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 英 보수층 집결…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집권 연장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 英 보수층 집결…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집권 연장
  • 박성래 기자
  • 승인 2015.06.0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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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지난 5월 7일 실시된 영국 총선에서 압승하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박빙 승부가 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과반석을 차지, 단독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캐머런은 승리의 기쁨을 자축할 여유도 없이 영국 안팎에서 거센 압력을 맞고 있다. 안으로는 스코틀랜드독립당(SNP)에 몰표를 던진 스코틀랜드인들을 포용해야 하고, 밖으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우려하는 유럽국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영국의 ‘젊은 지도자’ 캐머런이 두 번째 임기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5월 7일 실시된 영국 총선에서 압승하며 재집권에 성공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 영국 총선에서 압승하며 재집권에 성공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사진=주한영국대사관>
 
영국 총선 ‘보수당 재집권 성공’ 이끌다
1966년 10월 9일 런던 주식 중개인의 아들로 태어난 데이비드 캐머런의 본명은 데이비드 윌리엄 도널드 캐머런(David William Donald Cameron)으로, 영국 국왕 윌리엄 4세의 직계 후손이다. 캐머런은 영국에서 최상류층 자제들이 받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사립 상급 초등학교 히더다운스쿨(Heatherdown Preparatory School)과 중등학교 이튼칼리지(Eton College)를 마친 후, 옥스퍼드대학교(University of Oxford)에서 정치학·철학·경제학을 전공해 최우수학위를 받았다. 
  
그는 1997년 총선 때 스태퍼드(Stafford)에서 보수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2001년 옥스퍼드 근처 위트니(Witney)에서 보수당 후보로 출마, 하원 의원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의회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캐머런은 점차 성공가도를 달리게 된다. 그는 2년 만에 야당 간부로 승진한 뒤 2005년 12월 39세의 젊은 나이로 보수당 당수에 오르면서 한 순간 주요 정치인으로 등극했다. 이어 2010년 5월 당시 43세의 나이로 보수당을 제1당 자리에 올려놓고 총리에 올랐다. 1812년 로드 리버풀 총리 이래 최연소 총리였다.
 
영국의 역대 총리들이 재무장관·외무장관·내무장관 등 내각 주요 보직을 거친 후 총리직에 오른 것과 달리 캐머런은 내각 주요 보직을 한 번도 거치지 않고 수상에 오른 이례적인 케이스다. 게다가 정계에 실질적으로 입문한 지 9년 만에 수상이 됐으니 정치인으로서 초고속 승진을 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캐머런 총리가 대중들이 선호하는 리더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영국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가도 한다. 또 총리에 당선된 직후에도 가족들을 위해 아침에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빵을 사오는 모습이 포착돼 ‘국민들 중 한 사람’이라는 공감대를 심어줬다. 더불어 스스로 “온정적 보수주의(compassionate conservatism)”라고 말하는 그는 시장을 중시하는 정책 기조를 주장하는 동시에 빈곤층을 배려하는 복지 서비스도 강조해 계층에 구애받지 않고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집권 초반 대학등록금 상한제를 없애고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최대 3배가량 인상할 수 있는 법안을 강행 처리해 2011년 젊은 층들의 폭동을 맞기도 했다. 또 국민건강보험(NHS)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국민의 불만이 팽배했고 학교 부족과 급식 예산 부족 등을 지적하는 교사들의 비난도 거셌다. 지난해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는 캐머런 총리에게 최대의 시련이었다. 치밀한 계산 없이 주민투표 시행에 동의해줬다가 영국 연방이 와해할 수도 있는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캐머런이 이끈 집권 보수당은 최근 박빙 승부가 예상됐던 총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보수당은 당초 650석 가운데 270여석 정도를 확보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실제로는 무려 331석을 얻었다. 선거 결과를 두고 여론조사 업계에서 “1992년 이후 최대 이변”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영국 언론들과 외신들은 보수당이 이렇게 압승을 거둔 배경에 대해 ‘경제주의’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2010년 보수당이 노동당을 제치고 집권한 후 영국 경제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0.6%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0.3%를 두 배 앞질렀다. 재정적자 규모도 지속적으로 줄었다. 노동당이 집권하던 2009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가 11.3%에 이르렀으나, 보수당 집권 후 지난해 말에는 5.3%까지 떨어졌다. 보수당은 3년만 더 집권하면 현재 860억파운드(약 145조원)인 재정적자를 2019년까지 70억파운드 흑자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코틀랜드 달래기…큰 숙제 받은 캐머런
캐머런 총리는 현재 이중으로 과제를 안고 있다. 일단 영국 내에서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간 정치적 골을 메우는 것이 급선무다. 지난해 스코틀랜드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SNP가 제3당으로 부상한 이번 총선은 영국에 ‘스코틀랜드 독립’이라는 이슈를 되살렸다. 특히 보수당이 노동당을 공격하기 위해 “노동당이 정권을 잡으면 SNP와 협력할 것”이라며 잉글랜드의 반스코틀랜드 감정과 민족주의에 호소하며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정치적 골은 더욱 깊어졌다. 마이클 케니 런던 퀸메리대 정치학 교수는 “이런 식으로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갈등을 부추기다가는 영국이 민족적 분열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일단 “자치권 확대 계획을 빨리 시행하겠다”고 스코틀랜드 껴안기에 나섰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다시 실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캐머런 총리는 5월 10일(현지시간) 현지 채널4 방송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주민투표를 했고, SNP도 실제 또 다른 주민투표를 추진하고 있지 않다”면서 “또 다른 주민투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니콜라 스터전 SNP 당수가 이번 총선 투표는 독립 재투표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필요한 건 영국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것”이라며 “보수당 정부는 웨일스와 스코틀랜드에 자치권한을 부여해 우리가 한 약속들을 지킴으로써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투표가 당장의 목표는 아니라는 취지로 언급해온 스터전의 발언을 기정사실화함으로써 재투표 추진 전망이 번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9월 실시된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 주민투표 개표 결과 독립 반대가 55.3%, 찬성(44.7%)보다 많았다. 그럼에도, 캐머런과 스터전이 자치권한 이양 수준에 대해 다른 눈높이로 보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스터전은 BBC 방송에 출연, 캐머런 총리와 나눈 대화를 소개하면서 캐머런 총리에게 ‘스미스 위원회’ 권고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이 문제에 관해 캐머런 총리와 추가 논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캐머런 총리가 자신에게 ‘스미스 위원회’가 권고한 대로 더 많은 자치권을 스코틀랜드에 부여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지난해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투표가 부결된 이후 보수당과 노동당 등 주요 정당들이 참여해 구성한 ‘스미스 위원회’는 스코틀랜드에 부여할 자치권에 대한 큰 방향을 제시했다.
 
“EU탈퇴 국민투표 내년으로 앞당길 수도”
민족주의 감정이 고조되면서 스코틀랜드 독립 재추진 이슈와 함께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의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2013년 캐머런 총리는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할 경우 2017년 이전까지 국민투표를 통해 영국의 EU 탈퇴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승부수도 띄웠다. 과거에도 영국은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뒤늦게 합류(1973년)하고서 불과 2년 뒤인 1975년 EEC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해 잔류를 선택했던 경험이 있다. 유럽 대륙에서 떨어진 섬나라임에도 과거 세계를 제패했던 대영제국의 자존심과 영국 특유의 실용성, 유연성 등을 바탕으로 자국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외로운 싸움을 지속할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 재정위기 이후 영국 경제는 가장 빠른 경기회복 속도를 나타내며 디플레이션 고민에 빠진 다른 유럽 선진국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2.8%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고 실업률도 최근 5.6%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올해 1분기(1~3월)에는 회복세가 다소 더디긴 했지만 이런 경제성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브렉시트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한편 유럽의 연구기관들은 각종 보고서를 통해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14% 수준인 연간 560억 파운드 규모의 경제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EU 탈퇴 후에도 유럽 국가들과의 원활한 무역거래를 위해 더 많은 정치적 희생이 동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 입장에서도 부정적인 견해가 압도적이다. 세계 금융 중심지이자 다국적 기업의 전략 요충지인 영국 런던이 멀지 않은 미래에 높은 관세와 각종 규제 장벽, 저임금 인력 부족 등으로 고비용 구조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5월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캐머런 총리가 EU탈퇴 국민투표 추진 속도를 높여 이르면 2016년 7월쯤 국민투표를 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 소식통은 “우리는 2017년이 정해진 시점이 아니라 마감시한이라는 뜻이라고 늘 말해왔다”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캐머런 총리가 이달 27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연설에서 EU탈퇴 국민투표 법안이 언급된 후 즉시 하원에 상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원을 통과한 법안이 상원에서 반대에 부딪힌다고 해도 EU탈퇴 국민투표 법안은 통과될 수 있다. 1년을 기다리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영국의 하원 우위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 상원에는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의 공약을 저지하지 않는 ‘솔즈베리 원칙’도 있다. 가디언은 “캐머런 총리가 EU탈퇴 국민투표를 밀어붙이는 데는 주변국의 정치 일정과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2017년에 치러질 프랑스 대선, 독일 총선 전에 EU탈퇴 국민투표를 실시해 정치적 충돌을 최대한 피하겠다는 계산이다. 정부 소식통은 가디언에 “EU 정상회의에서 각국 선거결과가 명확해질 때까지 (EU탈퇴 국민투표에) 깊이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이 올해와 내년에 이뤄져 프랑스와 독일의 선거 전에 끝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캐머런 총리가 2010년 임명된 데이비드 리딩톤 유럽담당 장관을 유임시키면서 EU와의 협상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렸다.
   
‘공정한 감각의 회복(renewal)’
캐머런 총리는 5월 11일(현지시간) 보수당 국회의원 평의원들 모임인 ‘1922 위원회(1922 committee)’에 참석해 밝힌 집권 2기의 슬로건은 ‘공정한 감각의 회복(renewal)’이다. 압승을 거둔 보수당 승리 배경을 두고 반(反) 유럽연합(EU), 반(反) 이민 등 민족주의 감성을 건드려, ‘수줍은 토리(선거 전에 의견표출을 꺼리는 보수당 지지자)’의 결집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이 때문에 워싱턴포스트(WP)는 캐머런 총리를 벤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빗대, 두 총리가 재선에 승리를 위해 “공포요소”에 의존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지난 3월 이스라엘 총선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 등 위기감을 조성했다면, 캐머런 총리는 노동당이 다수당이 되면 사실상 의회는 SNP이 장악한다며 민족주의를 자극했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보수당의 승리에 기여한 ‘분열공포’는 집권 후 가장 심각한 후폭풍을 가져올 전망이다. WP는 이번 총선을 ‘끝의 시작’이라며, EU탈퇴와 스코틀랜드 독립이 현실화된다면 “캐머런 총리가 ‘리틀 잉글랜드의 건국의 아버지’가 될 수도 있다”고 비꼬았다. EU 회원국들 사이에서도 영국의 분리시도에 대한 경고가 쏟아지고 있으며, 각국 지도자들은 캐머런 총리의 해명을 압박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캐머런 총리는 총선 승리 후 기자회견에서 “하나 된 영국”을 강조했고, 또 다른 TV인터뷰에서는 “유럽 지도자들과 재협상이 먼저이며, 그 다음이 국민투표”라고 말을 바꿨다. 결국 국내 분리주의를 잠재우고, 유럽연합 등 외부와의 관계정상화를 이끌어야하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재임 초기 행보에 당분간 세계인들의 눈이 쏠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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