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과 평생교육으로 실현시키는 모두의 마을”
“지역주민과 평생교육으로 실현시키는 모두의 마을”
  • 김예진 기자
  • 승인 2020.11.30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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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대학교 휴먼디자인학부 건축학·건축공학 전공 원세용 교수
원세용 청주대학교 휴먼디자인학부 교수 Ⓒ김예진 기자
원세용 청주대학교 휴먼디자인학부 교수 ⓒ김예진 기자

원세용 교수는 도시재생마을 만들기에 누구보다 진심인 사람이다. 실제로 청주대 평생교육원을 통해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할 현장 활동가를 양성하는 데에 앞장서면서 미래의 시민사회를 향한 남다른 지론을 펼치고 있었다. 역대 정권을 막론하고 도시재생과 농촌개발은 언제나 정부와 각 부처가 주력으로 삼는 사업 계획 중 하나였다. 말하자면 국민들이 저마다의 삶의 터전을 아끼는 마음으로 일구고 또 지속적으로 지켜나갈 수 있도록 계속되어야 할 숙명 같은 미션이랄까. 이 과정에서 지자체와 주민들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중간자의 역할은 필수적일 터, 주민참여방법론을 연구하는 원세용 교수를 만나 미래의 시민들에게 요구되는 남다른 자질과 주거 공간, 그 너머의 주변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경험해보았다.

 

도시재생사업, 어디까지 왔나

90년대 이전까지는 도시재생이나 농촌개발사업 하면, 이른바 탑다운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가령 도시계획 과정에서 새로운 도로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행정에서 모든 의사 결정권을 갖고 집행하는 방식이었다. 2000년대 이후가 되어서야 도시개발이나 마을만들기와 관련된 각종 계획을 수립하기 전에 반드시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다. 주민들의 요청을 지자체에서 수렴한 후 중앙정부에 신청하면 심사를 통해 지원 대상 사업을 선정하고, 예산을 배정하면 지자체가 예산을 집행하는 순서로 진행되는 것이다.

이 같은 주민참여형 정부 사업에서 빠질 수 없는 역할이 있으니 바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PM이다. 청주대학교 교수로서 주민참여방법론을 연구 중인 원세용 교수는 각종 사업의 PM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말하자면 사업 추진 과정의 여러 주체 사이에서 제3자인 코디네이터의 자세로 계획을 조화롭게 이끌어가는 일이다. 그의 베이스캠프인 청주 역시 도시재생사업에 선정된 지역이 여럿 있는데, 그중 사업지구의 현장지원센터장을 역시 원 교수가 도맡고 있다. 그의 바쁜 날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았다.

현재 청주시 내 노화된 주거지를 어떻게 재생시킬 것인지에 대한 모델 개발 연구사업이 한창이에요. 청주시 외곽에는 각종 개발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죠. 이밖에도 청주시 공간환경 전략계획을 수립하는 일을 부지런히 하고 있습니다. 어느 도시에나 구도심이 있는데, 구도심 권역은 다소 침체돼 있기 마련이거든요. 하지만 보통 구도심은 도시가 만들어질 때부터 자리해오고 있는 곳으로, 도시의 역사가 전부 그곳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예컨대 종로의 역사를 따라올 수 없는 것처럼 말예요. 하지만 사람들은 강남으로의 거주를 희망합니다. 현대생활에 적합한 인프라가 더 많이 구축돼 있기 때문이죠. 저는 이처럼 도시가 처음 생길 때부터 존재해 오고 있는 원도심을 어떻게 하면 다시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을 하는 거죠. 말하자면 각종 공간과 환경에 새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전략을 구축하는 것이 제 주요 업무라 할 수 있어요.”

이처럼 마을이나 도시를 리뉴얼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 단연 그곳에 거주하는 이들의 삶에서 우러나오는 주민들의 생생한 의견들이다.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오래전에 지어진 학교들은 새로 건축된 건물들과 오래된 건축물 간의 부조화를 극복하고, 새로운 교육과정의 취지와 발전 방향에 걸맞게 탈바꿈되기도 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작년부터는 학교의 구성원인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함께 모여 학교의 보완점을 탐구하며 새로 개선해야 할 학교의 방향에 관해 함께 논의하도록 되어 있단다.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들것이니까

결국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으고 합의를 통한 결정으로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촉진자(Facilitator)가 필요한 셈이다.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 온 원세용 교수에게 도시재생의 과거와 오늘에 대해 물었다.

먼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다는 점이 과거의 사업 진행과 차별화되는 지점이죠. 그 다음으로는 공적 공간 영역에서 개인 공간 영역으로의 사업 확장이에요. 그동안 도시재생, 농촌재생 하면 주로 도로나 공원, 주차장, 광장 등과 같은 공적 공간 조성이 주요 사업 대상이었어요. 그런데 최근 정부의 방향은 주민 개개인의 사적 공간도 점차 개선해주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대표적인 예로 1,000만 원 범위에서 집을 고쳐주는 집수리사업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협의를 통해 의사를 결정하는 방식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중간 관리자의 역할은 틀림없이 고된 부분이 있으리라. 원 교수는 국가를 운영할 때에도 고집이 센 지도자는 국민들의 의견보다는 정부 주도로 정책을 시행하듯, 마을에도 고집 센 주민들이 있다며 위트 있게 토로했다.

아무래도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분들을 설득시키고 변화시키는 게 어렵죠. 지역에서 영향력이 있는 분들은 심지어 특정 정책을 진행할 때 주민들을 무조건 자기편으로 선동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분들은 사실과 다른 음해성을 섞어 악성 민원을 넣기도 해서 애를 먹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원 교수가 진짜 아쉬워하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100억을 훌쩍 넘는 큰 예산이 투자되는 사업을 이끄는 입장에서는, 이 같은 막대한 예산이 자신의 마을에 투자되고 각종 시스템이 개선되는 데에 따른 효과를 인지하지 못하는 분들을 볼 때 참 안타깝다고.

주민들은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돌아오는 게 없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에 이런 사업들에 대한 홍보를 해도 대개 무관심하세요. 그러나 마을의 발전을 꾀할 수 있는 기회는 절대 흔치 않고, 엄청난 혜택이나 다름없거든요. 그럴 때 사업의 주인공인 주민들의 심드렁한 반응들을 보면 좀 허탈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알면서도 별 관심이 없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사업 결과에 대한 모습이 바로 보이지 않아서 사업에 대해 체감을 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우리의 마을이 되는 것이라고

원세용 교수의 대답들을 돌이켜보면서 그동안 사업의 결정권한을 주민들에게 주는 경우가 과거에 없었기 때문에 이를 인지하는 과정에서의 잡음은 불가피한 부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약을 위해 앓게 되는 필연적인 과도기랄까. 원 교수는 이 시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역량강화사업이라 부르는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더해주었다. 사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주민들이 이해하고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사실 사업 그 자체보다 이런 교육이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어요. 어떤 사업이든 사업이 마무리되면 결과물이 나오기 마련이죠. 하지만 결과물로서의 도로, 주차장, 마을회관, 문화센터, 경제적 협동조합 등은 그 자체로 종료되는 게 아니라 이를 꾸준히 관리할 사람을 필요로 하죠. 도시나 농촌과 관련된 신규 사업이 전국에 1년에 약 150여 개 정도 되는데, 지자체에서도 이 많은 사업 진행과 사업 후 시설을 관리한다는 건 현재의 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죠. 그래서 주민들 스스로 사업의 결과물들을 관리할 수 있도록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주민들로 하여금 사업의 혜택을 이용하도록 독려하면서, 나아가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관리권까지 돌려주기 위함이죠.”

원 교수는 단순 시설 구축을 넘어 관리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충분한 가이드를 주는 일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사실 사업을 계획하는 입장에서는 각종 시설을 만들어주는 데에서 제 역할을 다 했다고 여길 수 있다. 따라서 중간자가 얼마나 사명감을 갖고 주민들과 가까이서 호흡하는지가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마을 자체를 폭넓게 관리할 수 있는 협동조합 형태의 회사가 만들어지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일부가 새로운 경제활동을 이어가기도 한다고. 큰 수익을 기대하고 참여한다기보다, 마을의 성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일과 더불어 개인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일 테다.

 

원세용 청주대학교 휴먼디자인학부 교수 Ⓒ김예진 기자
원세용 청주대학교 휴먼디자인학부 교수 ⓒ김예진 기자

마을의 수명을 결정짓는 사람들의 탄생

꼭 직업병 때문이 아니라도, 원세용 교수의 청주를 향한 애착은 남다르다. 마을의 역사를 잘 알아야 도시재생에 보다 적극적인 중간자 역할을 해낼 수 있을 터. 원래 고향은 제천이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청주에 살았단다. 고향이나 다름없는 이곳에서 청주의 변화를 지켜보며 자란 그이기에, 이 지역의 도시재생사업에 누구보다 진심일 수 있었다. 청주대학교에 도시재생 사업과 관련하여 평생교육 사업을 구축한 것도 그의 뜻깊은 성과 중 하나이다.

현재 청주대학교 평생교육원에는 도시재생 및 마을만들기 활동가 양성과정이라는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24주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요. 교육을 받은 분 중에서는 실제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도시재생 과정에서 각자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데 지금처럼 주민들과 호흡하며 사업을 구체화하는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는 3년밖에 지나지 않았어요. 우선 앞으로는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중간자 역할에 충실하고, 추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그 지역을 얼마나 잘 관리했는지 점검하며 사례집으로 묶어볼 생각이에요. 지원금이 제공될 때까지만 유효한 사업이었는지 아닌지에 대한 평가를 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죠.”

원 교수는 주민들이 사업의 방향성을 잘 이해하고 본래의 취지대로 움직이기 시작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밀어붙이는 사업을 진행할 때에는 빠르게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들을 놓칠 수 있다. 반면, 주민들의 협의를 거치면 다양한 사람들의 시각이 더해지므로 자연히 사업 곳곳에 대해 의문이 많아질 수밖에. 간과했던 지점을 발견하며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에는 물론 지난한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이런 사업에는 바로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고, 원 교수는 덧붙였다.

제가 이끄는 도시재생 교육 사업은 결국 마을의 리더를 만드는 일이에요. 정부 지원이 다 끝난 이후에도 마을을 이끌어갈 인재들이 충분하다면 그 동네는 오랫동안 빛날 것입니다. 그런 분들을 꾸준히 육성하면서 주민참여의 필요성을 깊이 체감하도록 앞으로도 애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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