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내 기술력으로 세계 최고의 금속소재 강국이 되는 그날까지”
“순수 국내 기술력으로 세계 최고의 금속소재 강국이 되는 그날까지”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0.09.18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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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재복 경상대학교 나노·신소재공학부 교수
경상대하교 나노·신소재공학부 설재복 교수 ⓒ유지연 기자
경상대학교 나노·신소재공학부 설재복 교수 ⓒ유지연 기자

경상대학교 나노·신소재공학부에서 K-금속소재를 이끄는 설재복 교수는 소재의 미세조직분석의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12년간 소재의 미세조직분석을 분석하며 독자적인 분석법을 개발해오고 있다. 하지만 그가 보낸 성실한 시간을 보통의 우리들이 한 번에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경이로운 눈빛을 보이면서도 의아한 표정을 숨길 수 없는 기자에게 설재복 교수는 말했다. “하늘에 별자리를 보려면 천체망원경이 필요하듯, 소재 내부의 미세한 결함 및 원자들을 2-3차원적으로 관찰하려면 조직현미경이 필요하죠.” 이때의 조직현미경이란 바로 고배율 현미경, 즉 투과전자현미경과 3차원 아톰 프로브이다. 금속소재는 물론 반도체소재의 내부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결함과 원자배열 및 결정 구조를 분석하는 일이 바로 그의 몫이다.

우리 세계에 이 같은 과정이 왜 필요한 걸까? 기자의 무구한 물음에 돌아온 대답은 우리 삶이 얼마나 많은 것들과 촘촘하게 연결돼 있는지 새삼 체감케 했다. “쉽게 말하자면, 이 금속소재가 정말로 하늘을 안전하게 날 수 있는 소재인지. 또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대체소재인지를 분석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최근 설 교수의 연구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단지 우리가 몰랐던 분야를 뚝심 있게 파고드는 탐구력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만의 소재분석방법을 이용해 금속소재에 존재하는 원자 단위의 단범위 규칙을 가시화하고 이를 측정한 이력은 오직 국내 기술력과 장비만을 이용했다는 데에서 더욱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세 번째로 소재의 원자이상배열 가시화를 성공시킨 그의 연구가 가리키는 곳을 따라가 보았다.

 

 

국내 과학계가 품은 주체적인 가능성을 높이다

설재복 교수는 포항공과대학교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독일 Max-Plank Institute (막스플랑크 금속연구소)에서 2년간 연구원 신분으로 지낸 바 있다. 그곳에서 소재개발과 미세구조분석에서 국제공동연구를 진행하며 국제적 감각을 쌓은 그는 귀국 후 약 8년간을 삼성전자 및 포항공과대학교에서 소재미세구조분석 분야에 대해 끈질기게 연구해갔다. 말하자면 자신만의 내공을 쌓는 시간인 셈이었다. 마침내 20204, 국립경상대학교 나노신소재공학부 금속소재전공에 부교수로 임용되어 남다른 연구력을 자랑하며 대한민국 소재분석 분야의 위상을 높이고 있었다. 이토록 오랜 시간 설 교수의 탐구를 자극하는 주요 분야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저는 최근에 금속분야에서 핫이슈인 4~5가지 이상의 원자를 섞어 만드는 금속소재, 즉 고엔트로피 소재와 관련된 폭넓은 연구를 하고 있어요. 사실, 고엔트로피 합금 소재는 개발된 지 10년 정도 되어 산업화에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최근 경상대 K-금속팀과 포항공과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김형섭 교수님 연구실과 함께 이 같은 소재들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미세조직의 이상배열, 혹은 단범위 규칙(short-range order)’을 분석한 결과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단범위 규칙이라는 것은 그동안 일반 현미경으로는 분석될 수 없을 만큼 짧고 미세한 오차였는데요. 나노 크기의 원자들 배열이 갖는 국부적인 모임 혹은 벗어남 현상을 일반 투과 현미경으로도 분석하는 연구를 성공시킨 것이죠.”

이번 성과는 국내 최초이자 엔트로피 소재의 경우로는 세계 최초이고, 소재 전체의 경우로는 일본, 미국에 이어 세계 세 번째이다. 사실 이 같은 현상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전 세계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60년 동안이나 논쟁이 있었다고. 수많은 과학자들이 단범위 규칙이 금속소재의 강도와 연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수 원자단위의 매우 작은 크기의 단범위 규칙을 가시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이의 존재를 부정하는 주장이 따랐던 것이다. 그런데 이 논쟁을 종식시킬 결과가 다름 아닌 한국에서 발표되었다는 것은 국내 과학계의 보기 드문 유의미한 성과이자 괄목할 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세계적으로도 설 교수의 연구팀의 의견을 보충하는 결과들이 이어지고 있다. 남다른 성취감이 더해지고 있을 터, 3년간의 연구과정에 대한 소회를 물어보았다.

아무래도 세계 최초로 분석을 시도하는 것이다 보니 한국 내에서만 이뤄져야 하는 부담이 있었어요. 평소 제가 연구를 진행하며 목표하는 바나 분석도 국산화가 되어야 한다거든요. 그동안 국내에서의 분석기술, 소재기술을 탐구하는 과정은 대부분 해외와 연결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야말로 순수 국내 과학자가 국내에 마련된 장비로만 해보자! 하는 의지로 진행했죠. 해외의 분석장비 등과 협업하는 연구는 해외 의존도를 높인다는 점에 아쉬움이 남았거든요. 국내에서 지속적인 금속소재를 개발하는 데에 한계점에 도달하기 마련이죠. 저의 소신을 지켜가는 게 물론 어렵기도 했지만 그래서 지금의 결과를 더욱 뿌듯하게 느껴집니다.”

 

 

자명함 설렘이 만들어낼 뚜렷한 결과

얼핏 추상적으로 들리는 금속소재는 사실 큰 역할을 한다. 항공우주 분야의 가스터빈부터 시작해 고온용으로는 발전기와 저온용으로는 우리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휴대폰까지 알고 보면 무척 넓은 사용범위를 지니고 있다. 극지방을 순회하는 해양 플랜트도 금속소재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같은 소재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얼마나 미세하게 발견하는 역할을 어찌 간과할 수 있으랴. 보다 높은 강도의 금속을 쓸수록 결국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연구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는 곳이 바로 설재복 교수의 금속 나노융합분석연구실, 그리고 K-금속센터다.

“K-금속센터는 제가 올해 경상대에 부임 후에 한국의 금속소재 연구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세운 기관입니다. 경상대학교 금속소재의 전반적인 핵심 분야 연구가 가능하신 소수의 젊은 교수님들(김상식 교수님, 성효경 교수님, 김정기 교수님)만 초대되어 운영되고 있죠. 다른 교수님들의 경우 합금을 제조하거나 합금 내에서 일어나는 크랙을 해석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합금제조에도 도전하고 있어요. 현재 K-금속센터를 통해서 3D프링팅, 인공지능 기반 소재개발, 소재미세조직분석 및 소재손상 예측 등의 연구가 다채롭게 진행되고 있답니다.”

앞으로도 K-금속센터를 필두로 국내외 과학계에 새로운 획을 그어갈 설재복 교수의 목표가 궁금했다. 남은 올해 설 교수가 계획 중인 연구에 대해 물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인공지능이 개발하는 합금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요, 현재 국내 항공우주 엔진 터빈에 들어가는 소재는 전량 수입품이거든요. 그걸 국산화하고 싶은 목표가 있어요. 마침 여기 진주, 사천 지역이 항공우주특화지역이라 이 같은 목표를 구체화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죠.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학생들이 미래 지향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창의적인 취업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기도 하고요. 연구와 산업을 탄탄하게 잇는 연구를 해나갈 계획입니다.”

설 교수는 20년 전, 자신의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나노 분야에 거침없이 뛰어들었던 마음을 곱씹었다. 오늘날 새로이 등장한 인공지능과 금속소재를 결합하는 과정이 그에게 두려움보다는 설레고 두근거리는 시도라는 것은 묻지 않아도 자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의 중심에서 분석자를 외치다

현재 설재복 교수는 미국에서 주최하는 재료 학회 MRS(Materials Research Society)의 운영 위원회로 활동하고 있다. 2년 전에는 고엔트로피 학회 개최에 참여하면서 각 나라의 소재 전문가와의 연결다리를 자처했다. 마침내 학회가 국내 개최되는 데에 큰 기여를 했다고. 매년 국내에서 열리는 대한금속학회에서도 위원회로 활동하며 학술과 대외활동의 경계를 넘나드는 저력을 보이고 있었다. 설 교수가 나노·신소재 전공에 대한 관심을 확장시켜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일까 궁금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소부장이라고 하는, 소재 부품 장비 이 세 가지 분야에 급격한 관심과 지원을 쏟고 있어요. 반가운 변화지만 저는 단순히 장비를 국산화하는 데 있어 자금만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수년간에 걸친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춰야 하죠. 아직도 소재 분석하는 이들을 사회에서 인정해주는 인식이 부족하지 않나 싶어요. 10년 전, 5년 전과 지금이 다르지 않음이 아쉽습니다. 분석자를, 개발자를 도와주는 정도의 역할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분석하는 사람도 분석을 바탕으로 소재를 개발할 수 있는 인재가 될 수 있음을, 개발자와 분석자 간의 갭을 줄여서 인식하는 시선이 정착되기를 바랍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미국과 일본 장비에서 탈피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장비의 국산화와 더불어 이 같은 사회적 시선을 구축하는 데 보다 장기간 프로젝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상대학교 나노·신소재공학부 설재복 교수 ⓒ유지연 기자
경상대학교 나노·신소재공학부 설재복 교수 ⓒ유지연 기자

 

실현 가능한 꿈이 피어나는 시간

이제 연구실 밖, 강단 위에서의 설재복 교수의 모습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분석계를 이끌어갈 후학 양성을 위해 그가 노력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미래의 후배들의 시행착오를 덜어주되, 보다 진취적인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애쓸 그가 그려졌다.

우선 일방적인 강의로부터의 탈피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생들이 제자리에 앉아 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앞에 나와 발표를 하는 수업이 이어져야 하죠. 교수는 뒤에서 문제나 의견 제기만 하고요. 학생 주도형 풀이 학습이 되어야 연구력이 늡니다. 뿐만 아니라 자발적으로 나서서 공부하고 발표하는 상황이 충분히 체득되어야 실무에 뛰어들었을 때에도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습니다. 대학과 기업 사이의 틈을 수업에서 메꾼다는 생각으로 강의를 꾸리고 있어요. 연구자와 기업형 인재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부지런한 기관차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설 교수의 최종 목표는 바로 노벨상을 받는 것이다. 진지한 포부에는 결연함이 깃들어 있었다. 교육적으로는 자신의 학생들 또한 세계 최초의 금속 소재를 개발하는 인재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무엇이든 허투루 꿈꾸지 않을 그이기에, 그 같은 목표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반드시 존재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끝으로 그는 말했다. 그가 그려나가는 미래를 향한 가장 중요한 주문처럼 느껴졌다.

젊고 창의적인 인재들과의 격 없는 소통이 필요합니다. 그들의 사회 참여와 연구를 유도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어요. 교수가 아닌,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최적화된 수업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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