한 사례는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평균 500엔에 거래되는 고등어의 양식장을 물살이 센 곳으로 옮긴 결과 근육이 발달한 그 지역만의 고등어로 마리당 7,300엔에 거래하는 지역이 있는가하면 규슈 사가현의 다케오시(市)는 쓰타야 서점과 손잡고 시립도서관을 북카페 스타일로 리모델링했다. 연간 100만 명이 찾는 이 도시는 ‘마케오 모델’로 일방 지방혁신의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한 이사장은 대학원생, 지역 농민과 이러한 지역을 직접 방문하며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낙후된 마을의 재생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차별화된 아이디어만 있다면 얼마든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이사장은 일본 모쿠모쿠 농장의 경우 연간 8,000억 원의 수익을 올린다며, 올해도 25명의 주민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할 계획을 전했다. 농민들이 직접 눈으로 본다면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은 물론 큰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약 4만 2,000평에 달하는 모쿠모쿠 농장에는 농장과 축사, 체험형 공장이 있고 평일 1,000명, 주말 2,000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이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이 80여 가지에 달한다. 6차 산업의 성공사례로 어김없이 등장하는 곳이기도 하다.

 

현장 속에서 찾는 숨겨진 ‘니즈’, 변화의 원동력이 될 것

“농촌을 위한 디자인진흥원이 필요합니다. 디자이너들이 오직 농촌의 부가가치를 이끌 방안을 찾는데 집중하도록 하고, 이를 산업화하는데 성공한다면 우리 농업도 얼마든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한기웅 이사장은 농업에 디자인을 접목하는 한편 농촌디자인아카데미를 통해 농민들에게 창의적 사고를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만이 지을 수 있는 농업을 지속적으로 구상하는 ‘농업 플래너’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촌과 지역의 발전에 몰두하고 있는 그는 강원대학교 문화예술대학 디자인학과 교수이자, ㈜에코스톤코리아 대표이사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른바 ‘실험실 창업교수’로 선발되며 창업에 성공한 그는 버려지는 소재들을 재활용해 새로운 상품으로 만드는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폐석재, 등외급 옥 등의 소재로 펜스, 방음벽, 옥외용 스피커 등을 제작하는데서 나아가 오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관광기념품 제작에도 나섰다.

“디자인은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그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깊은 욕구(잠재된 니즈)를 찾아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직접 발로 뛰며 사람과 현장을 경험해야하죠. 탁상머리에서 하는 디자인은 스스로에게 함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들에게 현장에 직접 가볼 것을 늘 강조하고 있는 그는 실제 강의 커리큘럼을 통해서도 이를 실천하고 있었다. 이곳 학생들은 3학년 2학기부터는 현장을 다니며 잠재된 니즈를 찾는 경험을 쌓고 있다. 사람을 움직이고, 지역을 변화시키는 디자인의 힘은 결국 현장 속에 있는 것이다. 디자인의 힘에 대한 한 이사장의 굳건한 믿음은 사라져가는 우리 농촌마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매력적인 마을로 변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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