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윤자 예빛마을 대표 - 무욕의 길로 상생의 공동체 이루다
[문화] 윤자 예빛마을 대표 - 무욕의 길로 상생의 공동체 이루다
  • 이샛별
  • 승인 2015.06.0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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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연의 녹음과 청량한 공기가 한데 어우러져 향연을 펼치는 아름다운 마을이 있다. 자작동의 작은 시골 마을 초입에는 서로를 벗 삼아 올라가는 담쟁이덩굴처럼 따뜻한 마음이 한데모여 만들어진 견고하고 아름다운 울타리가 둘러져 있다. 예빛마을의 윤자 대표는 이 울타리를 방문하는 모든 이와 아름다운 동행을 꿈꾼다. 
| 윤자 예빛마을 대표
 
따스한 마음을 물들이는 복합 문화소통의 장
도심의 잿빛 하늘에 코와 입을 막고, 눈을 감은 사람들, 공해 수준이 된 소음으로 부터 귀도 닫아버린 사람들 모두가 따뜻한 울타리 안에서 치유 받고 청량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곳, 예빛마을을 수식할 수 있는 표현이다.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산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제천 자작동의 요새 같은 그곳에선 날마다 오색빛깔 염색물을 드린 옷감이 산들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왜소해 보이지만 옹골진 심신으로 3000평에 달하는 예빛마을 큰살림을 전두지휘 하는 윤자 대표가 학생들과 함께 정성스레 염색물을 입힌 옷감을 말리고 있는 것이다. 
 
젊은 시절 어느 패션쇼에서 접한 감옷의 강렬한 색감은 그녀를 천연염색의 매력으로 끌어들였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천연염색은 오랜 세월을 돌고 돌아 제천의 작은 폐교에서 그녀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매개체가 돼주었다.  
 
마을의 작은 폐교가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아름다운 공간으로 재탄생하기까지 윤 대표의 손길이 스치지 않은 곳이 없다. 10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 가녀린 체구 어디에서 뿜어져 나오는지 모를 에너지로 씩씩하게 예초기를 돌리고 운동장에 손수 잔디를 깔고, 나무를 심는 등 고무신과 밀짚모자를 벗 삼아 공간을 가꿔온 것이 지금의 예빛마을을 탄생시켰다. 이후 예빛마을은 남녀노소, 지위고하,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문을 개방함으로써 서로가 어울려 심신을 위로 받고 부족한 것을 채워나가는 힐링의 공간으로 거듭나게 된다. 
 
“천연염색이 좋아 이곳을 찾는 사람, 친구들과 캠핑하기 위해 찾는 사람, 유리공예, 목공예를 체험하기 위해 방문한 단체, 어린이들 모두가 예빛마을을 찾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돌아가는 그들의 기억 속에 예빛마을이 따뜻한 곳, 사람 냄새가 나는 곳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윤 대표의 마음이 방문했던 모든 이에게 전해졌던 까닭인지 곳곳에 자리 잡은 사진 속에는 티끌 없이 해맑은 방문객들의 미소가 공간을 환히 밝히고 있다. 예빛마을은 천연염색 지도사 양성, 체험, 제품 판매 등을 주로 하고 있지만 마을 사람들로부터 조달받은 친환경 식자재를 활용해 ‘오손도손 밥집’을 운영하는 등 마을기업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해내고 있다. 또한 부지가 넓고 터가 좋아 심신수련의 장으로 활용되기도 하고, 유리공예 목공예, 냅킨공예 등 다양한 체험의 기회도 제공하는 등 시골 마을에선 찾아보기 힘든 복합 문화체험 공간이다. 혹자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 내는 예빛마을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예빛마을이 다양한 프로그램과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스스로를 한 가지 틀에 제한하지 않는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 울타리를 낮추고 따스한 공간으로 자리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그것은 곧 ‘나’와 ‘수익창출’보다는 ‘우리’와 ‘공동체’라는 개념에 더 주목하는 윤 대표의 소신 있는 움직임이 만들어낸 예빛마을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욕심을 버리면 상생의 길이 보입니다
도심 속의 생활은 시나브로 사람들의 마음을 물욕의 덩어리로 만들어놓기도 한다. 윤자 대표는 그로부터 한 발 물러나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이 주는 혜택으로 삶의 가치를 높이며 친환경적 문화를 창출·공유하려는 마음으로 설립한 것이 예빛마을이라고 했다. 하지만 처음 자작분교를 찾았을 당시만 해도 온전히 욕심을 버리기란 어려웠다고 그녀는 회상한다. 젊은 날엔 빨리 성공하고 싶어 정신없이 달려온 세월도 있었지만 몇 번의 시련을 겪고, 좋은 인연들을 만나면서 큰 깨달음을 얻은 그녀는 지난날과 달리 가진 것 없이도 행복할 수 있다고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그녀가 마을에 처음 둥지를 틀었을 때는 일부의 마을 사람들과의 마찰로 마음고생 했던 날들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현재는 마을주민들과 돈독하게 지내며 동류라는 것을 깨닫게 할 소소한 소통으로 귀촌해서 더불어 사는 법을 매우 잘 알게 되었다고 한다. 윤 대표의 노력과 진심을 알아본 마을 사람들과 주변의 조력자들은 그녀가 ‘혼자’가 아닌 ‘공동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최고의 지원군이다. 진심이 통하는 곳에 길이 있듯이 이익만을 쫓으며 살아온 세월이 아니기에 예빛마을에는 마음이 아픈 사람, 몸이 아픈 사람, 외로운 사람, 행복을 나누고픈 사람들이 절로 모여 서로를 보듬는 따뜻한 안식처가 된지 오래이다. 며칠 전 심었다는 측백나무가 아름드리 그늘을 만들고 모양새를 갖추어갈 즘에는 다문화 가정을 위한 무료 결혼식 장소로 사용하고 싶다며 계획을 밝힌 그녀의 모습에서 나눔의 기쁨을 진정으로 아는 자의 미소가 엿보였다.
 
“가질수록 행복한 것이 아니라 가진 만큼 욕심을 부리게 되는 작금의 현실에서 나부터 만족함을 알고 ‘나’는 곳 ‘너’라는 생각으로 서로 나누면서 우리의 공동체가 모두 함께 행복해 할 수 있는 곳, 방문객들이 행복해 하는 곳 을 만들어 나갈 것 입니다”라는 윤자 대표의 최종 목표가 이기심과 개인주의로 얼룩진 현 세태에 경종을 울리는 한 마디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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