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 글로벌 대전환의 시대, 상실과 불신의 시대를 헤쳐나갈 혜안 제시하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 글로벌 대전환의 시대, 상실과 불신의 시대를 헤쳐나갈 혜안 제시하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2.11.28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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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제조기술과 무역산업의 미래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사진=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사진=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경제와 안보가 분리될 수 없는 시대를 맞이하여 최근 경제안보에 관해서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2021년부터 선제적으로 경제안보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연구를 시작한 이후 올해 아홉 차례에 걸친 경제안보 세미나를 통해 경제안보의 개념, 분야별 쟁점 및 해결방안, 그리고 지역에 초점을 둔 경제안보 전략을 도출해 온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2001년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합류한 김흥종 원장은 그동안 다양한 대외경제 분야를 연구해 왔으며, 지난 20여 년 동안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 변화에 따라 요구받는 역할이 커지는 것을 보며 새로운 대외경제통상정책 방향의 정립에 대해 항상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원장님, 안녕하세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을 이끄는 원장님의 소개와 함께 인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김흥종 원장입니다. 우리 연구원은 정부와 국민께 대외경제와 관련한 정책을 제안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책연구기관입니다. 최근에 와서는 우리 경제의 국제적 역할을 정립하고 선진국으로서의 대외 위상을 제고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우리 연구원의 연구 범위는 거의 모든 대외경제와 관련한 분야로 넓어져 국제 거시와 국제 금융 분야, 양자 및 다자간 무역자유화와 디지털 통상을 포함한 무역통상 분야, 세계지역연구, 국제개발 협력 정책연구, 최근에 와서는 기후변화, ·중 전략경쟁과 코로나 팬데믹, 글로벌 공급망 그리고 경제안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원에서 진행되는 대외경제 이슈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싱크탱크 중에서도 국제경제 분야에서 압도적인 지명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2022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진행한 주요 연구 및 사업성과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업성과로는 크게 세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첫째, 글로벌 전환기에 새롭게 형성되는 신통상 체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디지털 전환과 그린 전환에 대한 대응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통상환경의 주요한 변화와 디지털 무역 규범의 방향을 분석하여 정책적 시사점 도출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의 정책적 지원을 위해 국제사회의 동향, EU를 포함한 세계 주요국의 탄소중립 전략과 신재생에너지 협력, 환경상품 및 환경서비스 무역규범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둘째, 경제안보 분야에 관한 연구입니다. 우리 연구원은 2021년 경제안보TF 가동을 시작으로 2022년에 들어와 연초부터 경제안보전문가풀 구성, 경제안보 자문회의 조직 등을 통하여 연구생태계를 구축하였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44건의 경제안보 관련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연구만 한 것이 아니라 아홉 차례의 경제안보 관련된 국내외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저희가 지난 11월에 인도 델리에 해외사무소를 열었다는 것입니다. 최근 인도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균 연령이 낮은데다가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경제 잠재력 또한 큽니다. 연구원으로 보면, 1995년 북경사무소를 개소한 이래 27년 만에 설립하는 두 번째 해외사무소입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최근 주목하고 있는 이슈나 2023년에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2023년 세계 경제는 매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입니다. 개도국을 중심으로 경제위기가 계속되고 선진국의 성장은 정체될 것이며, 인플레이션은 비록 꺾이기는 하겠지만 상당한 수준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국제거시금융분야에서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울러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도 게을리할 수 없습니다. 디지털 무역 규범의 제정방향, 기후클럽 형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며, 디지털플랫폼 기업 관련 규제 선진화에 대하여 특히 관심을 갖고 주목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복합위기 하에서 국제개발 협력을 어떻게 새롭게 혁신하는가 하는 문제, 에너지 및 식량 수급 및 공급망 안정화 등도 심도있는 연구를 해야 할 부분입니다. 한마디로 글로벌 대전환의 시대 그리고 상실과 불신의 시대를 헤쳐나갈 혜안을 갖기 위한 정책연구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사진=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사진=대외경제정책연구원]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공급망이 흔들리고 물가 또한 치솟고 있어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에 구체적인 공급망 안정 대책과 대응방안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주요국의 공급망 관련 대응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공급망 핵심 산업에 대한 자국 경쟁력 강화와 (2)국제 협력을 통한 상품 공급망 다변화입니다. 경쟁력 강화와 관련해서는 일단 미국, EU, 중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의 자체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계획하거나 시행하고 있습니다. 국제협력과 관련한 주요국 대응의 특징은 미-중 통상 갈등에 대한 대안으로 동남아대양주 국가와 브라질을 포함한 남아메리카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EU는 최근 메르코수르와 무역협정을 재추진하려고 준비하고 있고, 일본은 아세안 중심으로 공급망 변화를 지원 중입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CHIP4, IPEF 등 가능한 많은 협의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우리 국가 이익을 지키고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큰 틀에서 우리의 대외통상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데, 우리 연구원은 지난 7월에 한국판 인도태평양전략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유럽, 중동, 인도, 동남아, 호주, 한국 및 일본, 그리고 중남미와 미국 및 캐나다로 연결하는 연대의 고리를 W전략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기본 전략의 틀 아래서 개별 국가와의 협력 대상 및 협력 분야를 선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고물가, 고환율, 저성장으로 인해 2의 외환·금융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에 관한 원장님의 생각을 여쭙고 싶습니다.

우리에게 외환위기는 큰 트라우마로 남아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를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과거의 상황과 비교해보면, 우리 경제가 위기로 갈 상황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예컨대 순대외자산, 외환보유고, 기업 부채비율 등의 수치와 국제사회에서의 한국경제에 대한 신인도 측면에서 봤을 때 과거 10, 2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경제는 안정된 위치에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어려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시기인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내년 상반기가 가장 힘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다시피, 디지털, 그린 등 대전환의 움직임이 있을 때 기술 혁명에 박차를 가해서 이 부문에 새롭게 투자하여 미래를 준비하고 대응하는 시기로 삼아야겠습니다.

 

최근 글로벌 포럼에서 글로벌 복합위기와 인도·태평양협력이라는 주제로 원장님께서 발표를 하셨는데요, 어떤 내용이었는지 자세히 들어보고 싶습니다.

우리 연구원은 지난 7월에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최근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글로벌 차원의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지속적인 경제 관계와 미래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 중 인도·태평양 지역의 국가들은 뛰어난 경제적 잠재성을 가지며, 풍부한 광물 자원과 인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우리에게 향후 협력 확대가 필요한 국가로 생각됩니다. 우리나라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경제안보적인 관점을 가장 중시하고 있습니다. 생산과 소비까지, 하나의 산업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한국이 보유한 역량에 기초해서 인도·태평양 지역과의 협력과제를 발굴해야 합니다. 한국은 이미 ICT, 소프트웨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부문에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동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풍부한 산업 인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영역에서 소프트파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를 고려하여 인도·태평양 지역과의 협력 어젠다를 발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사진=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사진=대외경제정책연구원]

다가오는 2023년을 마주하며 세계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현재 대한민국은 경제회복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원장님께서 내년도 세계 경제전망은 어떻게 예측하고 계시는지, 내년 글로벌 경제를 주도할 키워드를 꼽는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리 연구원은 2023년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로 전망했습니다. IMF10월에 2.7%, OECD9월에 2.2%로 발표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저희를 비롯한 각 기관들이 내년 전망치를 일제히 크게 낮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망의 수치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전망이 모두 반영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의 변화 가능성, 즉 리스크 요인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로는 코로나19 위기 동안 늘어났던 부채, 특히 민간부채가 빠르게 오르는 금리로 인해 부담의 수준을 넘어 역자산효과, 개인 및 기업 파산, 그리고 금융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염려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리와 통화정책이 정상화된 속도에 비해 지금 높은 물가로 너무 가파르게 정책적 변화가 나타나다 보니,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둘째로는 정부의 역할 제한에 따른 추가적인 침체 가능성입니다. 코로나19 당시 과감했던 재정정책들이 경기 유지와 회복에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나, 재정이 미처 여력을 확보할 시간도 없이 추가적인 경기 악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소비 심리가 얼고, 투자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결국 성장을 견인할 부문은 정부지출인데, 현재 많은 나라들이 이미 과도해진 재정적자와 정부 부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정학적 문제들의 악화 가능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중국의 20차 당대회가 끝났고, 곧 다가올 미국의 중간선거 전후로 양 국가가 더욱 강대강으로 충돌한다면, 두 나라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세계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임은 너무나도 명확합니다. 또한, 지지부진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급변동 가능성도 또 하나의 리스크 요인으로 염두에 두어야 하겠습니다.

 

끝으로 원장님께서 앞으로 계획과 더불어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미래를 견인할 기업과 단체의 종사자 및 교육·연구자들, 국민께 좋은 격려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지금 긴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지난 3년의 팬데믹과의 전쟁으로 사람들은 지쳤고, 정부 재정은 허약해졌습니다. 지난 10여 년간의 확장적 통화정책은 과잉유동성을 발생시켜 40여 년 만에 높은 인플레이션을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경기가 빠르게 하강하는 가운데 취약국을 중심으로 경제위기가 계속될 것입니다. 사실 이런 경우가 별로 없었습니다. 자연재해와 전쟁까지 있는 상황입니다. 이 시대를 뭐라고 명명해야 할까요. 바로 불신의 시대(The Age of Distrust)이고 상실의 시대입니다. 이러할 때 부채를 통한 성장은 자제하고 내실을 다져야 합니다. 앞으로 3~4년 후면 복합위기가 지나가고 경기가 다시 상승할 것입니다. 기업은 3~4년 후 도래한 기회를 잡기 위하여 내실을 다지고, 신제품 개발과 상용화 작업을 지금 해야 합니다. 정부는 통화정책을 조이되 선별적 재정정책을 통한 취약계층을 보호해야 합니다. 개인은 부채에 의한 자산증식을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어떠한 위기도 끝이 있었습니다. 경제가 회복되고 급속히 확장될 때 결국 시장 수요를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어려운 시기지만, 그런 역량을 쌓는 기회로,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겠습니다. 긴 안목을 갖고, 긴 호흡을 갖고 이 터널을 지나가면 끝은 반드시 나타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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