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타이핑] 법제사법위원회의 최우선 개혁과제, '체계·자구 심사권'
[여의도타이핑] 법제사법위원회의 최우선 개혁과제, '체계·자구 심사권'
  • 정이레 기자
  • 승인 2020.10.2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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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레 기자
                         정이레 기자

흔히 법사위라고 불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는 국회 16개 상임위원회(이하 상임위) 중 하나로, 법제·사법에 관한 국회의 의사결정 기능을 실질적으로 수행한다. 구체적으로 법무부, 대검찰청, 법제처, 감사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헌법재판소, 대법원, 군사법원 등의 기관에 관한 사항을 심의 감독하는 것은 물론 탄핵소추에 관한 사항, 국회규칙안의 체계·형식 및 자구심사에 관한 사항 등을 담당한다. 법사위 안에는 4개의 소위원회를 두고 있다. 고유 법률안을 심사하는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체계·자구를 심사하는 법안심사제2소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 ‘청원심사소위원회이다.

 

법사위는 흔히 국회의 실세’, ‘양원제도의 상원이라고 불리고 있다. 부여된 권한과 상징이 막강하여 국회 내에선 법제위원회와 사법위원회로 분리하자는 주장이 나올 정도이다. 특히 이번 21대 국회가 원 구성 문제로 법정 시한까지 어겨가며 극한 대립이었던 것도 이 법사위 위원장 선출이 핵심이였다.

 

·야 할 것 없이 법사위에 목매는 이유는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 때문이다. 이 권한을 말하기에 앞서 국회 법안처리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자. 보통 법안은 10인 이상의 국회의원 찬성을 통해 발의되며 소관 상임위로 전달된다. 상임위에서는 제안자의 법안 취지 설명, 전문위원의 검토, 소위원회별 회의 등의 과정을 거쳐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들의 표결로 통과 여부를 결정한다. 이렇게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최종적으로 이 법사위에 당도한다. 법안을 본 회의에 올리기 전에 다른 법과 충돌하지는 않는지(체계), 법안에 적힌 문구가 명확하고 적합한 지(자구)등을 검토하는데 이것이 바로 '체계·자구 심사권'이다. 이러한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법사위에서 본회의에 그 법안을 상정해야만 국회의원 전체 표결로 법안의 의결이 가능하다.

 

왜 이것이 국회 내 가장 막강한 권한이라고 여겨질까?  현실은 '체계·자구 심사권'이 여러 면에서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발의되는 모든 법안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가 필수절차이다. 이를 이용해 체계·자구 심사의 명분으로 여·야간 쟁점법안을 법사위 내에 계류시켜 본회의 상정을 지연하기도 한다. 또한, 법안의 형식적 측면만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 내용까지 수정하는 사례가 빈번해 법안을 발의한 제안자의 취지와 소관 상임위에서 합의된 내용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법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이는 소관 상임위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월권행위로 볼 수 있다.

 

2020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사진=윤호중 법사위원장 공식블로그]
2020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국회법 제492항에 따르면 상임위 위원장은 위원회의 의사 일정과 개회일시를 간사와 협의해 정할 수 있다. 간사와 협의한다는 단서조항이 있긴 하지만 위원장이 거부하는 경우 사실상 상임위 전체회의 개최가 불가능하다. 또한, 위원장은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처리할 법안과 순서를 정할 수 있다. 이는 위원장 의중에 따라 법안이 회부되지도 못하거나 뒷순번으로 미뤄 고의로 지연시킬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이유로 법사위의 모든 의사 일정을 주무르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는 늘 마찰을 빚어온 것이다. 이를 견제하기 위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등의 제도가 있지만, 이것 또한 정치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법안처리를 위한 명쾌한 해답은 아니다.

 

105일 국회에 따르면 법사위에 계류 중인 법안은 353건에 달한다.

 

현재 법사위의 최대 이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추천위 구성 건이다. 1야당 국민의힘과 소속 법사위원들은 공수처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고, 그 결과를 지켜보자며 후보자추천위 구성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21대 법사위원장을 확보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공수처장 후보자추천위 구성을 '여야 각각 2명씩'에서 '국회가 추천하는 4'으로 바꾸는 내용인 공수처법 개정안 발의하고 앞서 말한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심사대상으로 올려놓은 상황이다.

 

공수처법은 시행된 지 100여 일이 지난 상태이다.

 

사실상 상원처럼 존재하는 법사위를 개선하자는 요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대 국회에서는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 기능을 폐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며 20대 국회에서는 체계·자구 심사 외에 법안의 본질적인 내용을 수정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이 법안들마저 법사위에서 계류 중이다.

 

이제는 국회의 병폐로 지적되어 온 법사위 월권 문제를 끊어낼 때이다. 21대 국회가 진정으로 내일을 여는 국민의 국회가 되고자 한다면 여·야간 쟁점법안들 때문에 진짜 민생을 위한 법안들까지 계류시키고 있는 법사위를 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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