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Now] 그리운 추억의 크리스마스 풍경
[MonthlyNow] 그리운 추억의 크리스마스 풍경
  • 김윤혜 기자
  • 승인 2020.11.19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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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보통 산타 잔치를 연다. 산타 할아버지 분장을 한 아저씨가 커다란 선물 보따리를 메고 어린이들 앞에 나타나 그토록 갖고 싶었던 장난감을 선물(아동의 부모님이 사전에 미리 보내준 선물이지만) 하는 행복한 시간을 가진다. 산타 할아버지는 선물을 주며 지난 1년 동안 부모님 말씀은 잘 들었는지, 선물을 받을 만한 착한 일을 했는지, 친구와는 사이좋게 지냈는지 묻는다. 어린이들에겐 평소 원하던 선물을 받는 기쁨을 느끼는 날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전통적인 기념일이지만 현대인의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인들이 기리는 종교적 의미 외에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문화적 차원의 상징성을 가진다. 성탄일은 어린이든 어른이든 한 해의 마감을 앞두고 지난 시간에 감사하고 가족과 연인 또는 친구들과 사랑과 우정을 다지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따뜻함과 함께했던 동화 같은 크리스마스

과거에는 성탄을 한 달 정도 앞둔 시점부터 끊임없이 거리에 울려 퍼지는 캐럴 송들을 들을 수 있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 같은 가사들이 낭만적 느낌을 불러왔다. 이는 잠시 냉랭한 현실을 잊게 해주는 효과도 있었다. 도시의 어린이들은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기도 했고 가족과 함께 소박한 음식을 나누며 도란도란 정겨운 시간을 가지는 것은 옛 크리스마스의 흔한 풍경이다.

학생들은 크리스마스 2주 전쯤부터 손수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기도 했다. 이제는 종이 카드를 본 지도 꽤 된 것 같다. 모바일 이모티콘을 친구에게 발송하거나 카카오톡으로 몇 자 안부를 묻는 것이 보편화된 지금은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문구점에서 파는 카드도 예뻤지만 정성을 들여 직접 만든 성탄 카드를 친구들에게 우편으로 부치는 문화가 있었다. TV에서는 미키 마우스가 활약하는 디즈니 만화영화가 특집으로 편성되었고 크리스마스에 홀로 집을 지키는 소년 케빈 (할리우드 아역 배우 맥컬리 컬킨이 맡아 연기했던)이 악당들과 말썽을 일으키는 스토리 나 홀로 집에가 연례행사처럼 방영되곤 했다.

연인들에게 크리스마스 시즌은 만남과 추억을 만드는 날이고 가족 구성원들에겐 특별한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기도 하다. 옛 시절 청소년들에게도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날일 수밖에 없었다. 과거 청소년의 이성 교제는 엄격히 금지되었고 그렇기에 평범한 남 · 여 학생 간의 만남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일 년에 한 번, 성탄 이브와 크리스마스 날에는 성탄 행사를 빙자하여 교회나 성당 어른들의 허락 하에 또래 이성 친구들과 모임을 가질 수 있는 특별한 때이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거리를 걷다가 교복을 입은 십 대 남녀 청소년들이 서로 어깨를 감싸고 활보하는 모습을 꽤나 보게 되는데 이럴 때 또 심한 세대 차이를 느끼게 된다.

어린이들에게도 크리스마스는 매우 즐거운 추억이 깃드는 날이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러 오신 다기에 머리맡에 큼지막한 양말을 걸어 놓고 밤을 새웠던 어린 날이 떠오른다. 매우 늦된 어린이였던 나는 초등학교 5학년까지 산타 할아버지가 실제 존재한다고 믿었다. 성탄 아침, 내 머리맡에 놓여 있는 방한 부츠나 블록 장난감 세트를 발견하곤 산타 할아버지는 이상도 하지. 어떻게 알고 나에게 꼭 필요한 선물만 해주는 걸까. 의심도 하면서.

크리스마스에 읽었던 동화, 영국 문호 찰스 디킨즈 (Charles John Huffam Dickens: 1812~ 1870)크리스마스 캐럴 (A Christmas Carol : 1843년 발표)’도 떠오른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널리 알려진 대로 구두쇠 스크루지(Scrooge) 영감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유령 말리(Marley)를 만나 특별한 체험을 통해 개과천선하는 이야기다. 찰스 디킨즈는 작품에서 자신이 어린 시절 겪었던 고된 노동과 고통스러운 가난의 체험을 바탕으로 산업혁명기 영국 사회의 냉혹한 이면을 다룬다. ‘크리스마스 캐럴에서 그는 사랑이 흐르는 따뜻한 가정, 어려운 사람을 돌보는 마음, 결국 이웃을 위한 나눔과 베풂이 크리스마스 정신임을 일깨운다.

 

홀 박사 가족의 삶, 그 사랑 실천이 환기(喚起) 하는 크리스마스

예전 학생들은 크리스마스카드를 우편으로 보낼 때 우표 옆에 크리스마스실(Christmas seal)을 함께 붙였다. 크리스마스실은 결핵 퇴치 기금을 모으기 위해 발행된 증표다. 19041210일 최초로 크리스마스실이 발행되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우체국 직원인 E.홀벨이 우편물을 정리하다가 카드와 소포에 붙이는 크리스마스실을 도입하면 많은 결핵환자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시작된 사업이다.

한국에서는 캐나다 의료선교사 셔우드 홀(Sherwood Hall : 1893~ 1991)이 크리스마스실을 도입했다. 의사인 그는 192810월 황해도 해주에 결핵요양원을 설립하였고 한국 최초의 현대식 결핵 전문병원을 운영하였다. 홀 박사는 1932년 우리나라 국보 1호 남대문을 소재로 한 크리스마스실을 최초로 발행했다. 현재에도 매년 크리스마스실을 통한 모금 운동이 계속 전개되고 있다. (2020 올 해 크리스마스실의 모델은 귀여운 인기 캐릭터 펭수.)

셔우드 홀 박사의 아버지는 캐나다 의료선교사이자 광성고등학교 설립자인 윌리엄 제임스 홀(William James Hall: 1860 ~ 1894)이고 어머니는 역시 의료선교사인 로제타 셔우드 홀

이다. 윌리엄 제임스 홀은 189112월 의료선교사로 조선에 부임하여 사역하던 중, 189411월 발진티푸스에 걸려 사망하였다.

그의 아내 로제타 셔우드 홀 (Rosetta Sherwood Hall : 1865, 미국 - 1951) 여사는 뉴욕 출생으로 1886년 펜실베이니아 여자의과대학에 입학했으며, 1889년 의사가 되었다. 그 후 조선에 의료선교사로 파견되었고, 1892W.J. 홀과 결혼했다.

로제타 셔우드 홀 여사의 숭고한 업적은 결코 한마디로 말할 수 없는 한국 의료 선교역사에 길이 빛나는 행동하는 삶그 자체였다.

1894년 홀여사는 평양에 국내 최초 맹학교인 평양여맹학교를 설립하고 미국의 뉴욕 점자(點字)’를 한국어에 맞게 개발한 교재를 만들었다. 18986월 여성치료소 광혜여원(廣惠女院 : Women’s Dispensary of Extended Grace)을 설립했다. 또한 19006월 평양외국인학교를 세웠고, 19289월에는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현재의 고려대학 의과대학의 전신)를 열었으며, 동대문 부인 병원 (현 이화대학 부속병원) · 인천간호전문보건대학 등을 설립했다. 그녀는 1951년 평생 헌신했던 조선 땅 양화진 외국인 묘역에 잠들었다.

로제타 홀 여사가 43년간 조선에서 펼쳤던 인류애의 이야기는 2015년 다산초당에서 펴낸 닥터 로제타 홀 : 조선에 하나님의 빛을 들고 나타난 여성에 감동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박정희 작가는 미국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할 때 로제타 홀 여사의 일기를 접했다. 작가는 일기를 읽고 홀 여사의 그리스도 사랑 실천의 삶에 큰 감명을 받는다. 홀 여사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자하는 소명의식에서 작가가 정성을 들인 번역으로 세상에 나온 것이 위의 책이다. 홀 박사 가족의 삶뿐 아니라 구한말 한국 여성의 비참한 생활과 열악한 조선의 환경, 의사가 되어 기여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했던 한국 최초 여성 의사 김 점동(박 에스더)의 이야기도 가감 없이 다루고 있다. 로제타 홀 여사의 아들 셔우드 홀이 일제에 의해 추방되기까지 조선에서 15년간 결핵 퇴치에 헌신했던 것은 가족처럼 지냈던 박 에스더가 결핵으로 짧은 생을 마친 데에 기인한다.

 

거리두기 시대에 생각하는 성탄의 의미

지금은 유례없이 삭막한 코로나 시국이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블루를 겪는다. 사업도 어렵고 취직도 쉽지 않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해야 했던 학생들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저마다 세웠던 미래의 계획은 예상을 벗어나 궤도 수정을 해야 했고 누구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전을 그리워한다.

1119일 자 뉴스는 코로나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 수가 293인으로 대폭 늘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지난 추석 때 떨어져 사는 가족 간 만남조차 자제하도록 권고 되었는데 올 크리스마스도 그렇게 될 판국이다.

크리스마스에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서 판매하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사거나 가족 여행을 가는 집도 많겠지만 분위기는 과거와 확연히 구분된다. 사람들이 갈수록 모이지 않는 추세다. 과거 12월이면 흔하게 들려왔던 연말연시라는 말도 생경해지고 동창 모임, 망년회도 줄어든다.

단절이 길어지면 관계의 끈은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관계에서 따뜻한 온도를 느낄 수 없다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생활을 함께하는 가족도 예외는 아니다. 익숙해서 감사함을 느끼지 못했던 가족을 생각하고 정을 나누는 시간, 그날이 크리스마스가 아닌가. 청소년 자녀와 대화하고 관계를 돌아보자. 바쁜 일상에 그럴 여유를 찾지 못했다면 얼마 남지 않은 2020년을 돌아보는 크리스마스가 적합한 날이 되어줄 것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지인과는 카카오톡이나 문자 말고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게 전화를 걸자. 비록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관계의 밀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라틴어 명언을 떠올린다. amor vincit omnia! (사랑은 모든 것을 극복한다.)

평범한 사람으로서 그리스도의 숭고한 사랑처럼 거창한 과제는 쉽게 실천하기 어렵지만 지금 외롭고 힘든 시간을 견디는 바로 옆의 사람에게 사랑을 담은 따뜻한 언어로 말 걸어 보자. 가족과 친구와 이웃에 대한 사랑을 생각해 보는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선물로 우리는 가족에게 자녀에게 연인에게 무엇을 선사할 수 있을까! 함께한 사랑의 시간들, 그것을 쌓고 만들어 가는 우리의 삶. 코로나 블루를 헤쳐가야 하는 우리네 삶을 사랑으로 채워가는 연말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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