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의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 우주의 근원을 찾는 입자물리학의 거장, 그의 여정은 계속된다
김진의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 우주의 근원을 찾는 입자물리학의 거장, 그의 여정은 계속된다
  • 안수정
  • 승인 2016.05.2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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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의 모든 법칙에는 그에 대응하는 상징적인 인물이 있다. 양자역학의 경우 닐스 보어와 에르빈 슈뢰딩거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고, 상대성이론을 말하면 누구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떠올릴 테다. 그렇다면 입자물리학을 상징하는 대표적 인물을 한 명만 꼽으라면 누가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 매우 가볍고 수명이 긴 액시온 이론을 제안한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김진의 교수다. 액시온은 원자핵 내에 있는 양성자, 중성자의 결합력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가상 입자다. 해당 입자의 성질을 예측하던 김 교수는 액시온이 ‘보이지 않는’, 즉 ‘다른 물질과 반응하지 않는 성질’을 가졌다고 처음 주장했다. 그로부터 40년 남짓, 현재까지 왕성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김 교수를 과학기술 50주년을 기념해 인터뷰했다. 
 
우주의 강력한 암흑물질 후보 ‘아주 가벼운 액시온’ 창안
우주에서 근본적인 중대 질문을 꼽는다면 바로 “암흑물질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일 것이다. 광활한 우주에서는 5% 정도만 우리에게 친숙한 일반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고, 95%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 상태다. 이 가운데 우주를 가속 팽창시키는 미지의 에너지인 ‘암흑에너지’가 68%를 차지하고, 27%는 빛을 내지 않지만 중력 효과를 미치는 특이한 물질인 ‘암흑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이 암흑물질의 후보 중 가장 주목받는 하나가 액시온이다.
  
물리학계에서 김진의 교수를 주목한 시점은 1970년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강력한 근본이론인 양자색역학(QCD; Quantum Chromodynamics)이라는 것이 완성되자 물리학자들은 강력도 CP 대칭성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알게 되었다. 이에 김 교수는 연구원 시절인 1979년 ‘아주 가벼운 액시온(invisible axion)’을 창안하여, 암흑물질 후보로 이용되는 액시온의 근간을 설정하면서 두 편의 세계적 개괄논문을 집필했다. ‘아주 가벼운 액시온’은 QCD가 CP 대칭성을 보존해야 하는 이론 중 가장 아름다운 대칭성과 연관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초끈모형에 항상 나타나는 입자다. 해당 이론의 우수성은 유명 개괄논문 Physics Report 및 Reviews of Modern Physics로부터 같은 주제로 두 번이나 초청되었다는 것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Reviews of Modern Physics는 물리학 분야에서 IF가 제일 높은 IF44에 해당하며, 극히 제한된 사람만 초청받아 집필할 수 있는 저널이다. 저자수로 따져 RMP에 싣는 것은 대단히 어렵고, 연구자로서 영광스러운 일이다. 한국인 중 RMP에 초청된 학자로는 김 교수 외에 그의 선배였던 한국 입자물리학의 대부 이휘소 박사뿐이라는 점에서 그의 활동은 의미가 남다르다. 논문의 총 피인용회수도 총 8001회로 노벨상 수상자의 평균에 근접한 수치다. 
  
모든 연구에는 ‘마침표’가 없고, ‘물음표’만 존재한다고 했던가. 그의 머리와 가슴 속에도 거대한 물음표가 새겨진 모양새다. 김 교수의 말에 따르면 ‘아주 가벼운 액시온’은 긴 수명 탓에 지금도 우주에 꽉 차 있고 현재 시점에서도 우주론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그로 인해 액시온의 발견 가능성 및 초끈이론으로부터의 ‘아주 가벼운 액시온’ 유도 등 김 교수의 연구는 현재 진행형이며, 인터뷰를 위해 기자가 방문한 당일에도 그는 또 한 편의 논문을 게재했다고 담담한 어조로 전했다. 이론적으로 액시온이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지, 발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그의 열정은 연구실을 가득 채웠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우주론의 전체를 다루는 책을 세계 각 전문가 5명과 함께 집필 중이며, 그 중 암흑물질에 관한 집필을 맡아 이론 입자물리학 발전에 공헌하고 있다. 이러한 다각도의 노력을 통해 그가 이론적으로 제시했던 액시온을 발견하려는 경쟁은 전 세계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국내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단도 ‘한국형 액시온 실험’으로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김 교수는 연구활동 뿐만 아니라 이론물리 심포지엄을 6회에 걸쳐 개최하고 2000년 9월에는 국제학회 COSMO-2000을 제주도에 유치해 스티븐 호킹(Hawking)박사를 초청하는 등 국내·외 학술활동도 이바지 했다. 서울대학교를 떠나 경희대학교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활발한 연구로 한국 이론물리학 발전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 더욱이 매번 강의 내용을 살펴보며 학생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김 교수. 입자물리학에 대한 식지 않는 그의 열정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매 순간 가슴을 뛰게 하는 원동력 ‘입자물리학’ 
“입자물리학은 우주는 어떤 종류의 입자로 구성되어 있는지, 그들은 어떤 힘의 법칙을 가지고 운동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우주가 시공간의 한 점에서 탄생될 때 가장 기초가 되는 힘의 법칙을 찾아내는 것이죠. 우주의 기본 입자를 찾아내는 것은 입자물리학자들의 꿈이며, 이러한 의미에서 액시온은 저의 꿈이기도 합니다. 꿈과 마주해서인지 몰라도 연구를 진행하는 내내 희열을 느끼고 있습니다.”
  
김진의 교수 연구실을 가득 메운 책들 가운데 한 권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화공학과를 졸업한 그를 물리학의 거장의 길로 이끈 ‘파인만의 강의록’이다. 저자는 만약 인류가 멸망하게 되어 한가지만을 미래의 지적인 생명체에 남긴다면 ‘원자론’을 남긴다고 했다. 여기에 김 교수는 ‘우주의 기본 입자들’을 남기길 희망했다. 광활한 우주의 법칙, 모든 것의 시작이 원자에 담겨있다는 뜻이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후학들에게 다른 실험을 모방, 발전시키는 ‘추격형 연구’를 지양하고,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선도형 연구’를 수행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끊임없는 도전정신이 시류를 만났을 때, ‘최초 발견자’의 주인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끊임없는 호기심과 노력들이 켜켜이 쌓여 다양한 물리학의 난제를 푸는 열쇠가 된 것은 아닐까? 김진의 교수는 인터뷰 마지막까지 우주의 기본 입자를 찾아내는 지속적인 여정을 다짐했고, 액시온을 향해 있는 그의 눈은 어김없이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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