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담은 음식과 맥주, 지역과의 상생 꿈꾸는 완벽한인생 브루어리
‘남해’ 담은 음식과 맥주, 지역과의 상생 꿈꾸는 완벽한인생 브루어리
  • 김민이 기자
  • 승인 2020.11.05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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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인생 브루어리 정학재 대표
완벽한인생 브루어리 정학재 대표 ⓒ김민이 기자 

완벽한인생 브루어리가 선보이는 맥주에는 남해의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다. 파독 광부들의 삶을 담은 흑맥주 ‘광부의 노래’는 2019, 2020 대한민국 주류대상을 수상했고, 남해의 명물인 백년초 열매를 넣어 만든 ‘남해’와 남해의 야경을 그려낸 ‘달로망’, ‘은하수’ 등 남해라는 지역을 맥주로 빚어냈다. 남해를 알리고, 남해군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완벽한인생 브루어리 정학재 대표다.

독일마을에 얽힌 이야기 담은 맥주 ‘광부의노래’

수입맥주를 수입‧유통하던 정학재 대표는 경상남도 남해군 독일마을에서 매년 10월 개최되던 맥주축제인 옥토버페스트의 기획에 참여하며 남해와 연을 맺었다. 남해 독일마을은 1960~70년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로 파견되어 일하다 은퇴한 한국 교포들을 위해 조성됐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독일 분위기를 느끼며 살 수 있도록 남해군이 마련한 것으로, 이곳에는 독일식으로 지은 주택 20여 가구와 광부 및 간호사 출신의 60~80대 주민 20여 명이 살고 있다. 남해군은 독일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활용해 한국에서 독일 문화를 체험하는 ‘독일마을 맥주축제’를 개최해왔다. 이러한 맥주축제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남해군 및 마을 주민들과 힘을 합해온 정 대표는 남해군만의 축제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다보니 현재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2011년 처음으로 남해군을 알게 됐습니다. 주민들과 축제를 위해 논의하던 중 남해만의 이야기가 담긴 맥주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죠. ‘광부의노래’의 시작이었습니다.”

완벽한인생 브루어리의 ‘광부의 노래’는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스위트 스타우트 크래프트 맥주-에일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까맣고 묵직한 겉모습 속에는 크리미한 바닐라향과 부드럽고 묵직한 풍미, 향긋한 꽃향이 숨어 있어 호평을 얻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경남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식료품으로는 최초로 대상에 선정되었다. 정 대표는 독일마을을 10년 가까이 오가며 만난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독일마을의 본 취지와 달리 현재는 관광지로만 인식되고 있지만 그 속에 있는 이야기를 알리고 싶었다는 그다. ‘광부의 노래’ 수상에 대해 기쁨을 표하면서도 자칫 주민들의 노고를 기리고 그 의미를 기념하겠다는 의미가 가려질까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현재 ‘광부의 노래’는 외부 유통 없이 남해 내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정 대표는 남해군민들과 남해를 찾은 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남해군의 특색 살린 맥주와 음식 선보이는 완벽한인생 브루어리

독일마을에 자리한 완벽한인생 브루어리는 수제맥주공장과 펍레스토랑으로 구성되었다. 삼천포대교에 걸린 달을 표현한 페일 에일 ‘달로망’, 깨끗한 자연환경으로 은하수를 감상할 수 있는 남해의 특징을 살린 아메리칸 에일 ‘은하수’, 남해 특산물 백년초를 활용해 남해의 저녁놀을 재현해낸 백년초 에일 ‘남해’ 등 완벽한인생 브루어리만의 독특한 개성이 담긴 맥주를 맛볼 수 있다.

“맥주 수입‧유통업을 하다 보니 나만의 맥주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늘 염두에 두고 있었어요. 어떤 맥주를 만들어야 할지 구상해왔습니다. 다만 독일마을에서 이렇게 운영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죠.”

2018년, 완벽한인생 브루어리는 수제맥주 업계의 후발주자로 시작했다. 그러나 정학재 대표만의 철학은 소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맥주를 탄생시켰다. 영문 일색이던 수제맥주 시장에 한글명을 지닌 맥주를 선보인 것 또한 한국에서 만든 맥주라면 한국 스타일이어야 한다는 그의 신념에서였다. 정 대표는 ‘완벽한인생’이라는 상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누구나 반복되는 삶을 살아가지만, 그 가운데에서 맥주 한 잔과 함께 잠시 쉼표를 찍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인생’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완벽한인생 브루어리가 단순히 맥주만 즐기는 곳이 아니라 이곳에 모이는 사람들을 응원할 수 있는, ‘쉼’이 있는 문화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는 삶의 희노애락을 같이할 수 있는 동반자 같은 맥주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맥주에 곁들이는 음식에도 완벽한인생 브루어리만의 철학이 담겼다. 독일식 요리는 물론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요리를 선보인다. 가장 대표적 메뉴라 할 수 있는 석탄치킨은 검정색 튀김옷이 인상적이다. 파독 광부들의 정착지인 독일마을을 기념해 오징어 먹물과 남해 특산물인 흑마늘진액으로 반죽했다. 정 대표는 맥주를 먹지 못하는 이들도 남해 독일마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하고자 했다며, 가족들과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서 석탄치킨을 먹으며 아이들에게 6, 70년대 파독 광부 및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설명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남해군 삼동면의 특산물 멸치로 만든 파스타 ‘삼동면’, 창선면의 고사리로 만든 ‘창선밥’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정 대표는 독일마을이라고 해 독일을 흉내 내기보다 우리가 잘 아는 남해를 상품화하는데 주력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한 끼의 식사 속에 지역의 문화를 녹여내고, 독일마을의 의미를 기릴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에서다.

“완벽한인생 브루어리는 관광객이 아닌 남해군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리고자 합니다. 그러다보니 주변에서 하지 않은 시도들을 많이 하게 되었죠. 메뉴 개발에서부터 저희가 제공하는 상품의 품질이나 서비스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관광지에서는 만나볼 수 없던 서비스다보니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습니다.”

정 대표는 유명 관광지에 자리한 식당을 꿈꾸지 않았다. 지역민들이 소모임이나 식사 대접 등을 위한 식당을 찾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한다고 말하는 그다. 곁에 두고 오랫동안 찾을 수 있는 공간, 정 대표가 그리는 완벽한인생 브루어리의 모습이다. 올초에는 남해군 최초로 위생등급제 ‘매우 우수 업소’에 지정될 만큼 위생과 품질, 서비스에 무게를 싣고 있었다.

“향후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원재료의 1%를 남해산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죠. 남해산 보리로 만든 맥주 등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맥주를 만들 것입니다.”

하나의 꿈을 향해 성장해가는 전문가 집단

완벽한인생 브루어리는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정학재 대표는 처음에는 자신의 주관이 강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팀을 만들어가는 동안 차차 직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각자의 분야를 전담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게 되었다고 말한다. 현재 완벽한인생 브루어리는 실무자들이 직접 결정을 내리며 업무를 추진한다. 정 대표는 설사 잘못된 결정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직원들이 성장해갈 수 있다며, 특히 신메뉴 개발에는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완벽한인생 브루어리가 단기간 내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완벽한인생 브루어리는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입니다. 저는 그 안에서 완주를 돕는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을 하고 있죠. 경영자라기보다 맥주를 만드는 친구에게는 맥주를 더 맛있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음식을 만드는 친구에게는 더 좋은 퀄리티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서비스나 영업 등 여러 분야에서도 각자의 영역을 더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저의 일이죠.”

정 대표가 직원들에게 아낌없이 권한을 내어주는 가운데 한 가지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전문성이다. 그는 서비스업은 누군가를 만족시켜야하는 일이라며, 내가 편하면 고객은 그만큼 불편해지는 것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선택한 직업인만큼 누구에게나 ‘전문가’라는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을 갖고 함께 성장할 것을 주문하는 그다.

“완벽한인생 브루어리가 상업적 공간이기보다 문화적 공간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때로는 갤러리나 공연장으로, 때로는 창고나 시장으로 탈바꿈할 수 있죠.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기꺼이 품을 내어주며 다양한 이야기가 숨 쉴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합니다.”

정 대표는 회사는 누군가의 소유가 아닌 하나의 생명체라 말한다. 직원들과 같은 꿈을 갖고 함께 성장해가야 한다는 뜻에서다. 특히 욕심을 내기보다는 기본과 상식에 충실하며 운영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믿고 서울에서 와준 16명의 직원들이 완벽한인생 브루어리를 통해 자신의 꿈을 키워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완벽한인생 브루어리는 정년 없이 오랫동안 전문가로서 자신의 역량을 펼쳐갈 수 있는 직장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남해와의 상생 통해 성장해갈 완벽한인생 브루어리

완벽한인생 브루어리는 지난달 남해군향토장학회에 장학금 기탁 소식을 전했다. 정학재 대표는 단순히 장학금 지원을 넘어 매달 후원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남해라는 훌륭한 자원을 등에 업고 사업을 이어가는 만큼 최소한의 보답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미약하지만 지역의 인재를 키워내는데 힘을 보태며 지역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매년 지역의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 또한 지역에 보답하겠다는 정 대표만의 약속이다. 각 지역에 걸쳐 3일간 식사를 대접하고 있으며, 이동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는 케이터링 서비스로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그는 주민들과의 약속으로 시작한 식사 대접이 이제 3년차를 맞이한다며,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렵겠지만 방법을 찾을 것이라 말했다. 특히 이러한 식사를 꾸준히 이어가며 10년, 20년 후에는 하나의 마을 축제처럼 자리매김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는 그다. 무엇보다 꾸준함을 통해 자신의 진정성을 보이길 바라는 모습이었다.

“완벽한인생 브루어리가 문화적 공간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과의 상생이 필수적입니다. 저로 인해 도움을 받은 사람도 있겠지만 피해를 입은 분들도 분명 계시겠죠. 1년에 한 번 정도는 식사를 대접하며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음에 대한 감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완벽한인생 브루어리의 빠른 성장 뒤에는 정 대표의 신중함이 있었다. 하나의 결정을 내리는데 최소 3일은 고민한다고 말하는 그는 매번의 선택이 과연 옳은지,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은 없는지 고려하며 사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신중함과 한결같은 성실함은 그가 경험을 통해 새긴 경영철학이었다. 지역에 대한 진정성을 바탕으로 남해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낸 완벽한인생 브루어리가 지역과 함께 호흡하며 지역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성장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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