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르네상스] 기존의 작용기 대체할 ‘만능 작용기’ 개발되다
[R&D르네상스] 기존의 작용기 대체할 ‘만능 작용기’ 개발되다
  • 박소연 기자
  • 승인 2021.01.0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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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IBS), 카이스트와 함께 기존의 작용기 대체할 ‘만능 작용기’개발
전극만 이용해 분자의 반응성 자유자재 조절 성공
박소연 기자 psy@monthlypeople.com
박소연 기자 psy@monthlypeople.com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백무현 부연구단장(KAIST 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한상우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나노텍토닉스 창의연구단장)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전압을 가하는 것만으로 분자의 반응성을 조절할 수 있는 만능 작용기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분자의 전기적 성질을 결정하는 원자단인 작용기를 전극이 대신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전극을 활용해 다양한 화학반응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여러 작용기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하나의 만능 작용기를 개발한 것이다.

여기서 작용기(Functional group)는 유기화합물의 성질을 결정하는 원자단을 일반적으로 지칭한다. 같은 작용기를 가진 분자라면 같은 분자가 아니라도 화학적 성질이 유사하다. 가령, 하이드록시기(OH)라는 작용기를 가진 유기화합물을 알코올이라고 부르는데, 술의 주요 성분인 에탄올(C2H5OH)과 인체에 유해한 메탄올(CH3OH) 등이 여기 해당한다. 이들처럼 하이드록시기 작용기를 가진 유기화합물은 많은 공통점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수소결합을 통한 물에 대한 높은 용해도이다. 작용기는 전자를 끌어당기거나/밀어내는 효과를 통해 분자의 전기적 특성을 조절하고 전자밀도 분포를 조절하여 분자의 반응성을 결정하는 것으로, 이는 화학반응의 평형과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1937년 미국의 화학자(루이스 하메트)가 작용기의 종류에 따른 분자의 전기적 성질 변화를 정량화한 공식을 만든 뒤, 80여 년 동안 화학반응을 이해하는데 이 공식이 활용되었다. 하지만 기존 밝혀진 작용기는 하나의 작용기가 정해진 특정 전기적 효과만을 줄 수 있어 분자의 전기적 성질을 세밀하게 조절하기 어려웠다. 또한, 복잡한 분자는 여러 단계를 거쳐 합성되는데, 반응마다 최적 효과를 줄 수 있는 작용기를 활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백무현 연구팀은 전압을 가해 분자의 전기적인 성질 조절하고, 반응성을 조절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전압만으로 분자의 반응성을 조절하게 되면, 여러 종류의 작용기를 가지는 분자들을 합성해야 했던 기존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 하나의 전극이 여러 작용기를 대체하는 만능 작용기역할을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기존보다 더 세밀하게 유발효과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기존에는 하나의 작용기가 하나의 전기적인 효과만 영구적으로 주었다면, 새롭게 연구된 만능 작용기는 반응 중간에도 분자의 반응성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만능 작용기의 모식도 [사진=과기부]
만능 작용기의 모식도 [사진=과기부]

이러한 만능 작용기구동 원리는 화학반응에 쉽게 참여하지 않는 금 전극 위에 유기 분자를 부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로써 더 안정적으로 분자를 관찰하고 또 화학반응의 진행 정도를 표면증강 라만 분광법(SERS)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 금 전극에 음(-) 전압을 걸게 되면, 전극이 기존의 전자 주는 기효과를 내어, 전극에 부착된 유기 분자의 반응 부위 주변의 전자밀도가 높아진다. 반대로, 금 전극에 양(+) 전압을 걸게 되면, 전극이 전자 끄는 기효과를 내어, 전극에 부착된 유기 분자의 반응 부위 주변의 전자를 당겨오게 된다. , 전자밀도가 낮아지는 효과를 준다. 기존에는 서로 다른 작용기를 가지는 분자들을 각각 합성해야 가능했던 작업을 전압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대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전극이 기존 작용기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만능 작용기(B)’는 전압 조절을 통해 기존 여러 종류 작용기(A)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연구진은 전극이 기존 작용기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만능 작용기(B)’는 전압 조절을 통해 기존 여러 종류 작용기(A)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사진=과기부]

이번 연구는 80여 년간 널리 사용돼 온 전통적인 화학적 실험법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는 학술적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백무현 부연구단장은 다양한 화학반응을 간단하게 조절할 수 있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으로 학계의 다양한 후속연구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산업 규모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만능 작용기개발을 위한 후속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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