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비상할 날을 믿고 기다립니다”
“다시 비상할 날을 믿고 기다립니다”
  • 김민이 기자
  • 승인 2021.03.08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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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스아이 이학영, 최상철 공동대표

국내 항공 산업은 2019년까지 늘어나는 항공 수요를 바탕으로 큰 폭으로 성장했다. 인천국제공항은 국제선 승객이 7천만 명을 넘어서면서 국제선 승객 기준 세계 5위 공항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 전 세계에서 확산한 코로나는 한순간에 공항의 모습을 바꿨다. 항공 사업 비에스아이를 이끌어 온 이학영, 최상철 공동대표는 항공 산업은 상승과 하강의 사이클 주기가 극심한 분야라고 말한다. 뚜렷한 상승곡선을 예상했던 시점에 끼어든 복병은 큰 어려움을 안겼지만, 두 사람은 좌절하지 않았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업을 운영하며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했다. 코로나라는 큰 파도가 닥쳤지만, 지금까지 그랬듯 언젠간 넘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 단단한 과거의 경험과 미래에 대한 기대로 다시 날아오를그날을 묵묵히 준비하고 있다.

 

비에스아이 이학영, 최상철 공동대표 ⓒ박금현 기자
비에스아이 이학영, 최상철 공동대표 ⓒ김민이 기자

20년이라는 시간은 좋은 파트너가 있었기에 가능

항공업체 개발부서에서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였던 두 대표는 최상철 대표의 제안으로 비에스아이 공동창업을 결심했다. 당시 IMF로 항공을 비롯한 모든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던 때였지만, 이런 때일수록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발전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으로 2003년에 창업을 결심했고, 2005년에 이학영 대표가 합류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여서 용기를 냈죠.”

대표라는 직책을 공유하는 것에 대한 스스로의 불안도 주변의 우려도 있었다. 우려를 증명하듯 사업 초반에는 경영 방식에 대한 이견이 생기기도 했다. 시작이 반이라지만 내외부적인 문제들 때문에 시작의 문턱을 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나마 창업 후 5년간은 벤처기업으로 학교 내 인큐베이터에서 기업을 운영했지만, 5년 후 세상에 나왔을 때 현실적인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금난은 기본이고, 개발과 판로 개척을 동시에 진행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개발에 시간이 필요한데 판로 개척도 병행해야 하는 점이 힘들었어요. 사업에 뒷받침할 경제적인 여력도 제로였고요. 기계를 가공하는 공장이기 때문에 시설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거든요. 여러모로 한 기업이 세상에 나왔을 때 스스로 자생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요.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죠. 100개의 회사 중 10개도 살아남지 못할 거예요. 돈이 없으니 대출을 받고 빚에 허덕이다가 무너지는 업체들도 많이 봤어요. 이 과정에서 자금을 지원받거나 상품화나 대기업과의 협약, 납품 계약 등에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큰 도움이 되죠.”

어려운 일들도 있었지만 모든 시간을 노력으로 정직하게 채우며 회사는 조금씩 성장을 거듭했다. 10년의 직장생활과 동업을 한 기간까지 30년이 넘게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두 대표 사이의 발걸음도 맞아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안다. 의견을 맞추고 충돌하는 과정조차도 긍정적인 결과물을 만든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 그렇게 2009년에는 지금의 공장을 지었고, 한국항공우주산업에 협력업체로 등록해 정식 납품을 시작했다.

비에스아이는 전장사업, 시험체 계측사업, 우주사업 영업 세 가지 사업 분야를 진행하고 있다. 이중 항공기를 구동할 수 있는 전장 배선 장치제작을 주요 사업 분야로 하며, 비행기 개발 후 구동에 앞서 성능에 대한 계측작업을 할 때 필요한 시험체 계측사업(S/G장착)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지상 구조나 비행 시험에 필요한 센서를 장착하는 것으로, 측정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2013년에는 KT-1, KT-100 계열, 2015년에는 T-50 계열, 2020년도에는 차세대중형위성, LAH/LCH 시제기, KF-X 시제기, UAV를 참여했다. 이후 2025년 중점사업 로드맵에는 KF-X 양산, LAH/LCH 양산, KUH 해상작전, 미해군 APT, 발사체/국방위성 사업참여를 할 계획이며, 사업 확대를 위해 전용 공장을 20216월 준공예정이다.

 

항공 전문 도시 사천시 발전에 역할 할 수 있기를

비에스아이는 최근, 경남 창원에서 사천으로 사업의 근거지를 이동하며 항공으로 사업 범위를 좁히고 전문성을 강화했다. 공장 이전은 2018년에 착공해 곧 문을 열 예정인 경남 진주·사천의 항공 산업 특화단지를 고려한 결정이다. 우리나라 항공 제조업의 70%를 담당하고 있는 경남에서 비에스아이도 다양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2017년 경남 진주·사천에 항공 산업이 특화된 경남 항공 국가산업단지 산업단지계획을 승인하고 사업을 본격화했다. 국토부는 이번 사업을 항공 산업 Global(G7) 도약완제기 수출국으로 도약이라는 국가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항공 산업의 인프라 구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사업지 인근에 사천공항, 한국항공우주산업(KAI), 3 훈련비행단, 경상대 산학협력 연구단지 등 항공 산업 생태계가 형성돼 있어 항공 산업 클러스터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항공 산업이 직격타를 맞았죠. 어려움이 큰 상황이지만 고맙게도 사천시가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있는 1단지를 비롯해 산업 단지도 계속 구축하고 있고, 숙소나 교통비 지원 등 인력 관련 사업도 다른 시도에 비해 많은 지원을 제공합니다. 진주시 또한 그렇고요. 지금의 위기가 지나가면 국가 산업 단지 유치를 비롯해 두 지역이 항공 전문 도시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최상철 대표 ⓒ김민이 기자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은 사람

이학영, 최상철 대표가 회사 운영의 핵심으로 입을 모아 말하는 존재는 사람이다. 사업체를 운영한 지 20년을 넘기며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기업을 위하는 길임을 배웠다. 무엇보다 사람이 직접 다뤄야 하는 작업이 주된 업무인 만큼 사람을 남기는 게 가장 큰 성과이자 보람이라고. 인간적인 관계를 단단히 구축하니 회사의 성장은 자연히 따라왔다.

한두 달 배운 기술로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에요. 흔히 6개월 정도면 월급의 절반 정도를 가져갈 수 있다고 말하죠. 1년은 넘어야 자신의 기술을 발휘할 수 있고요. 다시 말해 기다려야 하고, 투자해야 하는 구조예요. 사람을 키우는 데 시간도 비용도 많이 듭니다. 그러니 회사와 함께하는 한 명 한 명이 고맙고, 귀합니다.”

두 대표는 아직도 현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일을 하고, 업무에 대해 논의하고 소통한다. 격의 없는 소통은 기술 발전에 긍정적인 시너지로 발현된다. 직원들과 부대끼며 함께 헤쳐나가는 모습이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엔 그런 부분들에서 인정받고 성과를 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 사실을 알기에 다시 한번 직원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한편으로 두 사람은 사업의 특성상 인력 수급의 어려움이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방이라는 지역적인 특성과 중소기업이라는 점에서 젊은 구직자들의 선호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구직자가 대기업만을 바라보기보다는, 지역의 특화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자체 기술력을 보유한 강소기업들도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봉을 비롯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기반을 마련하는 일에 중소기업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현장에서 기술을 습득하는 시간이 성장의 토대이자 기회가 될 수 있는데 안타까워요. 자체적으로 인력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여성들을 채용하거나 정부의 청년 관련 지원사업에도 참여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기반 사업들이 육성되면 대기업과의 괴리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품고 있어요.”

사람이 곧 자산이라는 믿음을 증명하듯 회사는 지난해 경남도에 2020 고용 우수기업으로 선정되어 인증서를 받기도 했다. 이는 2010년부터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에 기여한 업체를 대상으로 시작한 경남도의 대표적 일자리 사업으로 도내 6개 시·군 기업 10곳을 선정했다. 인증을 받은 기업들은 작업환경개선비와 신규 채용 인력에 대한 최대 3년간의 고용장려금 지원, 지방세 세무조사 유예, 중소기업 지원자금 우선 배정, 대출 시 최고 1.6% 우대금리 적용 등 15가지의 혜택을 받는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민간을 중심으로 한 내수와 수출시장이 회복되고 나아가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증가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근본적으로 경제위기 극복이 가능하다라며 기업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통해 그러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함께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이학영 대표 ⓒ박금현 기자
이학영 대표 ⓒ김민이 기자

항공 산업이 활기를 되찾는 날까지 묵묵히 제 역할 할 것

회사는 다시 한번 비상하기 위해 체계적인 준비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군의 경공격기 20대에 대한 수주를 확보했고, 군수용 소형 헬기 사업의 수주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특히, 소형 헬기 사업은 그 기간만 20년인 사업으로 수주에 성공한다면 더 큰 프로젝트로 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력을 쌓아가며 국내 유일한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 이들의 목표이다.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와 국립경상대학교 등과 산학연을 맺고 있습니다. 경남도, 사천시, 대학과 기업으로 구성된 사천 항공 클러스터를 통해서도 기술개발 등으로 해외에 수출하는 다각화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어요. 지금은 코로나로 침체되어 있지만, 곧 항공 산업도 활기를 찾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한편, 코로나 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경남도가 착한 선결제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는 미리 일정액을 결제하고 향후 방문 시 서비스를 받는 소비촉진 운동인데 이에 고용우수기업인 비에스아이도 힘을 더했다. 기업들의 캠페인 동참은 매출 감소로 얼어붙은 소상공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덥히는 온기가 되고 있다. 이번 캠페인에 동참한 비에스아이 공동대표는 선 결제를 하고 몇 번에 나눠 방문하는 방식이 업주들에게는 기간과 비용의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좋은 아이디어로 보완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모든 게 위축되어 있고, 모두가 어렵습니다. 특히 항공 산업은 장비는 첨단이지만 작업은 사람이 하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인력 수급도 쉽지 않고, 해외 영업도 수주가 막혀버렸어요. 저희를 포함해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활로를 함께 찾아 해외 수주도 하고, 기업 매출도 올라서 인력 수급을 포함한 모든 것이 정상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로 돕고 상생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모두가 비상할 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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