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개혁과 혁신, 신세계의 변화에 주목하다
[경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개혁과 혁신, 신세계의 변화에 주목하다
  • 류성호
  • 승인 2015.11.1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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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는 나날이 변화하는 트렌드를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 이러한 혁신의 모습은 국내를 대표하는 신세계푸드를 통해 체감할 수 있다. 당초 신세계푸드는 샌드위치, 삼각김밥, 도시락 등 편의점에 납품하는 식품을 만드는 것이 주를 이뤘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식품 제조업을 운영할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이처럼 식품 제조업을 강화하는 이유는 식생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 차원에서는 신세계푸드의 이 같은 변화가 그룹 전체의 매출을 끌어올리는 동력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이 저마다 차별화된 콘텐츠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주력하는 가운데, 식품은 그러한 콘텐츠의 핵심 영역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변화의 중심에 선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신세계그룹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신세계
|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신세계
기본에 충실한 경영! 기본이 되다
급식과 식자재유통업으로 사업을 시작했던 신세계푸드가 외식에 이어 PB(Private Brand) 및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 등 식품 제조 쪽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종합식품회사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급식·식자재유통에 한정됐던 기존 경쟁업체들의 범주를 넘어서 새로운 경쟁사업자들과의 한판 승부도 불가피하게 됐다. 신세계푸드는 올해 10월에 들어서만 2개 식품기업을 인수하고 공장을 증축하는 등 식품 제조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 1일 이마트에 냉동만두를 납품해 온 춘천 소재 만두생산업체인 세린식품 지분 100%를 인수한 데 이어, 8일에는 음료 프랜차이즈 회사인 스무디킹코리아를 사들였다. 또 지난 8월에는 연간 700억~800억원 규모의 간편식 등을 생산할 수 있는 식품가공센터를 충북 음성에 짓기도 했다. 최웅조 신세계푸드 부장은 “세린식품은 기존에 신세계가 보유하지 못했던 냉동만두 제조 노하우와 설비를 확보함으로써 관련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인수했고, 스무디킹은 프랜차이즈 사업보다는 음료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음료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인수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신세계푸드의 단체 급식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1,223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198억 원으로 줄어든 상태다. 반면 외식사업부문은 대폭 성장해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 한해 매출보다 1.5배가량 높아졌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6.5%에서 39.5%로 커졌다. 이는 베이커리 사업을 운영하는 신세계SVN을 합병한 영향도 있지만, 한식 뷔페 ‘올반’, 수제맥주 펍 ‘데블스도어’, 푸드코트 ‘그래머시홀’ 등을 지난해 출점하며 외식업체가 270여개로 늘어난 것도 배경이 됐다. 여기서 몇 년이 더 지난다면 식품 제조 부문이 전체 매출을 견인, 지난해 기준 6521억원인 매출을 2023년에는 5조원으로까지 키우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세계그룹 차원에서는 신세계푸드의 이 같은 변화가 그룹 전체의 매출을 끌어올리는 동력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이 저마다 차별화된 콘텐츠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주력하는 가운데, 식품은 그러한 콘텐츠의 핵심 영역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제는 물건을 사러 백화점에 간 김에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밥을 먹기 위해 간 김에 물건을 사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습니다”라며 “신세계푸드의 콘텐츠가 신세계백화점·이마트·위드미 등 유통채널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전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자신의 SNS에 자사 식품 관련 글을 올리며 홍보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정 부회장이 식품사업 부문에 얼마나 큰 관심을 쏟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사례다. 신세계푸드는 현재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17.3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 부회장이 7.32%,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2.51%를 갖고 있다. 정 부회장의 노력은 사업의 중심축이 외식·식품제조로 이동하면서 경쟁 상대도 바뀌고 있는 것에 주목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종전에는 삼성 웰스토리, 아워홈, CJ프레시웨이 등 급식·식자재유통사들이 주경쟁사였다면, 이제는 식품업계 전반이 경쟁사가 된 것이다. 특히 유통업계의 라이벌인 롯데나 현대백화점이 보유한 식품 계열사와의 경쟁이 뜨거워질 것으로 주목된다. 실제 롯데푸드는 HMR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고, 현대그린푸드 역시 아직 두드러진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지만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본에 충실한 유통혁명을 통해 그룹 혁명으로
식품·외식사업에 대해 정용진 부회장은 ‘유통 혁명’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며 그 성과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레토르트 형식의 포장형 추어탕, 국산 종자 양파, 전통시장에서 찾아온 한식메뉴 뷔페, 수제맥주 등이 성과들이다. 단순 공산품 도소매에 그치지 않고 제조업 영역인 독자적인 상품 개발까지 직접 나서고 있다. 콜라, 감자칩, 라면 등 각종 대중적인 식음료들은 이미 ‘e마트’ 로고가 박힌 제품들이 대거 팔리고 있다. 반값에 품질은 기존 브랜드 제품들에 못지않아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 식품업체 브랜드를 뺀 ‘노브랜드’ 전략을 내세워 가격 할인에 큰 도움을 받았다. 또 이마트는 자체 가정용 간편 식사 브랜드인 ‘피코크’식품 개발부터 국산 농수축산물 발굴까지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 ‘국산의 힘’ 프로젝트는 국산 종자 농산물 육성을 위한 두 번째 상품으로 국산 개발 종자 양배추를 선보이면서 관심을 끌었다. 이마트는 ‘국산의 힘’ 프로젝트 일환으로 지난 6월 농식품부, 농진청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국산 우수 종자 농산물이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지 않고 조기에 시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이마트가 유통망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국산 종자 양배추는 종자가격이 약 30% 저렴한데다 재배 단계에서는 수입 종자에 비해 양배추가 크게 자라는 비율이 높고 활용할 때는 잎이 부드러워 주스나 샐러드 등 생식용으로도 먹을 수 있는 점이 장점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신세계푸드는 전국에서 판매되는 전통식품 발굴에도 앞장서고 있다. 신세계푸드의 한식 뷔페 ‘올반’은 지역 특산 농수산물을 재료를 사용하는 한식요리다. 신세계는 이 밖에도 ‘정용진 맥주’로 불리는 수제맥주 사업에도 뛰어들어 주류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신세계푸드의 변신을 위해 적극적인 M&A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말 933억 원 규모의 3년 만기 장기 기업어음(CP)를 발행, 실탄도 확보했다. 신세계푸드가 채권이나 CP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처음이다. 신세계 측은 “경쟁력과 기술력이 있는 제조업체의 추가적인 M&A를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남성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신세계푸드가 하반기 자금확보에 나섰다는 점에서 시장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M&A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라며 “M&A를 통해 장기 성장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라고 전했다.

위기는 곧 기회, 내부의 견고함을 다지다
정용진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호기심’, ‘변화’, ‘도전’. 이것이 발휘될 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창조적 발상을 할 수 있는 조직 역량이 높아지게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의 이 같은 발언이 실제 경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정용진식 유통실험이 통한 것. 유통업계가 전반적인 침체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정 부회장의 신사업만이 눈에 띄는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특히 대표적 신사업인 ‘복합쇼핑몰’과 ‘온라인몰’ 사업부문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온라인 사업의 경우 정 부회장은 차별화 전략으로 식품 상품군 강화에 나섰던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의류나 가전제품과 달리 식품 상품군은 중소업체나 해외 신규업체가 진입할 수 없는 시장으로 꼽힌다.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데다 재고와 물류 프로세스 관리 등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신규업체의 경우 지역별 특색과 문화의 차이로 MD의 경쟁력에서 차이가 나며 막대한 초기 손실을 감내하면서까지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시장규모가 아니다.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우선 정 부회장은 온라인전용 물류센터를 건립,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했다.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보정센터는 현재 수도권 남부 15개 점포의 온라인 배송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연말에는 김포에 용인 보정센터의 두 배 규모의 온라인전용 물류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라 보다 원활한 공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정 부회장의 이같은 차별화 전략은 적중했고 이마트몰 매출은 지난해 4분기부터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용인 보정센터가 가동된 후 약 6개월이 지난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33%가 성장했다. 여명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이마트몰의 매출은 6,830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면서 “오는 2017년 1조 850억 원, 5년 뒤인 2020년에는 2조원을 넘어서면서 마트 매출의 약 16%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마트의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 매장도 외형성장과 더불어 견실한 실적 개선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메르스 여파로 잠시 주춤한 듯했지만 7월 들어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올 2분기 트레이더스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34.2% 증가했다. 트레이더스의 경쟁력은 전용 PL상품을 확대하면서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해외직수입상품을 전략적으로 늘리면서 관련 상품의 2분기 매출은 52.1%나 늘어났다. 또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신속한 상품 개발과 회전으로 고객 유입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트레이더스 킨텍스점의 경우 일반 할인점과 상품 중복률은 5%미만에 불과하다. 또한 메르스 악재에도 불구, 지난 6월 오픈한 이마트 타운도 호응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신사업이 연일 흥행몰이를 하는 가운데 주력사업인 대형마트 등 할인점 매출 부진은 정 부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 회장이 들고나선 카드는 소통강화다. 그룹의 첫 통합 소셜미디어 ‘SSG블로그 (ssgblog.com)’ 를 오픈하면서 직원과 고객간의 소통을 강화했다. 만들어진 SSG블로그는 평소 SNS를 통해 소통 경영을 펼쳐왔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결과물이다. 신세계그룹은 ‘행복이 춤추는 일상’을 콘셉트로 그룹사 임직원들의 일상 속 이야기나 최신 트렌드, 쇼핑뉴스 등을 글과 사진 및 영상으로 담은 SSG블로그를 운영한다. 특히 신세계그룹 임직원들의 감동 스토리를 다룬 ‘신세계라이프’, ‘신세계피플’ 과 그룹 사보를 웹진으로 만든 ‘마이 신세계(My Shinsegae)’ 등을 통해 고객과 임직원간의 커뮤니케이션 가교 역할을 할 예정이다. 

또 신세계그룹은 SSG블로그를 통해서 패션, 뷰티, 푸드, 리빙, 여행, 문화 등의 각 분야 전문가들과 임직원들이 제안하는 최신 트렌드를 집중 소개해 라이프스타일 선도 기업으로서의 이미지 제고 및 고객들에게 한 발 더 다가서는 계기를 마련할 방침이다. SSG블로그는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푸드, 조선호텔, 스타벅스, 신세계사이먼프리미엄아울렛, 위드미, 신세계면세점, SSG닷컴 등 신세계그룹 주요 관계사의 가장 핫한 쇼핑뉴스를 소개하고 각 회사별 소셜미디어와 홈페이지에 바로 접속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게 된다. 또 SSG블로그는 기존 신세계그룹 홈페이지(shinsegae.co.kr)의 역할도 업그레이드 해 맡게 된다. 그룹사별 회사 및 사업 분야 소개, 중장기 계획인 비전2023과 인재상, 연혁 및 상생사례, 사회공헌활동, 친환경경영활동 등에 이르기까지 기존 그룹 홈페이지에서 다뤘던 정보를 가장 정확하고 최신버전으로 고객과 임직원들에게 제공하게 된다. 

박찬영 신세계그룹 커뮤니케이션총괄 부사장은 “소셜미디어가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매체로 각광받는 시대가 도래 했습니다”라며 “SSG블로그 오픈은 신세계그룹이 4만6000여명 임직원의 역량을 모아 최고의 콘텐츠 가치를 제공하고 소통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전기가 될 것 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룹의 자존심을 건 면세점 전쟁 ‘이익’보다 ‘대한민국’이 먼저
정용진 부회장의 개혁과 혁신도 이번 면세점 대전(大戰)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바로 지난 7월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 경쟁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그도 절치부심(切齒腐心)하고 다시 면세점 입찰에 기회를 보고 있다. 면세점 입찰 실패의 문제점을 세밀하게 파악해 보완하는 한편 지역 상생 강화 등 차별성을 부각해 사업권을 반드시 따내겠다는 의도다. 신세계의 관계자는는 “오너인 정용진 부회장이 사업계획서 인사말도 직접 썼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에 신세계그룹은 시내 면세점 입찰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는데 신세계는 명동 본점 신관 8~14층, 사무공간으로 쓰는 메사빌딩 3~7층과 10~11층 등에 연면적 3만3400㎡(약 1만100평) 규모의 시내 면세점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신세계가 명동 본점의 명품관(본관) 대신 신관에서 면세점을 열겠다고 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성영목 신세계DF 대표는 “7월 시내 면세점 입찰에서 떨어지고 나서 반성해 보니 본관은 국내 백화점 사업이 시작된 신세계의 뿌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지만, 내부 면적이 9900㎡에 불과했습니다”라면서 “본관 내에 독립적인 보세창고와 물류 수송공간을 설치할 수 없어 ‘보세운영 관리 항목’에서 점수가 낮았던 것으로 분석돼 신관으로 위치를 바꿨습니다”고 설명했다. 

자존심을 꺾고 철저히 ‘점수 위주’로 전략을 바꾼 신세계는 자사의 강점인 남대문 상권과의 상생은 더 살리기로 했다. 신세계는 앞으로 5년간 530억 원을 투자해 남대문 일대를 방문하는 관광객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남대문 시장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산타 카테리나’나 터키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 같은 세계적인 전통시장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신세계는 또 그동안 추진해온 ‘국산의 힘’ 프로젝트를 강화해 메사빌딩 내 7개 층 총 1만200㎡(3080평)을 모두 ‘국산의 힘 센터’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곳에서는 우수 중소기업 제품을 소개하고, 한류상품의 판로 확대를 도모해 실질적인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본점 신관에 입주할 면세점 중 2개층(11~12층)은 중소기업 제품 전용 층으로 꾸밀 예정이다. 성 대표는 “신세계면세점이 들어설 경우 5년간 10조원의 매출과 7조5000억 원의 경제적 부가가치, 14만 명의 고용창출을 이뤄낼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현장은 전문가들의 영역, 우직한 믿음의 경영
신세계는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면세점 사업 관련 전략과 비전을 발표했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면세점의 선정에 대한 의욕뿐만 아니라 신세계의 비전에 대해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성영목 신세계DF 대표는 도심면세특구 개발로 도심관광을 활성화 하고, 외국인 관광객 수를 2020년까지 1700만 명으로 늘려 관광산업 진흥에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성 대표는 “이번 사업계획서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격려사를 추가했습니다”며 “면세점 사업에 대한 오너의 의지는 굳건합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새로운 도심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서울 도심이 가진 매력을 향상시키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에 의미가 있다. 신세계는 650만 명의 신규 관광객을 증가시키고, 2020년 서울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만드는데 일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상투적 상생에서 벗어나 중소·중견 수출품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 말하는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매장의 40%까지 중소기업 판매면적을 증대시켜 나갈 계획이다. 중소업체 동반성장의 일환으로, 이날 간담회 자리에는 신세계 술방에서 판매하는 전통주를 테이블마다 비치했다. 지난해 대한민국 주류대상 선정 제품인 식품명인 박흥선씨가 빚은 솔송주와 조선시대 만찬주로 선정된 진도홍주다.

하지만 그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넘어야할 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면세 시장에 처음 도전하는 두산은 시장 예상대로 입찰에 적극 나섰다. 두산은 동대문을 거점으로 태동한 기업인데다가 지난 1999년부터 종합쇼핑몰인 ‘두산타워’를 운영했다. 보그, 보그걸, GQ 등 유명 패션잡지를 20년 이상 발간해 온 관계 업력을 발판삼아 유명 명품 브랜드와의 입점 협의를 상당부분 마무리 한 상태로 알려졌다. 박용만 회장도 강한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하며 면세사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1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해 동대문창조문화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또 다른 경쟁자인 SK는 공격과 수비에 동시에 나섰다. SK네트웍스는 워커힐과 롯데 월드타워점 2곳에 특허 신청을 제출하며 기존 워커힐면세점 수성과 함께 시내면세점 추가확보에도 나선다. SK네트웍스는 23년간 운영한 워커힐 면세점과, 국가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와 지역상생을 위해 세계적인 관광명소로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동대문 지역을 입지로 정해서 특허 신청서류를 제출했다. SK네트웍스는 지난 서울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 입찰경쟁 당시 입지로 삼았던 동대문 케레스타 빌딩을 특허 추가확보를 위한 면세점 입지로 다시 낙점했다. 이 빌딩은 판매시설로 지어진 건물로 쇼핑에 최적화된 구조를 갖췄으며, 인근 동대문역과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도보로 불과 5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좋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렇듯 롯데와 두산은 그룹 총수가 직접 나서 면세점 사업계획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SK 최태원 회장도 조만간 구체적인 면세점 비전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룹의 명예와 실속을 위해 ‘총수들 면세점전’이 전개되는 가운데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만은 ‘침묵’ 모드를 유지하고 있어 또 다른 차원의 관심을 끈다.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면세점이라는 ‘황금알’을 놓고 치열한 경쟁 국면에 돌입했음에도 유독 정 부회장의 속내가 부각되지 않는 것을 두고 재계안팎에서 다양한 추측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세계 측은 “그룹총수와 전문경영인의 역할이 정확히 나눠져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한다. 정용진 부회장이 신세계디에프 성영목 사장을 믿고 면세점 사업을 일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신세계의 경우 지난 1차전 때 밝힌 사업계획을 보완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이번에 처음 면세점 사업계획을 내놓은 롯데와 두산처럼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세계 측 관계자는 “SSG페이와 같은 신사업이나 그룹의 큰 그림에 관련된 일에는 정 부회장이 직접 나서지만 면세점 경우는 신세계디에프의 성영목 사장에게 맡기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 경영인의 역량을 믿고 신뢰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세계가 타 기업들에 비해 유독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난 1차 때부터 이미 신세계의 강점과 역량 등에 대해 계속해서 알려왔고 이를 사업계획서에 잘 정리해 제출했기 때문에 나머지는 긍정적인 결과를 기다릴 뿐 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1차 때와 달리 이번 사업계획서에는 인사말에서 “면세사업을 잘 할 수 있는 신세계 그룹이 이번에 선택돼 관광산업에 이바지하고 사업보국(事業報國)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주십시오”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들의 가계승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용진 부회장의 행보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선택과 집중, 과감한 믿음의 경영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나갈 신세계 그룹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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