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무인약자판기 과연 괜찮을까?
비대면 진료, 무인약자판기 과연 괜찮을까?
  • 박금현 기자
  • 승인 2023.01.07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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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큰약국 김동완 대표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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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진료는 코로나19로 인해 환자가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전화로 의사와 상담하고, 약국에서 조제된 약은 배달 등 방식으로 수령할 수 있는 제도로 2020년 3월부터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비대면진료의 허점을 노리고 무자격자의 의약품을 조제하거나 본인부담금 면제로 환자를 유인한 의료기관 등이 적발됐다.
지난해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한시적으로 허용되어 운영 중인 비대면진료와 관련한 불법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정보에 따라 지난해부터 수사한 결과, 관련 플랫폼 업체 1개소, 의료기관 2개소, 약국 4개소 등 총 7개소를 적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탈모약이나 여드름치료제 등은 기형유발 등과 관련된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전문의약품임에도 환자에 대한 상담 없이 약을 배송할 경우 위험에 노출될수 있다. 또한 환자에게 유명 알러지약을 약국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처방해주겠다고 권유하면서 본인부담금 등을 면제해줬다. 하지만 본인부담금의 몇 배에 해당하는 건강보험급여는 정상 청구한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의료법에는 본인부담금을 면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비대면처방전의 경우 환자 방문 없이 조제한다는 점을 악용하여 무자격자가 약품을 조제하다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해당약국은 처방전과 다른 약품을 조제, 배송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무자격자의 조제사실이 추가로 드러난 경우다. 환자는 집에서 약을 배송받기 때문에 누가 조제하였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고, 전화를 통한 복약지도 또한 없었기 때문에 무자격자의 조제행위에 대한 단속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셈이다. 또한 일반의약품인 종합감기약 등은 약국을 방문하여 직접 구매하여야 함에도 비대면진료 어플에 ‘일반의약품 배달’ 서비스 기능을 탑재하여 소비자가 가정상비약을 주문토록하고 3개 약국이 이를 불법배송하다 적발됐다. 비대면진료 허용은 코로나19 방역의 일환으로 환자가 병원에 직접 전화하여 진료받는 상황을 전제로 하였으나, 진료-결제-약품배송의 편의를 위해 이를 중개하는 플랫폼 업체가 생겨나면서 그 부작용으로 다양한 불법행위의 가능성 또한 생겨나고 있다.


한편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안전상비약)을 자판기로 판매하는 사업 아이템이 나오면서 논의가 뜨겁다. 안전상비약은 의사의 처방전 없이 기존에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었던 일반의약품 중 주로 가벼운 증상에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이다. 약국뿐 아니라 24시간 연중무휴 운영하는 점포에서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안전상비약은 편의점에서 판매된다. 그러나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안전상비약 포함 상비약 오남용 사례는 중복과 추가복용 등 오남용이 다빈도로 확인됐다. 집에서 먹는 약과 상호작용이 있을 수 있기에 우려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제4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열기 위한 사전 준비 단계로서 전문위원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위원회는 편의점 안전상비약 자판기 안건을 심의, 본 위원회 상정을 보류했다. 산업부는 안전상비약 자판기 안건을 제외한 채 12월 20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무역공사에서 제4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번에 전문위원회에서 심의된 사업 아이템은 안전상비약을 판매하는 자판기를 편의점 앞에 설치하고 이를 운영하는 사업이다. 신분확인 등을 거쳐야 안전상비약을 살 수 있어 환자의 매점매석 등을 막을 수 있게 설계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치 점포 입장에서는 무인화 점포를 실현할 수 있어 인건비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문제는 안전상비약 자판기가 복약지도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안전상비약은 점포 종사자가 관련 교육을 이수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자격요건이 설정돼있다. 편의점 자판기는 복약지도에 준하는 점포 종사자의 안내가 없다. 이는 올해 1월부터 시범적으로 시행될 예정인 원격화상투약기와 다른 점 중 하나다. 원격화상투약기는 약사가 화상으로 복약지도를 진행한다. 전문위원회 위원들은 안전상비약 자판기가 복약지도가 어렵다는 부분을 지적했으며, 이러한 점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밖에도 전문위원회에서는 약물 오남용 등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의약품 유통을 관리하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반대 의견을 개진했으며, 전문위원회에 참여한 대한약사회 측도 강력히 사업 도입을 반대했다.
안전상비약 자판기가 규제 샌드박스에서 사업으로 참여하려면 이러한 지적 사항들을 개선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업체가 보건복지부와 위원들이 요구한 보완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제출된 자료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검토한 이후 재상정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약사회에서는 안전상비약 자판기 도입을 필사적으로 막겠다는 입장이다. 안전상비약도 약인 만큼 국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자판기 도입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장 원초적으로 돌아볼 때, ‘환자와 의료인 간의 대면 진료의 원칙’을 깬다면 지금까지 단단하게 다져온 보건복지시스템이 한순간 무너지는 결과가 오지 않을지 우리 모두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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