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만 고개 숙인 아베…'위안부' 문제 외면
미국에만 고개 숙인 아베…'위안부' 문제 외면
  • 안수정
  • 승인 2015.04.3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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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도 끝내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죄를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8월 '아베 담화'에서도 의미 있는 사죄 표명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한·일 관계가 짙은 안갯속으로 접어들게 됐다는 분석이다. 

29일(현지시간) 일본 총리로는 첫 상·하원 합동연설에 나선 아베 총리는 "2차 세계대전 기념비에 새겨진 (전몰 장병을 상징하는)골드스타는 자유 수호의 상징이자 고통과 슬픔, 후손의 가족에 대한 사랑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일본과 일본 국민을 대표하여 그들에 대한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후 일본은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deep remorse)을 품고 우리 길을 걷기 시작했다"며 "우리 행동이 아시아 국가들에 고통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은 그것을 외면해선 안 되며, 역대 총리가 표현해왔던 시각을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기존 주장을 되풀이 했을 뿐 식민지 지배와 침략,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죄한다는 뜻을 밝히지 않았다. "기존 총리 견해를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날 아베 총리 연설은 철저하게 2차 대전에서 희생된 미국 젊은이들에 대한 애도와 뉘우침, 그리고 미국과 깊은 인연을 강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날 연설에서 아베 총리는 1957년 같은 자리에 섰던 자기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연설을 인용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58년 전 외조부는 '일본이 자유국가들과 협력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과 이상에 대한 강한 믿음 때문'이라고 말했다"며 "일본 총리로서는 사상 최초로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유학하고 뉴욕에서 근무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미국 사회의 자유분방함과 평등을 칭송했다. 그러면서 "150여 년 전 일본이 미국을 조우한 것은 민주주의와 조우한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아베 총리는 "미국이 스스로 시장을 열고 세계 경제에 자유를 요구한 경제시스템으로 가장 먼저, 최대 편익을 얻은 것은 일본"이라며 미국 측 지원에 사의를 표했다. 하지만 일본이 촉발한 전쟁에 의해 가장 큰 피해를 본 아시아 국가에 대해서는 사죄 표현 없이 오히려 일본이 지원한 덕분에 경제 성장을 했다는 점을 자랑하기까지 했다. 아베 총리는 "1980년대 이후 한국 대만 아세안(ASEAN) 국가에 이어 중국이 부상했다"며 "미국이 구축한 전후 경제 체계에 따른 최대 수혜국이었던 일본이 이번에는 그들이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 자본과 기술을 헌신적으로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사죄 표명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력 분쟁은 여성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든다"며 "우리 세대에는 인권 침해에서 여성을 자유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과거 여성 인권 침해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아베 총리가 미래 여권 보호를 다짐한 셈이다.

아베 총리는 전날(28일) 미·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도 '인신 매매'라는 모호한 용어를 사용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주체와 대상을 불분명하게 만들었다. 또한 제3자도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마음이 아프다'는 표현 등을 씀으로써 일본 측 책임을 희석시켰다. 남의 일처럼 말하는 '유체 이탈'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의회 연설 대부분을 2차 세계대전 후 화해를 통해 긴밀한 동맹으로 거듭난 미·일 관계 미래를 조망하는 데 할애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선 "기로에 선 일본 농업은 변화할 때가 됐다"고 말해 미국 의원들 귀를 즐겁게 했다. 또 지난 27일 확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거론하며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돕겠다"고 약속했다.

아베 총리는 이를 위해 일본 안전보장 법제를 처음으로 대개혁 중이며 올여름까지 성취하겠다고 설명했다. 

오는 8월 발표할 예정인 아베 담화 풍향계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반둥회의(아시아·아프리카 회의)와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 그리고 과거사에 대한 사죄가 사라지면서 아베 담화 역시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게 중론이다. 

아베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나 고이즈미 담화(전후 50년 담화)에 포함된 사죄와 침략이라는 표현을 넣어야 한다는 비판에 대해 단어에 구애받지 않겠다거나 과거 담화와 똑같은 담화라면 다시 내놓을 이유가 없다는 식으로 얘기해 왔다. 

아베 담화에서조차 식민지 지배나 침략, 사죄라는 표현이 삭제된다면 미·일 간 신밀월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일 관계는 상당 기간 냉랭한 관계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제공=일본총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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