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의 자원 플라스틱, 환경문제 주범 아닌 미래 에너지원
축복의 자원 플라스틱, 환경문제 주범 아닌 미래 에너지원
  • 박소연 기자
  • 승인 2020.12.01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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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화학공업㈜ 오원석 회장
동성화학공업㈜ 오원석 회장 ⓒ박소연 기자
동성화학공업㈜ 오원석 회장 ⓒ박소연 기자

50여 년간 우리나라 플라스틱 산업의 발전을 주도해온 오원석 회장은 2019자랑스러운 플라스틱산업인상을 수상하며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플라스틱 포장재 국산화를 이루는 한편 플라스틱의 재활용 및 자원화에 앞장서온 인물이다. 축복의 소재 플라스틱을 에너지 자원으로 재활용하며 인간과 플라스틱의 공생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를 만났다.

 

한국 플라스틱 산업 발전의 주역

올해로 창립 48주년을 맞이한 동성화학공업은 플라스틱 포장 소재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그간 플라스틱 시트 및 수축 필름 생산판매에 전념하며 시트 산업을 비롯한 국내포장산업 발전을 이끌어온 주역이다. 동성화학공업의 수축 필름은 전 세계 30여 개국에 연간 1,500만 불 이상 수출되는 등 품질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간 차별화된 소재개발을 목표로 지속적으로 신소재를 개발해온 동성화학공업은 세계 최초로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는 SPS 수축필름을 개발에 성공했다. SPS 수축필름은 열가소성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에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폴리스틸렌(PS) 합성 필름과 결합할 수 있는 친환경 필름이다. 오원석 회장은 SPS 수축필름 개발을 통해 국내 플라스틱산업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8회 플라스틱산업의 날 행사에서 자랑스러운 플라스틱산업인상을 수상했다. 그는 동양바이닐공업 대표, 동성화학공업 대표, 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 이사를 거쳐 한국재활용협회장 등을 역임하며 우리나라 플라스틱 포장산업 및 플라스틱 재활용 분야에 큰 족적을 남겨왔다. 오 회장은 50여 년간 플라스틱 산업이라는 외길만 걸어온 데 대한 인정을 받아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 말했다.

플라스틱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어차피 써야한다면 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죠. 폐플라스틱은 마지막 순간 우리에게 귀중한 열 자원을 제공하며 승화하는 축복의 소재입니다. 다만 인간의 무성의와 무책임이 복을 화로 돌리는 결과를 낳고 있죠. 지금 우리는 복을 복으로 되돌리는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2012년 프라스틱연합회 설립 50주년을 기념해 플라스틱산업인의 화합을 도모하고, 산업발전에 기여한 유공자를 포상하는 플라스틱산업의 날을 제정한 뒤 매년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포장자재 국산화 더불어 차별화된 소재개발로 세계시장 개척

오원석 회장과 플라스틱 업계와의 인연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장 자재의 국산화가 시급하던 상황이었다. 포장 자재에 필요한 원료 한두 가지 외에는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플라스틱 제조 및 무역에 관한 일을 하던 오 회장은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요청으로 와이셔츠 플라스틱 카라 인서트 제작 요청을 받으며 플라스틱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대우그룹 기술상무와의 연이 닿아 시작한 일이었다며,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당시 국내에서 생산한 와이셔츠가 일본에서 재포장한 후 두 배 이상의 가격으로 미국 시장으로 수출되는 것을 지켜본 대우그룹은 직접 와이셔츠 수출을 결심하고 판로를 개척하는 동시에 국내에서 포장재 생산이 가능한 업체를 물색했다. 와이셔츠 플라스틱 카라 인서트는 일본에서 매달 150톤가량 수입되던 상황이었다. 오 회장은 최근 반도체 소재와 관련해 일본과의 무역마찰이 있었듯 당시 와이셔츠 수출 관건을 일본이 쥐고 있었다며, 우리는 국제적 포장수준의 미비로 수출 상담 자체가 불가능했던 때라고 말했다. 카라 인서트의 국산화 제의를 받은 오 회장은 1970, 7개월간의 연구 끝에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에서 제품 수출 허가를 받은 것이다. 2년간 전량 납품을 보장받는 조건 하에 계약을 체결했다. 아니나 다를까 오 회장의 예상대로 일본은 50%까지 낮은 가격을 제시하며 가격 경쟁에 돌입했다. 오 회장은 2년간 전량 납품이라는 조건 하에 동성화학공업의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 회장은 미국, 유럽, 일본 등을 돌며 시장조사에 나섰다. 국내에서 아직 신문지나 세면포대로 물건을 포장해주던 시절이었다. 그는 포장과 유통, 진열 등 현대식 판매체계를 확인한 시간이었다며, 상품이 아무리 좋아도 물건이 진열대에 있어야 팔릴 수 있기에 포장의 중요성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소모적인 경쟁을 피하기 위해 특수 포장재 분야 개발에 몰두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플라스틱 포장은 독일과 일본이 우리보다 앞서있습니다. 차별화된 제품이 필수적이죠. 대형마켓을 2시간 동안 걸으며 다양한 제품의 포장과 재질, 변화 등 포장 트렌드 변화를 살펴봅니다. 차별화된 포장제품은 구입해 회사 R&D 파트에 보내기도 하죠. 유통이나 보관에 도움이 되며 친환경적인 차별화된 소재개발은 동성화학공업의 모토입니다. 그렇게 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동성화학공업을 이끌어온 48, 오 회장은 무엇보다 신용에 무게를 실어왔다. 제조업의 생명은 신용이며, 거래선을 내 회사같이 생각하며 공생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신념에서다. 끝으로 오 회장은 차별화되지 않은 제품은 설 곳이 없다는 철학으로 동성화학공업을 세계적 수준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장본인이다.

 

폐플라스틱에 대한 오해 풀고 에너지 자원화에 힘 모아야할 때

오원석 회장은 플라스틱산업의 밝은 미래를 확신했다.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수준이며,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포장산업은 보관과 유통의 수단인 만큼 생활 수준이 향상될 때 이를 뒷받침할 필수조건으로 지속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우리 생활의 80%가 플라스틱으로 싸여있을 만큼 밀접하고도 광범위한 분야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견해도 제시했다. 폐플라스틱이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음에도 쓰레기로 매도되어 올바른 자원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안타까움과 함께였다. 오 회장은 97년 재활용협회장직을 맡고 있던 시절 뜻을 같이하는 10여 명의 업계 대표와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을 돌아다니며 선진국의 플라스틱 재활용 사례를 탐색하기도 했다. 폐플라스틱을 모아 재생 에너지로 활용하는 고형원료(RDF) 생산 시스템의 필요성을 확신한 그다.

플라스틱산업의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서는 자원의 순환과 환경보호에 무엇보다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환경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데 힘을 모아야하죠. 여러 주체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에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조금만 양보하고 집중한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다만 한목소리를 내기까지 혼란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본의 경우, 원료메이커인 대기업들이 주축이 되어 플라스틱 업계를 옹호하며 가공업체들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과 대정부 건의 등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유기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만, 우리나라 플라스틱 업계는 정반대의 상황에 놓여있다. 사업영역이 광범위한 데다 재벌기업인 원료사와 영세 가공업체가 모여 있는 플라스틱 업계는 확고한 의지가 있지 않는 한,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어렵다. 현재 11개의 플라스틱 업계 내 유관단체가 설립되어 있는 상황이다. 오 회장은 플라스틱 업계가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원료업계나 유관단체가 주도해야 하는데, 지금은 구심점을 잃은 상황이라 말했다. 환경처리 부담금과 관련한 원료사와 가공업체 간 대립은 현재까지도 앙금을 남기며 상호협조가 쉽지 않은 구조를 고착화했다. 오 회장은 운영방식의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상황에서 최근 연 매출 천억 원 이상 규모의 중견기업들이 모여 진흥회를 설립했다고 전하며, 진흥회를 중심으로 업계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료메이커인 대기업에서부터 가공업체들과 소비자단체, 정부까지 하나로 모으는 컨퍼런스를 개최하며 현재의 환경문제에 대한 답을 도출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 서로 마음을 열고 논의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마련되어야 하죠.”

오 회장은 포장 폐기물은 사회적 골칫거리이지만 뒤처리를 슬기롭게 함으로써 소비자도 보호하고 업계도 건재하면서 국익까지 얻을 수 있다며 더욱 강조했다또한, 그는 사익을 떠나 국가를 위해서도 폐플라스틱을 에너지이자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우리나라 플라스틱 총소비량의 절반이 포장용으로 나갑니다. 포장산업이 차지하는 부분이 넓고도 중요하죠.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생필품의 종류가 늘어나고 고급화되며 유통과정 또한 복잡해집니다. 포장산업 또한 활발해지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최근 커지고 있는 폐플라스틱 문제에 관한 전 세계적 관심은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플라스틱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무조건적인 사용규제 등 왜곡된 현 상황을 바로잡고, 플라스틱 자원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오 회장은 학계와 정부가 문제점을 인식한 만큼 종합적인 대책이 곧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전하며, 무엇보다 업계가 단합해 대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 말했다. 현재의 플라스틱 문제가 어느 업계나 단체에 국한된 것이 아닌 국민 생활과 산업 전체와 연관되어 있는 만큼, 국익에 초점을 맞춘 범국가적 연구검토기구가 필요하다는 제언과 함께였다.

 

동성화학공업㈜ 오원석 회장 ⓒ박소연 기자
동성화학공업㈜ 오원석 회장 ⓒ박소연 기자

충실하고 묵묵하게, 플라스틱의 아름다운 종착역 향한 걸음 걸어가

플라스틱 업계에서의 50, 풍파가 없을 수 없는 세월이었지만 오원석 회장은 무탈히 잘 지내왔다며 감사를 표했다. 낙천적이고 대범한 성격 덕이다. 그는 원하는 일을 기복 없이 할 수 있었다며 자신은 행복한 사람이라 말한다. 어려운 일은 잘 잊어버리는 성격이라 사업하는 동안 힘들었던 기억은 머리에 남아있지 않다고 덧붙이는 그다. 오 회장은 최근 코로나19가 촉발한 변화에 대해서도 모두가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불황 끝에 언제나 호황이 왔었다며, 이에 대비하며 이겨낼 것을 응원했다.

오 회장은 사람들의 생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충실히 수행한다면 그 보답은 자연히 받게 될 것이라며, 일하는 사람 또한 보람을 느낄 것이라 말했다. 묵묵히 플라스틱 외길을 충실히 걸어온 그의 모습에 신뢰를 보내듯 동성화학공업에는 3~40년씩 근무한 장기근속자가 많다. 오 회장은 전 직원이 힘을 모아 기업을 이끌어온 덕에 현재까지 이를 수 있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플라스틱은 아름다운 종착역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힘을 합쳐 변화를 이끈다면 100% 연료로 재사용하며 에너지 자원으로 탈바꿈할 수 있죠. 신이 내린 축복의 자원 플라스틱의 아름다운 결말을 위해 힘을 모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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