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더불어민주당은 24일 테러방지법 본회의 처리를 막기 위한 10시간 18분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을 마친 후 “법안을 막을 수 있는지 최선을 다해보자,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버티었다고 말했다.
은 의원은 이날 필리버스터를 마친 후 본회의장을 나오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막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포기 말자, 사람들이 포기 안 할 거라는 생각과 어떻게 살아야 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며 이같은 심경을 밝혔다.
또 그는 10시18분을 버틴데 대해 “김광진 의원은 입술이 탔다고 하던데 저는 그것보다는 온몸이 아프더라”며 “물리적 육체적 고문을 당해 본 사람들을 인터뷰했었다. 그 분들도 다시 떠오르고, 갑자기 내가 겪었던 어려운 상황들(도 떠오르고), 어제 해고됐다고 찾아오는 사람들 얼굴이 떠오를 때면 좀 힘들기도 하고 ‘더 해야지’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은 의원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테러방지법에 대해 “테러를 방지한다는 것은 테러행위를 처벌하고 그것에 대응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런 테러행위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원인, 빈곤, 불평등, 가난, 불만, 복지부재, 이런 조치가 같이 이루어질 때에만 한 나라, 혹은 지구촌이 평온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의견이 다른 사람 상당수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며 “테러방지법은 테러방지라는 명분아래 국민인권을 침해하고 국가보안법을 강화하는 전례”라고 주장했다.
은 의원은 테러방지법을 추진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게 “화해와 평화, 용서와 치유를 위한 노력을 함께하라고 부탁하고 싶진 않다”며 “저는 오히려 박 대통령께 다른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냥 인정해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왜 그렇게 박 대통령과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그렇게 격렬하게 피를 토한다는 표현만을 쓰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그렇게 격렬한 말을 사용하면서 국회를 재촉하고 불법적으로 직권상정을 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이왕이면 좋은 말을 좀 더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제가 여기 서 있는 이유는 약자들 때문이다. 비정규직, 장애인,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들. 어르신들, 아이들, 이런 사람들이 사실은 강압적인 행위에 가장 약하다”며 “그런 분들 중에 어느 누구라도 자신의 자유와 인권이 훼손되지 않도록 그게 제가 서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 저도 얼굴을 붉힐 때는 있다. 하지만 가급적이면 대통령과 같은 격한 말, 과격한 반응을 하지는 않으려고 노력한다”고도 했다.
은 의원은 필리버스터 기록은 전날 김광진 의원이 수립했던 5시간 32분, 상임위에서는 1969년 8월 29일 3선 개헌 저지를 위한 박한상 신민당 의원의 10시간 15분을 넘어선 것이다. 은수미 의원의 본회의 발언 바톤은 박원석 정의당 의원에게 넘어갔다. 박 의원에 이어 더민주 유승희, 김경협, 최민희, 강기정 의원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은 의원의 본회의 발언이 복지문제 등으로 확대되자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이 이에 항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은 “아니, 말 같은 이야기를 해야 듣고 앉아있지”라며 “그런다고 공천 못 받는다”고 인신공격을 했다.
이어 은 의원은 사과를 요구한 뒤 “김용남 의원은 공천 때문에 움직이는지 모르지만 저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며 “우리끼리라도 이러지 말자. 의견이 다른 사람한테 소리를 지르고 해서 어떻게 사회가 통합이 되겠나. 저는 사회 통합을 위해 민주주의적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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