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인 ㈜씨이 대표 - 커피 부산물, 향기로운 신재생 에너지로 변환되다
정병인 ㈜씨이 대표 - 커피 부산물, 향기로운 신재생 에너지로 변환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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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3.2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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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인 ㈜씨이 대표

그간 인류가 발전해온 역사는 단순히 시장논리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누군가의 혁신적인 발명이나 헌신적 희생이 있었기에 인류는 진보하는 역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커피로 에너지를 만드는데 성공한 ㈜씨이 정병인 대표 역시 시장논리에서 벗어나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로 한 환경보존 신재생 에너지에 집중해왔다. 그 결과 매년 250만 톤의 쓰레기였던 커피 파치먼트(Parchment Husk, 커피 속껍질)이 새로운 에너지로 재탄생했다.

 

15년 베테랑 커피전문가, 커피로 에너지를 만들다

㈜씨이는 커피로 에너지를 만드는 회사다. 그 이름에는 커피 에너지(Coffee Energy), 청정 에너지(Clean Energy), 순환 에너지(Circulation Energy)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씨이는 정병인 대표가 커피업계에 15년 간 종사하며 품었던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한 잔의 커피가 만들어지기까지 생각보다 다양한 과정을 거칩니다. 커피체리의 겉껍질을 까면 과육이 나오고, 과육을 벗기면 씨가 나오죠. 이 씨를 말리고 씻어 가공하면 그린빈이라는 형태의 생두가 나옵니다. 생두는 커피생산국에서 커피소비국으로 수출되어 로스팅되고, 그렇게 탄생한 원두를 가공해 한 잔의 커피가 만들어집니다. 우리는 커피의 진한 향기와 부드러움에 감탄하지만, 커피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그리 향기롭게 처리되지 않습니다. 커피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재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된 이유입니다.”

정 대표가 관심을 가진 것은 씨를 둘러싸고 있는 껍질인 커피 파치먼트였다. 그간 커피 파치먼트는 쓰레기나 폐기물로 치부되어 버리거나 태우는 방식으로 처리되어왔다. 커피 파치먼트를 활용하기 위한 노력은 곳곳에서 이어져왔으나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어 가축의 사료로도 사용되지 못하고, 가정에서 연료로 사용하는 정도에 그쳐왔다. 그렇게 버려지는 커피 파치먼트가 연간 250만 톤에 이른다. 고민 끝에 정 대표는 커피 파치먼트를 바이오에너지(Bio-SRF)로 변환하는데 성공했다. 한국바리스타협회 운영위원장 겸 대표를 맡고 있는 그와 우리나라 바리스타 국가대표이자 현 기술담당이사인 양동혁 이사가 오랜 시간 연구에 매달린 끝에 세계 최초로 커피 폐기물을 이용한 신재생 에너지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현재 ㈜씨이는 ‘커피 파치먼트를 포함하는 연료 펠릿 및 그 제조방법’ 외 3건의 특허와 ‘커피 파치먼트를 포함하는 연료 펠릿과 브리켓 및 그 제조 방법’으로 국제특허(PCT)를 확보하고 있다. 이 고형연료는 세계 최초로 인정받아 ‘CE 커피 파치먼트 펠릿’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았다. 커피 부산물이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닌 ‘순환자원’으로서 새로운 가치 창출과 녹색성장의 원천으로 거듭난 것이다.

“우리나라의 콩 껍질이나 왕겨처럼 커피 파치먼트에는 씨앗을 보호하기 위한 영양분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그간 버려지던 커피 파치먼트 속 영양분, 즉 바이오메스를 압착과 성형의 과정을 거쳐 고형 연료로 만들었습니다. CE 커피 파치먼트 펠릿은 국제 바이오SRF(바이오 고형연료) 기준에 부합합니다. 버려지던 쓰레기가 청정 원료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죠.”

“있는 것은 아무것도 버릴 것이 없으며 없어도 좋은 것이란 없다.” 니체의 저서 「이 사람을 보라」에 수록된 문장이다. 정 대표는 니체의 이 말을 가슴 깊이 새기며 살아왔다고 말한다. 그런 그에게 커피 파치먼트는 ‘세상에 존재하고 있으나 쓸모없다고 치부되고 있는 것’으로 다가왔다. 그가 개발한 CE 커피 파치먼트 펠릿에는 존재의 쓸모에 대한 확신과 애정이 담겨있었다.

 

인류에게 에너지를, 자연에게 휴식을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를 사용해온 폐해는 환경오염과 기후이상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OECD 가입국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00MW 이상 에너지를 생산하는 화력발전소를 대상으로 바이오SRF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에 해당하는 화력발전소 25개소를 보유하고 있지만, 질적‧양적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가 없어 상당한 과징금을 내왔다. 전 세계적으로 우드펠릿으로 화석연료를 일부 대체하고 있지만, 목재를 별도로 키워야 하는데다 연료로 사용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볼 때 커피 산업의 부산물 커피 파치먼트는 생산을 위한 별도의 노력이 필요치 않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발견이다.

“커피 파치먼트는 전 세계 커피 생산국가에서 모두 버려지던 가치 ‘Zero’의 폐기물이었습니다. 이를 신재생 에너지로 전화시킨 CE 커피 파치먼트 펠릿은 새로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해낸 것은 물론 환경 보전이라는 실리적, 명분적 가치를 가집니다.”

CE 커피 파치먼트 펠릿은 재료로 사용되는 커피 파치먼트와 완성된 고체 연료인 펠릿의 양이 동일하다. 1:1로 등가 환원되어 생산 과정에서 손실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셈이다. 이렇듯 높은 효율성을 자랑하는 CE 커피 파치먼트 펠릿이지만 정병인 대표는 신재생 에너지를 경제논리로만 따져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다. 지금까지처럼 환경문제를 뒤로 미루다가는 인류에게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였다. 그는 화석연료의 고갈과 환경오염이라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바이오SRF에 국가적,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인류에게 에너지를, 자연에게 휴식을”이라는 ㈜씨이의 첫 번째 비전과 닿아있다. 정 대표는 생존을 위한 개발은 결국 파괴를 동반하는 모순을 자아낸다며, CE 커피 파치먼트 펠릿은 이러한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 설명했다. ㈜씨이의 상품은 CE 커피 파치먼트 펠릿과 이를 제조하기 위한 기계장비 두 가지다. 정 대표는 이를 활용해 커피 생산국과 커피 소비국을 하나로 묶는다는 또 다른 비전을 세우고 있다.

“커피산업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말 중 하나는 ‘공정무역’입니다. 커피를 키우는 커피 생산국가에서 얻는 이득보다 이를 가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커피 소비국가의 이득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CE 커피 파치먼트 펠릿을 커피 생산국에서 만들게 함으로써 커피 생산국 내에 새로운 일자리와 수입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며, 이러한 산업이 생산국 내 임금의 6%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버려지던 자원의 활용을 떠나 커피 생산국에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해 그들에게 실리적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도입한다면 커피의 공정무역은 자연스레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커피 소비국은 청정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을 얻으며 커피 생산국과 소비국의 공존이 가능해질 것이라 덧붙였다. CE 커피 파치먼트 펠릿을 통해 인류에게 에너지를, 자연에게 휴식을 줄 수 있다는 확신과 함께였다.

 CE 커피 파치먼트 펠릿은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해낸 것은 물론, 환경 보전이라는 실리적, 명분적 가치를 가진다. 

인류의 공존 실현할 ‘CE 파치먼트 펠릿’

CE 커피 파치먼트 펠릿은 효율성이나 인류의 공존이라는 가치로 따져볼 때 반드시 커피 생산국에서 생산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병인 대표의 신념이다. CE 커피 파치먼트 펠릿 생산은 커피 생산국에서 기계를 도입한 후 ㈜씨이가 기술을 전수하는 형태로 진행되며, 생산된 펠릿은 우리나라로 역수입하거나 현지 혹은 커피 소비국으로 판매된다는 것은 그가 그리는 CE 커피 파치먼트 펠릿의 설계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커피 생산국과 커피 소비국의 공존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씨이가 개발한 CE 커피 파치먼트 펠릿 기계는 커피 생산국에서 사용하는데도 무리가 없다. 이미 펠릿 제작을 위한 기계는 상용화되어 있고, 이러한 장비에 ㈜씨이가 확보하고 있는 특허를 토대로 장비의 일부분과 생산기술만 바꿔주면 되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빠르면 1.5년, 오래 걸려도 3년이면 투자금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모품만 갈아주면 10년에서 20년까지 사용할 수 있는 기계의 특성상 지속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씨이가 다루고 있는 커피와 에너지는 전 세계 무역 물동량 1, 2위를 다투는 분야다. 정 대표는 커피산업과 원유로 대표되는 에너지 산업은 이미 글로벌 시장의 주축으로 자리하고 있다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및 관계 기관과 함께 세계 각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의 커피 전문 회사와 MOU를 체결하며 펠릿의 생산을 약속하기도 했다.

한 기업을 제대로 알고 싶으면 대표를 보라는 말이 있다. 성공한 기업은 대표의 역량과 혁신의 자세, 영속기업을 만들기 위한 열정 등이 투영된 결과물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에 커피 전문가에서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뛰어든 정 대표는 기업 경영을 ‘고구마 밭’에 비유했다. 뿌리가 땅 아래에서 얽히고설키며 처음 계획했던 밭과는 전혀 다른 밭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커피 파치먼트에서 펠릿에의 가능성을 발견한 만큼, 특정한 목표를 추구하기보다 생명력을 갖고 성장하는 각 단계에 충실할 것이라 전한 그의 인생과 경영철학은 ㈜씨이의 가능성과 닮아 있었다.

 

신재생 에너지에 국가적·사회적 관심 절실

㈜씨이의 아이디어는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정병인 대표는 올해부터 관공서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본격적 사업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라 겪어야하는 한계 때문에 다양한 어려움이 뒤따른다. 에티오피아, 케냐,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등 주 커피생산국을 돌며 시장을 개척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적인 도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조바심을 낼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정 대표에게는 조급함이 아닌 여유가 묻어난다. 세상에 없던 일이었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CE 커피 파치먼트 펠릿의 가치를 의심받은 적은 단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인류의 미래가 달려있는 만큼 이러한 사업은 ㈜씨이가 아닌 누구라도 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고, 중소기업에서 어렵게 개발한 기술이 사장되거나 없어진다면 전 인류가 후회하게 될 수 있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씨이는 최근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국중부발전의 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되며 1년간의 지원을 약속받았다. 정 대표는 이번 업무협약을 발판삼아 국내외에 CE 커피 파치먼트 펠릿을 알릴 계획이다.

“전 세계가 인류 공존과 세계 평화, 자연보존이라는 총론에는 찬성하지만 정작 구체적인 각론에서는 지혜로운 방법 제시가 부족합니다. CE 커피 파치먼트 펠릿은 이러한 총론을 실천하기 위한 해법이 될 것입니다.”

그는 에너지산업은 국가산업이자 기간산업의 성격이 강하다며, 큰 자본과 기술이 집약되어야 하는 산업인 만큼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커피 파치먼트를 활용한 신재생에너지의 싹을 틔운 만큼 이 기술이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어제 뿌린 말의 씨앗이 오늘의 나를 만들고 오늘 뿌린 말의 씨앗이 내일의 나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이에 인류에게 에너지를, 자연에게 휴식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하며 씨앗을 심는 정 대표. 그의 말의 씨앗이 열매 맺을 날을 기대해 본다.

“환경문제와 에너지 문제는 민간 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 다루기에는 벅찬 이슈입니다. 지금까지 ㈜씨이는 가능성을 바라보며 도전해왔습니다. 이제 그 가능성이 열린 만큼 그 가치를 정확하게 발현시켜줄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합니다. CE 커피 파치먼트 펠릿은 저희만의 독점적인 가치가 아닙니다. 인류를 위해서 반드시 구현되어야 할 기술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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