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Now] 격돌하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차세대 배터리 패권 전쟁의 승기는 어디로
[MonthlyNow] 격돌하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차세대 배터리 패권 전쟁의 승기는 어디로
  • 김민이 기자
  • 승인 2021.11.2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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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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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기준 글로벌 배터리(2차전지) 시장의 44.1%에 달하는 점유율을 자랑하던 한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2위인 중국(33.2%)의 거센 추격 때문이다. 2차 전지 중에서도 가장 큰 시장규모를 자랑하는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은 중국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가격경쟁력이 높은 LFP(리튬·인산·) 배터리를 내세운 중국이 한국의 주력 상품인 삼원계 배터리를 밀어내면서다.

 

가격경쟁력으로 무장한 ‘LFP배터리공세에 K-배터리 위상 흔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도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핵심 소재다. 양극재는 주행거리와 성능, 안전성 등을 좌우하며, 크게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3~4가지 금속을 조합해 양극재로 사용하는 삼원계와 철과 인산염으로 만들어 저렴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에너지밀도가 낮고 무거운 LFP로 각각 나뉜다. 한국 기업들은 그간 삼원계배터리 생산에 힘을 실어왔다. 삼원계배터리는 에너지밀도가 높고 주행거리가 길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며 코발트, 니켈 등 배터리 핵심 원료 채굴 과정에서 노동착취, 환경파괴 등의 문제들이 떠오르는데다 원가경쟁력에서 뒤처지는 점이 문제다.

최근 글로벌 1위 전기차업체인 테슬라가 주력 차종인 모델3’모델Y’에 기존 NCM(니켈·코발트·망간)배터리 대신 가격이 저렴한 LFP배터리를 탑재하겠다고 하면서 K-배터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의 올라 켈레니우스 최고경영자(CEO) 또한 차세대 전기차 모델인 ‘EQA'’EQB' 등에 2024~2025년부터 LFP배터리를 탑재할 것이라 선언했다. 이외에도 폭스바겐, 포드, 애플 등이 LFP배터리 적용을 확대하거나 새로 채택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배터리 비용이 전기차 전체 몸값의 30%를 차지하는 만큼 가격이 저렴한 LFP 배터리로 전기차 판매가를 낮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중국 배터리 성장세는 중국산 전기차 가격을 크게 낮추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는 31.2%인 중국 CATL이다. LG에너지솔루션(23.8%·2), SK(5.4%·5), 삼성SDI(4.6%·6) 등 한국 3사 점유율은 33.8%2위이지만, 중국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추세다. CATL은 테슬라에 이어 현대차에도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한국에의 지사 설립을 계획 중이다.

 

치열해지는 공방...차세대 배터리 선점 향한 도전 이어져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 개막을 앞두고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배터리 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화재위험성과 온도민감성이 꾸준히 지적되어온 가운데 리튬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이와 관련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과 덴마크, 이스라엘, 독일의 대학·연구기관이 합동으로 마그네슘이온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마그네슘이온을 운반할 전해액과 양극재 개발이라는 과제가 남았지만, 개발이 완료된다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중론이다.

새로운 시도도 이어진다. 미국은 코발트 프리배터리 개발에 힘을 싣고 있으며, 삼성SDI는 삼원계 소재 중 니켈 함량을 크게 늘린 하이니켈배터리 개발에 주력한다. 하이니켈은 니켈 함량을 90% 후반대까지 끌어올린 배터리로 LFP와 가격 경쟁이 가능한 제품이라 알려졌다. 일본 도요타 등은 액체 대신 고체를 활용해 이온을 옮기는 전고체 배터리를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는 안전성과 큰 배터리 용량으로 꿈의 배터리라 불린다. 양극과 음극이 고체로 가로막혀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작고, 온도 변화에 따른 증발이나 누액 우려도 적다. 낮은 온도에도 주행거리가 줄어들지 않는 점 또한 장점이다. 다만 낮은 충전량과 제조공정 및 양산화의 어려움, 높은 단가 등의 문제로 상용화까지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현재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는 일본이며, 국내 배터리 3사도 관련 연구 개발에 무게를 싣고 있다. 2027년 전후로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글로벌 상위 기업들이 차세대 배터리대규모 증설을 양축으로 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우위 선점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업계의 지형도가 흔들리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팽창하기 시작한 지금이 글로벌 선두권에 안착할 수 있는 적기라는 판단과 함께 공격적 투자가 이어진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미국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배터리 생산 라인을 구축했으며, SK이노베이션이 분사한 SK온도 최근 중국 옌청에 제4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한 3조 원 투자를 결정했다. 중국의 공세도 거세다. 중국 CATL8조 원의 유상증자에 나서며 유럽 공장과 중국의 신규 생산 라인, 기술 연구개발 등에 18억 유로(24,500억 원)를 투자할 전망이다.

 

소재의 높은 중국 의존도, 도덕적 문제 등 난제 해결해야

한국 배터리 업계의 또 다른 위기는 소재에 있다. 핵심 소재인 배터리 4요소(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질) 시장에서 중국이 압도적 점유율을 자랑하며, 우리나라는 소재의 60% 가량을 중국에서 들여온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양극재 시장의 57.8%를 점유하는 것은 물론 음극재(66.4%), 분리막(54.6%), 전해질(71.7%) 등 전 분야에서 과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중국이 수입을 규제할 경우 배터리 분야에서 2의 요소수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 배터리 산업의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아 무역 갈등과 지정학적 충격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 지적했다.

실제로 리튬, 코발트 등 원자재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해당 광물들의 가격이 고공행진하며 코발트는 t1만 위안, 니켈은 2만 위안 이상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리튬, 코발트, 니켈 등 핵심 원료는 배터리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할 중요할 광물이지만 지역 편중이 심한데다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다. 국내 업계에서는 앞으로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위기의식과 함께 대비책을 마련에 분주하다.

착한 광물에 대한 요구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주요 광물이 매장된 아프리카 분쟁 지역에서 유통망 장악, 아동 노동, 인권 유린 등이 자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며 국제사회에서 책임광물 사용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까닭이다. 이에 포스코케미칼은 업계 최초로 책임광물 활동 보고서를 발간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책임 있는 공급망 관리를 위해 국내 배터리 회사 중 최초로 글로벌 협의체인 ‘RBA(Responsible Business Alliance)'11월 초 가입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전담하는 산업 협의체인 RBA에는 테슬라, 폭스바겐, 애플, 구글 등 180여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삼성 SDI는 지난 3월 배터리 업계 최초로 BMW, 볼보 등과 심해 자연에 잠재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잉 개발에 대응하기 위한 심해저 광물 채굴 방지 이니셔티브(DSM, Deep Seabed Mining)‘에 참여했다. SK이노베이션은 세계 코발트 생산 1위 회사인 글렌코어2025년까지 코발트 3t 구매 계약을 체결하며 매년 독립된 기관으로부터 생산과정 전반에 대한 외부 감사를 받기로 합의했다.

차세대 배터리 경쟁이 심화되며 1위좌를 향한 치열한 격전이 펼쳐진다.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요구에 응답하는 것부터 소재 의존도를 낮추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석유(New oil)’라 칭해지는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선도적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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