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Now] ‘16개월 입양아 안타까운 사망’…엄마 두 얼굴에 속았다
[MonthlyNow] ‘16개월 입양아 안타까운 사망’…엄마 두 얼굴에 속았다
  • 남윤실 기자
  • 승인 2020.11.17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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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6개월 영아가 학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사건이 알려지면서 아동학대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끝도 없이 되풀이되는 안타까운 현실에 시민 충격도 반복되는 모습이다.

17일 보건복지부 학대 피해 아동 보호 현황자료에 따르면 매년 아동학대 건수는 20141272015117152017223672018246042019345건으로 해가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아동학대의 경우 대개 학대 피의자는 부모로, 학대 장소도 주로 가정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실적 여건 반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멍든 채 숨져학대 신고 3번 이상 확인

경찰에 따르면 최근 불거진 이른바 ‘16개월 입양아 학대사망 의혹사건에서 첫째 딸을 키우고 있던 A씨 부부의 B양 입양 이유는 친딸의 동생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나 입양 한 달 후부터 방임 등의 학대를 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한 B양과 관련해 올해 1A(구속) 부부에게 입양된 후 지난 1013일 숨지기 전까지 무려 세 차례나 아동학대 신고가 있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첫 신고는 지난 5B양이 다녔던 어린이집 직원이 B양의 몸에서 멍 자국을 발견한 날이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아이가 차 안에 홀로 방치돼 있다는 신고가 또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마지막으로 9월에는 B양이 다니던 소아과 원장이 B양의 영양 상태를 보고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문제는 신고가 접수될 때마다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학대 증거를 찾지 못한 채 A양을 부모에게 돌려보냈다는 점이다.

온 국민을 공분하게 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A씨 부부는 B양이 숨지기 열흘 전인 91일 추석 연휴를 맞이해 방영된 EBS 입양 가족 특집 다큐멘터리 방송에 출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충격을 안겼다. 방송에서 이들 가족은 밝게 웃으며 파티를 하는 등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A양의 이마에는 멍 자국으로 보이는 흔적이 발견됐다. 현재 EBS는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한 상태다.

B양은 지난달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당시 B양은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B양의 뇌와 복부에는 심한 상처가 발견됐고, 머리뼈, 갈비뼈, 쇄골, 다리뼈 등이 부러져 있었다. 학대를 의심한 의료진이 경찰에 신고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결국 경찰 조사 끝에 지난 11일 먼저 아이의 엄마가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B양의 사인으로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관련 소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사실상 재학대를 막지 못한 아동학대 대응체계도 문제지만 이번 사건으로 전반적인 입양기관의 문제점이 노출됐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다수 입양아동학대 사례를 살펴봤을 때 준비되지 않은 부모에게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입양 과정서 입양부모평가의 기준 강화, 입양결연 지침 마련, 사후관리 및 사례관리 기준 강화 등 대책이 철저히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동학대방지협회, 양천서에 항의

이런 가운데 최근 한 시민단체가 이 사건을 맡은 서울 양천경찰서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앞서 세 차례나 학대 의심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이 부모에게 아이를 돌려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이 커지는 모습이다.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서울 양천구 양천경찰서를 방문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안일한 태도로 사건을 부실하게 수사했다는 게 이유다. 이들은 경찰이 아동학대 신고를 세 차례나 받고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의혹을 제기했다. 협회는 기자회견 뒤 네 가지 요구사항을 항의서한에 담아 양천서에 전달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직무유기와 아동학대방조를 한 경찰관 문책 양천서 경찰들에 대한 철저한 아동학대 관련 교육 입양모에 대한 철저한 살인 혐의 조사 입양부의 공범이나 방임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 등이다.

이 자리에서 공혜정 협회 대표는 양천서는 이 아이가 사망하고 학대가 자행되는 동안 무엇을 했는가라며 아동학대에 대한 낮은 인식과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지적했다.

B양이 입양되기 전 9개월간 지냈던 위탁가정의 모녀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위탁모 C씨는 처벌은 물론 경찰 대응도 약해서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다양부, 양모 둘다 똑같이 강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비난 불가피 아동학대 2회 신고·상흔 발견시 분리

이번 사태로 경찰도 비난을 피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경찰은 최근 잇따르는 아동 학대 사건과 관련해 강화된 현장 대응 지침을 내렸다. 향후 아동학대 신고가 2회 이상 접수된 경우 아이의 몸에 멍이나 상흔 의심 흔적이 발견되면 무조건 분리 조치하는 게 골자다.

또 현재 다소 모호한 아동학대의 응급조치 요건을 강화하는 즉시 분리제도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아동학대 처벌 현행법상 학대 정황이나 응급상황에 해당해야 분리 조치가 가능하지만 조사목적이라도 아동을 즉시 분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매번 반복되는 아동 학대사망 사건에 시민들은 이제 공분을 넘어 허탈감까지 느끼는 모습이다. 향후 이같은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아동학대 징후에 대한 조기 발견, 아동보호전문기관과의 모니터링 체계 구축 등 더욱 정교한 시스템 마련이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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