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학제간 소통과 열린 시각으로 미래 의학의 열쇠가 될 디지털헬스 발전 주도
다학제간 소통과 열린 시각으로 미래 의학의 열쇠가 될 디지털헬스 발전 주도
  • 박금현 기자
  • 승인 2023.01.02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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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백 대한디지털헬스학회장·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예방의학 교수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이하면서 보건 분야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 경험중심 의학에서 근거중심 의학 시대로 변화한 데 이어 여기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데이터 중심 의학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지금이다. 정보의 주체는 의료인에서 사용자로, 의료서비스는 치료중심에서 예방과 질병관리로, 사후치료는 질병예측과 맞춤의학을 지향하는 의료 패러다임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디지털헬스가 있다. 

고상백 대한디지털헬스학회장·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예방의학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디지털헬스 시대로의 진입 위해 산·학·연·병·관 잇는 가교 역할 수행하는 대한디지털헬스학회

디지털헬스 관련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디지털헬스 생태계가 조성되며 디지털헬스 시장 확대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기대감이 감돈다. 그러나 디지털헬스가 제도화되어 의료시스템에 안착하기까지는 여러 걸림돌이 남았다. 디지털헬스 기술 안전성과 유효성을 점검해야하는 것은 물론 개인정보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 규제 개선 등 넘어야 할 허들이 많다. 정부와 의료계, 산업계, 학계가 충분히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또한 본격적인 디지털헬스 시대로의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다. 대한디지털헬스학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고상백 교수는 실제로 의료현장에 이런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네트워크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라 진단했다. 
대한디지털헬스학회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범했다. 디지털헬스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에 대한 공동의 문제인식을 가진 학계, 의료계, 산업계 및 전문기관 관계자들이 모인 것이다. 이들은 균형적인 시각에 입각한 주체적 활동으로 디지털헬스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에 안정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돕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간다. 고 교수는 건강한 디지털헬스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학·연·병·관 간 원활한 소통에 기반한 협업이 중요하다며, 대한디지털헬스학회가 소통창구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대한디지털헬스학회는 의료계와 학계, 산업계, 정부 등 다학제로 구성된 학회입니다. 회원 간 상호교류와 학회활동을 통해 디지털헬스 분야의 체계적 지식기반을 구축하고, 이를 보급함으로써 건강 복지사회를 구현하고자 창립했습니다.”
건강 패러다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춘 대한디지털헬스학회는 학술교류와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 속에서 디지털헬스 분야 기술정책 및 사회적 수요를 지속적으로 파악·예측하며 필요한 연구개발 사업을 수행하고, 산자부와 중기부, 복지부 등 정부부처와 함께 그 결과를 사회에 환원하는 산·학·연·병·관 협동의 장을 만들어간다. 또한 디지털헬스와 관련한 대중의 인식 제고를 위해 언론과 함께 ‘K 헬스리더를 만나다’라는 제목의 기획 시리즈를 연재하고,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비대면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고 교수는 열린 자세를 강조하기도 했다. 향후 학회는 디지털헬스에 관심을 가진 이들의 자발적 참여와 활동을 통해 디지털헬스 분야의 발전을 이끌어가는 미래지향적인 열린 학회로서 다른 전문 단체들과 포럼 및 얼라이언스를 구성해 상호보완적인 협력체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갈 방침이다. 나아가 전문학회의 위상을 강화하고, 국제학술지 발간 및 국제적인 교류와 학술활동을 통해 디지털헬스 분야 국제 네트워크를 활성화해간다.
“디지털헬스는 그간 기술 중심으로 성장해왔습니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보급에 한계가 있기에 산·학·연·병·관 협업에 기반한 서비스 실증 체계를 구축하며 국민의 생활과 디지털헬스 간 접점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급변하는 산업구조와 고령화 속 불평등 심화되는 직업 환경... 
디지털헬스 기술 활용한 산업보건서비스 개선에 기여

고상백 교수는 지난 11월 대한직업환경의학회 차기 회장으로도 선출되었다. 임기는 2024년 12월부터 2년간이다. 대한직업환경의학회는 매년 봄과 가을에 학회를 개최해 직업환경의학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현안에 대한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한편 국제학술지 AOEM(Annals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을 발간하며 안전보건공단(KOSHA)과 협력하고 있다.
고 교수는 향후 디지털헬스 기술과 대한직업환경의학과의 접목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계획을 전했다. 산업구조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노동인구가 고령화되고 있는 지금은 직업보건 서비스의 확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라는 인식에서다. 고 교수는 고용환경의 변화 및 노동의 유연화 등 새로운 환경이 대두되고 있으나 현재 산업보건서비스는 사업주 지불제도로 인하여 사업장 규모와 고용형태에 따른 불평등이 존재하는 상태라 말했다. 전통적인 유해요인 중심의 접근으로는 만성질병에 대한 건강관리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디지털헬스를 직업보건서비스에 접목한다면 서비스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미충족 의료서비스뿐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고상백 한디지털헬스학회장·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예방의학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고상백 대한디지털헬스학회장·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예방의학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와 만성질환이 확산되고 있기에 전통적인 치료기능과 의료산업만으로는 분명한 한계에 부딪힐 것입니다. 국민의 생활수준 향상, 소득 증가 등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도 확대되고 있죠. 의료서비스 현장의 ICT 수용도 향상과 새로운 디지털헬스 생태계 조성, 부가가치 창출에 대한 기대는 미래 의학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질병이 아닌 사람,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의학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때입니다."

 

국민의 생활 바꿀 디지털헬스, 
융합연구로 미래형 의료산업으로 나아가야

그간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의과학연구처장, 시스템과학융합연구원장, 원주의대 부학장, 유전체코호트연구소장, 인공지능빅데이터의학센터장, 예방의학교실 주임교수 등을 역임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고상백 교수는 코호트 연구를 가장 의미 있는 성과로 꼽았다. 질병의 위험요인을 규명하고, 이를 토대로 지역사회 건강증진에 이바지하고자 수행한 코호트연구는 2005년 40세에서 70세 사이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시작한 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초창기 심혈관계질환 코호트를 구축하던 데서 이제는 대상자의 고령화와 함께 노화인지 코호트로 전환되었다. 고 교수는 3년 전부터는 디지털헬스 기술을 접목하여 라이프로그 빅데이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 진료지원 플랫폼을 구축했다. 2020년 말에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책학부 2021년 정회원에 선출되기도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진료지원 플랫폼은 개인이 동의하면 개인의 진료정보와 약물정보, 건강검진 정보를 담은 라이프로그를 연계하는 사업입니다. 어느 병원에 가든 주치의에게 자신의 건강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의 시범사업이 추진되고 있죠. 이는 디지털헬스에 있어서도 굉장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디지털헬스가 국민의 건강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됩니다.”
기초의학 분야의 예방의학 전문가로서 다양한 임상의들과의 협업을 통한 융합연구를 수행해온 고 교수는 일련의 경험을 통해 후배들이 수련을 받는 과정에서 한쪽 전문분야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분야와 접목하며 시너지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현재 그가 운영 중인 연세대학교 융합형 의사과학자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10명의 전공의가 기초의학 분야의 대학원 과정을 병행하고 있다. 고 교수는 피부과 전문의를 마친 후 의사과학자(physician scientist) 과정으로 자신에게서 예방의학 박사 과정을 마친 제자를 예로 들었다. 제자는 피부과 교수로 돌아간 후에도 자신의 임상영역에 빅데이터 인공지능 영역을 접목하여 유의미한 성과를 창출해가고 있다. 고 교수는 의과대학 학생 때부터 연구에 관심이 있는 후배들이라면 전공의 시절 융합형 의사과학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전문의를 마친 후에는 전일제 의사과학자 과정에 참여하며 통합적 시각을 가진 전문가로 성장했으면 한다는 기대를 전했다.
“의과학 분야는 그간 전문화·세분화를 통한 발전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미래형 의료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학제 간 연계를 넘어 융합을 이루어야 할 때입니다. 인재양성 측면에서도 융합형 의사과학자를 비롯한 미래 의료산업에 적합한 인재양성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국민의 참여에 기반한 디지털헬스, 
우리 사회의 미래 경쟁력 창출에도 분명한 역할을 할 것

고상백 교수는 디지털헬스가 향후 미래 의학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 내다봤다. 과거 경험의학에서 근거중심으로 변모해온 의학은 이제 맞춤형 의학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이른바 4p Medicine(preventive medicine, personalized medicine, participatory medicine, predictive medicine)이다. 고 교수는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참여의학(participatory medicine)이라 말했다. 환자나 주민을 대상화하거나 객체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활용해 라이프로그 정보를 수집할 때에도 참여자들이 충분한 니즈를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결코 의미 있는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는 까닭이다. 고 교수는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충분한 안전망 속에서 수집된 데이터들이 좋은 목적으로 활용되어 디지털헬스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디지털 헬스는 질병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 시설 중심이 아닌 지역 중심으로 가야 합니다. 이러한 패러다임 속에서 디지털헬스 생태계가 꾸려진다면 디지털헬스는 우리나라가 당면한 여러 사회 문제 해결에 주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25년이면 대한민국은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다. 우리나라 인구의 20%가 노인인 시대다. 고 교수는 현재의 병원과 요양시설만으로는 초고령화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단언했다. 의료시스템이 시설 중심이 아닌 지역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구현할 주요한 수단이 바로 디지털헬스이다. 고 교수는 디지털헬스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생태계 구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학·연·병·관 각 분야 여러 주체의 협력 위에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수반될 때 비로소 건강한 디지털헬스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와 농촌 간 건강격차 문제를 줄이는 데에도 디지털헬스가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국가입니다. 2025년에는 20%, 2035년이면 30%가 노인이 되는 사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에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기술과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사회적 협력과 소통이 전제된다면 더 큰 시너지를 얻을 수 있죠. 향후 협력과 소통을 통해 고령화에 잘 대비할 수 있는 국가가 되었으면 합니다. 디지털헬스는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데에도 유의미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고상백 한디지털헬스학회장·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예방의학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고상백 대한디지털헬스학회장·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예방의학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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