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친환경 산업정책을 확대하면서 ‘전기차 시대’가 부쩍 다가온 가운데, 자동차업계에서도 관련 준비에 분주하다. 특히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인 이른바 ‘애플카’ 개발을 위해 현대자동차그룹에 협력을 제안한 뒤 현재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업의 협업에 따른 시너지 여파는 상당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5위권의 완성차 생산기반을 갖추는 등 경쟁력을 입증했고, 애플 역시 미국의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이름이 높기 때문이다.
2024년 출시 목표…가능할까?
우리가 알고 있는 애플은 그동안 스마트폰, 노트북 등 디지털 기기의 시대를 이끌어왔다고 평가된다. 그런 애플이 모빌리티 혁명인 ‘자율주행 전기차’를 개발하겠다고 천명했다.
앞서 애플은 지난 2014년 ‘프로젝트 타이탄’으로 불리는 자율주행차 사업부를 신설하는 등 오랫동안 자동차 개발을 구상해 왔다. 2017년엔 미국 캘리포니아주 교통당국(DMV)으로부터 자율주행차 기술을 시험하기 위한 공용도로 주행을 허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등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이를 기반으로 애플은 최근 자율주행 전기차 진출을 공식화했다. 애플 측은 오는 2024년까지 ‘애플카’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여러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로 폭스바겐, 중국 지리자동차, 재규어랜드로버, 혼다자동차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던 중 현대자동차그룹이 애플과 자율주행 전기차 생산을 위한 협력 방안을 협의 중인 사실이 확인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관련 사실이 알려진 직후 현대차 주가는 20% 급등했다. 그동안 ‘콧대 높은’ 기업으로 이름을 떨쳐왔던 애플에서 먼저 협력을 제안했던 만큼 관련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협력이 성사된다면 전기차 배터리 개발 분야도 포함돼 양사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지난달 현대차는 ‘인베스터데이’를 통해 전고체 배터리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글로벌 배터리 회사 중 선두권 업체 3곳이 한국에 있다는 점과 이들이 현대차와 돈독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는 점 등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현대차, 글로벌 전기차 입지 확대 중
현대차는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 판매 4위에 자리하고 있다. 최근 자체 개발한 전기차 플랫폼(E-GMP)도 발표한 가운데, 양산능력과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연간 800만 대의 양산능력은 물론 현대모비스 등 안정적인 부품 계열사도 IT 업계가 갖지 못한 강점이다.
사실 현대차는 미래차 시대 준비를 위해 자체적인 전환 체제 구축에 나선 상태다. 지난해 3월 앱티브와 자율주행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했고 지난달 1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해 로봇기업 ‘다이노믹스’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스마트 모빌리티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동맹 소식에 기대 속 우려 교차
업계에서도 양사 동맹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는 최근 수년간 미래차 기술에 과감하게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애플 역시 현대차의 광범위한 시장에 매력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업계 또 다른 일각에선 두 회사가 실제 ‘애플카’ 양산을 위해 손을 잡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애플의 글로벌 영향력에 따라 현대차가 자칫 애플의 차헝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의 자체 개발 차량보다 애플 전기차에 회사 역량이 쏠릴 수 있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사실상 사업 부문이 겹치는 부분도 상당하다고 판단한다.
애플은 현재 자율주행차에 탑재될 인공지능(AI)와 운영체제(OS), 배터리 등 미래차 기술 개발에 도전하는 만큼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과 유사한 것은 사실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업계뿐만 아니라 양측의 합의도 아직 조심스러운 것으로 봐서 구체적 윤곽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재 자동차 산업은 친환경 에너지와 IT기술이 도입된 ‘미래차’ 산업으로 중심이 옮겨가는 모습이다. 실제로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 세계 자동차 수요는 15% 감소했지만, 전기차 수요는 30%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자동차 산업이 전동화·자율주행·커넥티드 등 첨단기술을 핵심으로 하는 미래차시대 진입을 위해 빠르게 체제 준비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구글과 테슬라 등 IT기반 기업과 스타트업들이 미래차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앞으로도 기존의 완성차 업계와 IT기업들의 협력은 지속해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