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범규 서강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인체균형성장 연구센터장
최범규 서강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인체균형성장 연구센터장
  • 박성래
  • 승인 2016.07.0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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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서강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인체균형성장 연구센터장

의학과 공학, 공학과 예술, 예술과 정보통신(ICT) 등 기존 영역의 경계를 넘은 다양한 융합은 이 시대의 혁명적 변화이자, 미래를 열어갈 화두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기술의 한계와 장벽을 가뿐히 뛰어넘을 혁신적인 기술들은 인류가 상상하지 못했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최범규 서강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인체균형성장 연구센터장은 방광의 압력을 측정해 치매환자, 척추환자 등의 배뇨관리를 해주는 시스템부터 힘의 원리를 활용한 악정형 치료를 통해 호흡과 신체의 균형을 확보하는 ‘람파’ 등 역학과 의학을 접목시킨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배뇨관리 시스템 개발로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

인구 고령화와 함께 만성 신부전증 환자 역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만성신부전증 진료 환자는 2009년 9만 596명에서 5년 후인 2013년 15만850명으로 연 평균 13.6%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광질환으로 시작된 불편함에서 척추 손상, 신경조직 인상, 전립선 비대증으로 이어져 괄약근 손상과 요실금 등 배뇨장애를 일으키고, 이는 신부전증 등 신장질환으로 연결된다.

최범규 교수는 방광질환과 배뇨장애, 신장질환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왔다. 방광내압 모니터링을 위한 압력센서 시스템, 배뇨기능을 위한 배뇨제어밸브시스템, 고효율혈액투석을 위한 인공 혈액 투석 단위장치 개발이 주된 내용이다. 5개년에 걸친 과제로 진행된 본 연구는 서강대학교에서 기계적인 시스템 설계를, 가톨릭대학교에서 배뇨장애와 관련한 임상실험과 독성 검사 등을 진행하며 구체적인 모습을 갖춰왔다.

최범규 교수는 방광질환과 배뇨장애, 신장질환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왔다. 방광내압 모니터링을 위한 압력센서 시스템, 배뇨기능을 위한 배뇨제어밸브시스템, 고효율혈액투석을 위한 인공 혈액 투석 단위장치 개발이 주된 내용이다. 제공=최범규 교수

현재 신장질환 관리를 위한 시스템은 미국과 일본에 특허 등록을 마쳤고, 중국과 유럽에서도 특허 등록이 진행 중이다. 최 교수는 고효율혈액투석을 위한 인공 혈액 투석 단위장치는 새로운 기술이자 최초의 기술로써 그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배뇨기능을 위한 배뇨제어밸브시스템 역시 현재 시작품을 만들어 출시한 상태로, 향후 2~3년 내에 임상실험을 거친 후 상품화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 덧붙였다.

'방광 압력 모니터링 앱(Application)'은 방광 압력 모니터링 장치와 블루투스 통신을 통해 방광압력을 모니터링하고 배뇨밸브를 제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벌된 안드로이드 기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다. 제공=최범규 교수

최 교수가 개발한 비뇨기질환 모니터링 및 치료기기 시스템은 방광 압력 모니터링 어플리케이션인 WBSM(Wireless Biomedical Sensor Monitoring Host)을 통해 환자들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스스로 배뇨를 관리할 수 없는 치매환자, 척추환자 등을 위한 것으로, 방광에 오줌이 차면 얼마나 찼는지를 실시간으로 간병인에게 알려주거나 앱을 통해 상태를 전달한다. 또한 환자 스스로도 밸브를 통해 직접 배뇨할 수 있도록 on/off 제어 시스템을 도입했다. 여기에 참여기업 카이엠과 코아칩스가 각각 앱 개발과 전자회로 개발을 담당한 바 있다.

“비뇨기질환 모니터링 및 치료기기 시스템 개발은 국제적 기술우위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실제 의료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습니다. 향후 보다 작은 사이즈로 기기를 만들어 환자들이 보다 편하게 착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습관에 따라 변하는 얼굴을 바로잡다

현재 최범규 교수는 악정형 치료를 역학적 관점 에서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힘의 원리를 이용해 기도를 확보하며 수술 없이 문제의 근원을 해결할 수 있는 악안면 성장치료라 설명했다. “숨을 쉬는 습관에 따라 얼굴이 크게 바뀔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 나쁜 자세 등으로 코가 막히게 되면 입으로 숨을 쉬며 상악복합체가 하기도의 방향으로 빨려 내려가게 됩니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 안모가 길어지게 됩니다. 상악 복합체를 구성하는 상기도도 좁아지고, 특히 하악이 밑으로 자랄수록 하기도가 좁아져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 하악을 앞으로 내밀면서 고개를 드는 자세를 취하게 되고, 여기서 더 진행될 경우 경추 자체가 전방으로 이동하며 눈을 치켜뜨는 자세의 삼백안, 부정교합 등이 발생하게 됩니다.”

최 교수는 입으로 숨을 쉬면서 입 속 공간이 협소해지며 기도가 좁아지고, 숨쉬기가 불편해지므로 틱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의 증상이 동반될 가능성도 연구에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역학적으로 볼 때 기도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여 구강을 좁아지게 하는 힘이 지속적으로 가해진다면 치열 역시 변형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한 기존에 행해지는 설방이 좁아지는 양악수술이나 발치교정에서 이미 좁아진 입의 공간을 좀 더 좁아지게 하므로, 장치를 제거했을 때 spring back, residual force 같은 힘의 불균형에 의해 턱관절 질환, 교합 질환 등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새로운 힘의 균형을 찾아 다시 원래의 상태로 복원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연구센터 부소장인 이 영 박사(Mitani Yasushi)는 MHE, CCR, ROA 등의 구강 내 장치를 개발했다. 각각의 장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세밀한 실험을 진행해왔다. 그는 힘을 가하여 구조를 변형시키는 것이 치료의 기본 원리이므로, 역학을 활용해 정확하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구강 내 장치 만으로 전체를 변화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사용 중인 구강 내 장치로는 어린이 부정교합 환자의 30%만을 치료할 수 있다는 한 저명한 소아치과 의사의 의견을 언급하며, 최 교수는 나머지 70%의 환자는 전체적으로 후하방으로 변형된 상악을 전상방으로 이동시키는 구강 외 장치 ‘람파 (RAMPA, Right Angled Maxillary Protraction Appliances)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JTBC 교양프로그램 에서 배우 정은표의 아들 정지웅 군이 람파의 실제 환자로 소개되기도 했다.

제공=최범규 교수
제공=최범규 교수
(전체 그림 설명) 현재 최범규 교수는 약정형 치료를 역학적 관점에서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힘의 원리를 이용해 기도를 확보하며 수술 없이 문제의 근원을 해결할 수 있는 악안면 성장치료라 설명했다. 제공=최범규 교수

역학을 적용한 구강 외 장치, ‘람파(RAMPA)’

“악안면 변형을 겪거나, 턱관절 문제로 병원을 방문할 경우 보통 수술을 권유하거나, 심각할 경우 수면 중 기도가 막혀 죽음에 이를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합니다. 람파는 이러한 증상을 개선 및 치료할 수 있는 장치라 생각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범규 교수는 구호흡의 힘벡터와 설골과 설근, 주위 근육의 하방이동을 상쇄할 수 있는 장치가 람파라 설명했다. 람파를 활용해 구호흡에 의한 negative 힘벡터와 설골하근군의 활성에 의한 negative 벡터를 소실시키고, 상악의 전상방 이동과 좌우 확대로 설방을 확보하여 설골근군(혀의 뼈, 근육 무리)이 전상방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부여하여 설골근군의 negative vector 를 positive vector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에 관해 먼저 연구를 진행했던 것은 재일교포인 이영 박사(Mitani Yasushi) 였다. 골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에 수술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안해낸 장치로, 일본 내에서 특허를 취득한 바 있다. 최 교수 는 이 박사와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치과의사 교육에도 힘쓰고 있었다. 그는 페이스마스크 등 교정을 위한 장치들이 있지만, 람파와는 힘벡터의 방향이 다른 기구이기 때문에 역학적으로는 람파에 대등한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라 설명했다. 람파는 입 안에 마우스피스형의 구강내장치를 접착하고, 바깥의 고정된 봉 쪽에서 잡아당기는 구조로 되어있어 상악이 앞쪽으로 당겨지도록 힘을 가한다.

최 교수는 오랜 시간 아주 미세한 힘으로 적용되기에 부작용이 작다고 설명하며, 상당한 중요성을 갖는 기구이기에 람파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세한 힘으로 치료하는 장치인 람파는 그만큼 오랜 시간 장착해야 하는 기구이기도 하다. 최 교수는 어린이의 경우 최소 12시간 이상, 나이가 들면 구조가 변형되는 기간 역시 길어지기에 최소 15시간 이상 착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실생활에서도 착용해야 하는 장치이기에 디자인과 재질 등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어린 아이의 경우 람파를 빨리만 사용한다면 수개월 내에 많은 개선을 보기도 합니다. 어릴 때의 예쁜 모습 그대로 성장할 수 있는 거죠. 실제로 환자들로부터 코로 숨 쉬는 게 편해졌다. 아토피와 여드름이 사라졌다, 시력이 좋아졌다, 키가 커졌다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이에 관해 최 교수는 나비뼈가 변형되며 신경관, 혈관이 눌리고, 뇌하수체의 변형으로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정상적인 힘을 받는다면 호르몬, 신경, 혈관 등에 모두 이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람파를 통해 작은 힘을 긴 시간동안 가하면 이러한 비정상적 힘에 의한 변형들이 감소하며 성장호르몬이 회복되어 키가 좀 더 자라고, 시력이 개선되고, 아토피가 사라지는 등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진료센터(행복한문화공동체 연치과)에 내원하는 환자들은 6개월마다 혈액검사와 모발검사, 시력검사, 키의 측정을 통해 호르몬, 면역세포의 수치 등이 정상으로 돌아옴을 확인하고 있다.

최 교수는 나비뼈의 변형을 발생시키는 힘벡터를 연구한다면 향후 성형외과, 피부과, 신경외과, 정신과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 이라며, 이를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람파를 활용해 어떻게 변형되는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살피며 상악이 전상방으로 이동하고, 하악도 전상방으로 회전함과 동시에 변형에서 회복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상기도가 넓어지면 코로 숨을 쉬게 되고, 수면장애나 천식의 문제 등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구센터 부소장인 이 영 박사(Mitani Yasushi)가 고안한 구강내외장치는 12세 미만의 경우 12시간 이상, 12세 이상은 15시간 이상 착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 이러한 장치를 착용하고 일상생활을 병행하는 데에 불편함이 따르기에 이를 지키기 힘든 경우가 많다. 최 교수는 정확한 효과 측정을 위해 ‘메디컬 블랙박스’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환자가 장치를 착용한 시간이 기록되고, 치과에서 이를 판독하는 것이다. 그는 온도센서와 스위치를 장착한 이 장치로 특허를 취득한 바 있다.

최 교수는 현재 구강내장치는 유럽에서 개발이 되어 이를 공급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 덧붙였다. 그는 이 구강내장치에 람파와 메디컬 블랙박스를 합쳐서 개발할 계획이라며, 이 장치가 개발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보다 개선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 을 것이라 전했다. 특히, 어린 아이의 경우 3년 이내에 안면 골격 교정이 가능하고, 적은 힘을 사용하는 장치로 통증 없이 치료효과를 볼 수 있어 더 각광받을 것이라 기대된다. 또한 최 교수는 일본과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기초과학과 융합, 미래 성장을 위한 동력

최범규 교수는 노벨상 수상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한국 과학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초과학이 약한 것이 그가 진단하는 원인이다. 지난 급성장 속 결과중심의 성장과정은 기초과학 분야에도 적용되어 빠른 결과를 부추겨왔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가 많은 발전을 이뤄왔지만 일본과 비교했을 때 노벨상에서는 뒤처지는 이유라며, 기초 과학에 대한 투자가 강화되어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또한, 융합을 이끌어갈 그룹이 없는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새로운 융합 과제가 생겼을 때, 이를 정확히 판단하고 심사할 그룹이 없기에 발전의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인류에 대한 사랑’이 모든 연구의 기본이라 말한다. 자신의 분야를 넘어 사람을 이롭게 할 아이디어를 현실화해 나가는 그의 모습 속에서 연구자로서, 학자로서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그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융합과 기초 과학이 강한 대한민국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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