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Now] 생명(生命). 그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는 시간
[Monthly Now] 생명(生命). 그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는 시간
  • 남윤실 기자
  • 승인 2020.10.12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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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7일 수요일, 법무부는 형법과 모자보건법 입법 개선안을 발표 했다. 형법상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임신 14 이내에는 임신한 여성 본인의 의사에 따라 낙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임신 1524주 이내에는 기존 모자보건법상 사유 및 헌법재판소 결정(헌법불합치단순위헌 의견)에서 명시한 사회적 · 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 낙태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따른 태아의 생명권을 옹호하는 낙태 반대 입장과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낙태 찬성 측 사이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20194월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 (법률이 사실상으로는 위헌이지만 즉각 무효화에 따르는 법적 ·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 개정 전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적 효력을 존속시키는 헌재의 변형결정)을 내렸다. 당시의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20201231일까지 낙태죄는 개선되어야 했고 그에 따른 사회적 · 제도적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후속 조치가 추진되어 오늘에 이른다.

 

낙태와 대한민국 법 조항

낙태(落胎)의 의미를 사전적으로 보면 자연 분만 이전에 태아를 모체에서 분리하는 일이라고 되어 있다. 낙태죄 관련 현행법체계는 형법과 임신 24주 이내 처벌 제외 요건을 규정한 모자보건법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형법 개정안은 낙태의 허용 요건조항(안 제270조의 2)을 신설해 처벌 · 허용 규정을 형법에 일원화하고, 기존 모자보건법상 허용사유에 사회적 · 경제적 사유를 추가 규정함으로써 낙태죄 조항(현행 형법 제269조 제1, 270조 제1) 위헌적 상태를 제거하였다.

낙태 관련 법 조항은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법과대학교수이며 국가 생명 윤리 정책원 이사를 역임한 박수헌 교수의 저서 (생명윤리와 법의 이해유원북스, 2018, p149)를 참고하였다.

현행 형법 제269조는 일반적 낙태에 대한 처벌 규정이고 제270조는 의료를 수행한 자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를 규정하고 있다. 형법상으로 낙태는 처벌받지만 모자보건법으로는 낙태 수술을 시행해도 의사가 처벌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를 규정하였다. 모자보건법 제28(형법의 적용 배제)에는 이 법에 따른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받은 자와 수술을 한 자는 형법269조제1항ㆍ제2항 및 제270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처벌하지 아니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 형법 조항을 보자.

 

 

형법 제 269(낙태)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헌법불합치, 2017헌바127, 2019. 4. 11.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269조 제1, 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조항들은 2020.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형법 제2691항은 낙태한 임산부에 대한 처벌 조항(자기낙태죄)이고 동조 2항은 낙태를 시행한 자에 대한 동의낙태죄 규정이다. 3항에서는 이를 시행한 의료인이 임산부를 상해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 낙태치사상죄의 경우 형량을 규정하고 있다. 270조 제1항의 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 낙태에 관한 규정도 의사에 관한 부분은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다.

 

논란의 쟁점

정부가 107일 입법 예고한 형법과 모자보건법 입법 개선안의 내용 중 특이점은 기존 모자보건법상 허용 사유에 사회적 · 경제적 사유를 더한 것이다. 현행 모자보건법일정한 사유(정신장애, 신체 질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에 의한 임신, 혈족 또는 인척 간 임신, 임신의 지속이 모체의 건강을 심각히 해치는 경우 등)가 있는 경우에만 임신 24주 이내에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현행 모자보건법 제14, 28, 동법 시행령 제15) 그러나 개정안은 임신 1524주 이내에는 기존 모자보건법상 사유 및 헌법재판소 결정(헌법불합치단순위헌 의견)에서 명시한 사회적 · 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 낙태가 가능하도록 했다.

입법 개선안은 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시 · 도지사가 지정한 보건소와 비영리법인 등 임신 · 출산 종합상담기관을 설치 · 지정하여 사회 · 심리적 상담을 제공하고, 임신의 유지 · 종결에 관한 상담 사실 확인서를 발급할 수 있도록 했다. 상담기관에 의한 상담과 24시간의 숙려 기간을 거치면 사회적 경제적 사유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이 조항이 문제 되고 있다.

입법 예고된 270조의 2 (낙태의 허용 요건) 2항 제3호를 보면 임신의 지속이 사회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신한 여성을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하거나 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라고 되어 있다. 270조의 3항은 임신한 여성이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상담 차에 따라 임신의 지속, 출산 및 양육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숙고 끝에 임신을 속할 수 없다는 자기 결정에 이른 경우에는 제2항 제3호의 사유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여 사실상 임산부 본인 의사에 따른 낙태가 가능하게 되었다.

낙태반대 입장인 행동하는 프로라이프’(상임대표 이봉화: 생명을 수호 목적으로 202082540여 개 단체가 참여해 출범한 연합체.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한국 남자수도회 · 사도 생활단 장상협의회 생명문화 전문위원회가 참여하고 있으며, 생명문화 전문위원장인 신상현 수사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는 입법 개정안이 실질적인 낙태 전면 허용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고 반론을 제기한다. 생명권(生命權)은 자기 결정권과 견줄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이자 인류 보편적 가치라고 보고 있다.

한편, 형법상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한국 성폭력 상담소, 한국 여성 단체 연합, 한국 여성민우회, 한국 여성의 전화 등 23개 단체로 구성)824일 기자회견을 통해 임신 중지 비()범죄화를 넘어 임신 중지를 권리로서 보장하는 대체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 산부인과 학회와 대한 산부인과 의사회, (직선제)대한 산부인과 의사회, 대한 모체 태아 의학회는 지난 108일 공동 성명을 통해 낙태 가능 시기를 10주 미만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산부인과 의사회와 회의를 하지 않고 특별한 사유 없는 낙태 가능 시기를 임신 14주 이내로 입법예고한 가운데, 의료계는 여성의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생명은 어디에서 오는가: 생명에 옳고 그름이 있을까

어린 시절, 누구라도 인간이 어떻게 세상에 태어나는지 궁금증을 가진 적이 있을 것이다. 성장하며 사회제도와 결혼이 가지는 의미를 알게 되고 더불어 인간의 행위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과연 생명은 어떤 존재일까. 언제부터 존엄성을 부여받게 되는지. 우리에게 강한 의문을 남긴다.

세상에 오는 생명은 누구나 축복받은 생명이어야 한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은 매우 중요한 권리이다. 그러나 생명의 잉태는 책임이 수반되어야 하지 않는가. 개정안은 미성년 임신부가 보호자나 법정 대리인의 동의가 없어도 상담 사실 확인서가 있으면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청소년들에게 생명 경시 풍조를 조장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잉태된 소중한 생명에 대해 축복된 생명인지 아닌지 미리 재단하고 출생을 막는 권리가 누구에게 있을까. 정부는 낙태 허용의 사회 풍조 대신, 출산이 명백히 여성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남성도 함께 책임질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육아 환경의 제도적 개선을 통해 생명을 살리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생명을 재량 영역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거시적인 차원에서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하겠다. 사회 구성원의 건강한 성 윤리 의식을 고양하여 생명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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