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맞춘 집, 주거공동체의 시작
‘사람’에 맞춘 집, 주거공동체의 시작
  • 김영록 기자
  • 승인 2020.11.25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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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부키㈜ 이광서 대표
아이부키㈜ 이광서 대표 ⓒ김영록 기자 

2017년 정부는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사회적경제 주체에 의한 임대주택(사회주택) 공급 활성화’를 정책 목표로 내세웠고, 이러한 기조는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아이부키㈜는 단순한 주택공급을 넘어 살아 움직이는 공간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커뮤니티 공간에 모인 입주민들이 직접 공동체 문화를 조성하고, 이는 지역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확신에서다.

‘사람이 콘텐츠다’, 수요자 맞춤형 주택 공급

2012년 설립된 소셜하우징 디자이너 아이부키㈜는 공간을 통한 공동체 회복에 주목한 기업이다. ‘사람이 콘텐츠다’라는 모토 아래 공간에 콘텐츠를 심고, 그 안에서의 융합을 이끌어낸다. 맞춤형 공공주택, 토지임대부 주택, 공정개발 도시재생, 민간 맞춤형 주택, 신(新)주거모델 개발 등이 주요사업이다. 이러한 사업모델의 시작은 작은도서관 프로젝트였다. ‘아이부키’라는 사명 또한 당시의 프로젝트에서 기인했다. 도서관을 기획‧디자인해서 사람들이 모여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현재는 교육콘텐츠 영역의 작은도서관 운영과 더불어 소셜하우징 분야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아이부키㈜가 꾸린 ‘작은도서관’은 아이들이 직접 만든 책으로 채워진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책으로 엮을 수 있는 수준과 양이 되었을 때 이를 전자책과 종이책으로 출판한다. 완성된 책은 다시 작은도서관 서가에서 공유된다. 더불어 아이들이 만든 도서 콘텐츠를 보관하고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모바일 포트폴리오 시스템인 ‘스토리부키’라는 사업도 병행한다. 아이부키㈜는 2012년 ‘와글와글 우리 동네 도서관’이라는 기획으로 서울시 혁신형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었다.

소셜하우징 분야는 정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이 협력해 공공 혹은 민간에 주택을 공급하는 주택개발사업이다. 소셜하우징이란 수요자에 적합한 건물을 디자인해서 민간‧공공에 공급하는 것을 뜻한다. 아이부키㈜는 직접 건축을 기획‧디자인하며 전반적인 건축 진행 과정을 관리한다. 이광서 대표는 주거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수요자들과 소통하며 맞춤형 주거공간을 디자인하고,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안생활 [사진=아이부키]

금천구에 위치한 ‘보린주택’은 아이부키㈜의 대표작 중 하나다. 이 대표는 임대주택에서도 살 수 없는 어르신들을 위한 집이라 소개했다. 현재 노인들은 매달 40만 원 가량의 생계지원금을 수령하는데, 반지하 주택의 월세 17만 원 가량을 내고 나면 생활이 어려워진다. 기본적인 생활수준을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서울 금천구 관내에만 500명 이상의 노인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보린주택은 월 7만 원의 비용으로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한다. 나아가 이웃 간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하나의 마을을 만들었다. 공용공간을 활용한 복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아이부키㈜는 부암동 창작자 맞춤형 주택 ‘시소(SISO)’, 홍대 인근 문화예술 활동가 맞춤형 주택 ‘따뜻한 남쪽’, LH와 함께 만든 창작주택 ‘안암생활’, 반려인 맞춤형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캔자스대저택’, 코워킹+코리빙 스페이스 조성사업 ‘장안동 CO-CO 프로젝트’ 등도 개발했다. 따뜻한 남쪽은 홍대 인근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을 위한 맞춤형 주택이다. 이 대표는 홍대를 활성화했던 작가들이 높은 월세 때문에 연남동으로 옮겨가는 등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하고,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이라 설명했다. 시소주택은 창작자들이 살 수 있는 거주공간과 더불어 공유공간, 문화예술 네트워크 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 주택에 대한 다양한 시도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1인 세대들이 늘어나며 이들을 위한 도시형 생활 주택 개발이 활성화되고 있죠. 다양한 생활 방식에 맞춘 건축이 공동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건물과 콘텐츠가 결합한 ‘사람 맞춤형’ 주택 구현

이광서 대표에게 아이부키㈜를 이끌어온 지난 8년은 새로운 도전이자 배움의 시간이었다.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아오던 그가 아이부키㈜라는 사업에 도전한 데에는 아이부키㈜가 추구하는 사업이 지닌 본질과 가치가 유효했다. 한 사람의 예술가가 탄생시킨 창의적 아이디어가 전 세계에 울림을 줄 수 있듯 사회적기업의 소셜 임팩트를 통해 세상에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확신이 그를 움직인 것이다.

“임대아파트 내 비어있는 공간들을 보다 가치 있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현재의 아이부키㈜를 있게 했습니다. 유휴공간을 활용한 ‘작은도서관’ 프로젝트에서부터 이제는 건물을 짓고 좋은 사람들을 모으는 일에 다다랐죠.”

아이부키㈜의 작은도서관 사업은 아이들에게 스스로 책을 만들고, 이를 공유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이곳을 주민들의 커뮤니티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도서관 운영을 위한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공간이 스스로 호흡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 대표는 아파트 내 공용공간은 임대의 개념일 뿐 소유할 수 없었기에 사업모델로서는 적절치 않았다며, 비영리사업의 성격이 짙었다고 말했다.

이후 아이부키㈜는 서울시가 2012년 사회주택 공급을 위해 조성한 ‘사회투자기금’ 사업에 참여했다. 이는 사회적기업으로서 내딛는 첫걸음이었다. 당시 프로젝트에 참여한 업체들은 건축보다는 도배, 장판, 리모델링 등 집수리와 관련한 업체가 대부분이었다. 이 대표는 아이부키㈜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기업이기에 건축 분야 전문가의 컨설팅을 토대로 새로운 사업에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건물과 콘텐츠가 결합한 ‘사람 맞춤형’ 집을 구상한 것이다.

“건물 하나를 짓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건물이 사람들의 삶과 결합해 지역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건축을 통해 그 주변의 삶과 환경까지 변화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재생’이죠.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이를 마을과 도시 단위로 확대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재생이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아이부키㈜가 추진한 작은도서관 프로젝트나 보린주택 프로젝트 모두 국내에서는 최초로 이루어진 사례였다. 당시 맞춤형 매입임대 정책과 맞물려 다양한 맞춤형 매입임대 모델이 나오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이 대표는 사회적기업으로서 아이부키㈜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명확한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사회주택, 다양한 사회현안 대안 될 수 있어

“지역 활동가들이 누군가가 만들어낸 공간에서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아닌 공간을 만드는 경험부터 공유해나간다면 지역 주체로서의 의식은 한층 두터워질 것입니다. 이러한 활동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맞춤형 사회주택은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버퍼존(buffer zone)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사회주택은 지역의 자산으로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획공간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공공임대가 ‘맞춤형’이라는 시대의 요구를 입어 맞춤형 매입임대가 되고, 지자체의 공공부지에 주택도시기금을 결합하여 토지임대형 사회주택을 짓거나 시민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결성해 공동체 주택을 지을 수도 있다. 이광서 대표는 이러한 주택들을 개발하며 축적된 경험은 활동가들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은 물론 거점공간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보린주택 [사진=아이부키]

이러한 이 대표의 철학처럼 아이부키㈜는 ‘함께 사는 도시’를 지향한다.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인 ‘홍시주택’에는 아이부키㈜의 가치가 담겨 있다. 홍시주택은 서울시로부터 땅을 저렴하게 임대해 건축한 1인 가구 맞춤형 주택이다. 16세대가 거주하고 있으며, 1층에 있는 ‘로운쌀롱’에서는 월례회의가 펼쳐지는 한편 이웃들과 함께 소소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다. 입주자는 시세 80% 이하의 저렴한 임대료로 10년간 안심하고 살 수 있다. 관심사와 연령층이 비슷한 이웃들과의 교류는 이곳만이 지닌 가치이자 아이부키㈜가 그리는 사회주택의 모습 그 자체다.

“매달 주민들이 모여 반상회를 하거나 공동의 규칙을 정하고, 지역을 위한 프로젝트를 논의하는 모습은 우리가 꿈꾸는 ‘공동체’의 모습일 것입니다. 이웃에 어떤 사람이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현실의 모습과는 대조적이죠.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입주자들의 관심사와 성향을 고려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커뮤니티는 하나의 생명체가 되어 저희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사회주택과 커뮤니티 케어 확산 기대해

이광서 대표는 최근 대전형 커뮤니티 케어 서비스 구축을 위해 열린 ‘대전광역시 커뮤니티 케어 포럼’에서 ‘사회주택정책과 유형별 커뮤니티 케어 주거 사례’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아이부키㈜가 구현하고 있는 커뮤니티 케어는 국가적 관심사이기도 하다며, 사회주택을 통해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이부키㈜가 만든 보린주택에서는 노인들이 함께 음식을 나눠먹고 안부를 살피는 등 사회주택이 독거노인과 관련한 문제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대표는 사회주택과 커뮤니티 케어가 여러 사회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데 공감대를 얻었다며, 향후 사회주택이 확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이부키㈜ 이광서 대표 ⓒ김영록 기자 

“1인 창업자, 저소득층, 예술가 등 다양한 수요에 대한 맞춤형 주택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저희가 선보인 주택 모델들이 다양한 지자체에서의 새로운 시도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이러한 맞춤형 주택이 필요했음을 다시금 확신했습니다.”

이 대표는 기고문을 통해 “핵가족을 넘어 1인 세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공동체의 새로운 대안이 필요해졌다”며, “이른바 사회적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공동체 사업을 통한 사회 연결망의 확대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주거가 공동체적 삶을 펼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논리에 의한 주택이 아닌 공동체성이 담긴 주거모델이 나와야 한다. 이는 아이부키㈜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비어있던 공간에 숨을 불어넣고, 흩어져 있던 사람들을 하나의 공간에 모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일들에 혹자는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이 대표는 공간을 이용하는 이들의 의지가 반영된 건축물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그 필요성을 일깨울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단절에서 소통으로 나아가게 하는 공간은 우리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이 대표는 아이부키㈜의 발자취가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는 단초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혁신적 시도들을 지속하고, 그 도전으로 인한 변화를 지켜보는 데에서 보람을 얻는다는 그의 말처럼 아이부키㈜가 만들어갈 혁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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