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Now] 이미지의 마법이 펼치는 행복한 순수의 세계! 실뱅 쇼메 탐구
[Monthly Now] 이미지의 마법이 펼치는 행복한 순수의 세계! 실뱅 쇼메 탐구
  • 문채영 기자
  • 승인 2020.09.16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애니메이션하면 어린 시절 동심의 세계를 환기하게 된다. 초기 디즈니 만화영화부터 현대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 제작된 3D 애니메이션까지. 기존의 작품과 달리 그 만의 독특함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프랑스 대표 애니메이션 감독 실뱅 쇼메(Sylvain Chomet)’의 대표작 두 편을 중심으로 그의 세계를 탐구해 보고자 한다.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낡은 기차의 기적 소리, 흐릿한 안개 낀 부두로 들어오는 배, 코트 깃을 올린 채 중절모를 쓴 사내들, 무성영화 속 배우의 모습. ‘실뱅 쇼메의 작품 속에는 지나간 시대의 그리움이 흐른다.

 

실뱅 쇼메 그 만의 미학

애니메이션 감독 실뱅 쇼메는 1963년 프랑스 태생이다. 학창 시절부터 미술 공부를 했고 졸업 후 1988년 영국 런던으로 갔다. 그곳에서 애니메이터로 활동했으며 이후 프리랜서로 광고나 만화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는 만화작가, 애니메이터, 감독이자 작곡가 등 다양한 역할을 해 왔다. 그의 작품에는 단편 애니메이션 노부인과 비둘기’(1997), ‘벨빌의 세쌍둥이(2003)’, ‘일루셔니스트(2010)’, ‘카르멘(2015)’등 애니메이션들이 있다. 또한 직접 각본을 쓰고 제작한 장편 극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2013)’이 있다. 4번의 아카데미 노미네이션, 앙굴렘 만화대상, 2번의 프랑스 아카데미 수상, 영국 아카데미 수상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2003년 제29LA 비평가 협회상 애니메이션상, 2010년 제23회 유럽 영화상 유럽영화아카데미 애니메이션상, 2011년 제15회 서울 국제 만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경쟁 장편부문, 2011년 제36회 세자르 영화제 애니메이션상) 그의 작품에서 공통으로 느껴지는 것은 삶의 이면에 놓치기 쉬운 그러나 깊은 통찰 속에 드러나는 소중함이다. 맑은 수채화 같은 영상미를 연출하는 그는 생각이 머무를 수밖에 없는 감정의 섬세함을 보여준다. ‘벨빌의 세쌍둥이에서는 기괴한 캐릭터와 흑백영화 같은 영상미가 빚어내는 풍자를. ‘일루셔니스트(The Illusionist)’에서는 돌아보지만 결코 잡을 수 없는 아릿한 지난 시절의 향수를 이미지로 구현한다. 그는 마임이 주는 효과를 애니메이션에 중점적으로 표현했다. 프랑스의 찰리 채플린으로 불리기도 했던 자크 타티(Jacques Tati, Jacques Tatischeff: 영화감독, 영화배우. 1907년 프랑스 출생 - 1982년 사망)에 대한 헌사이기도 하다. 그의 영상에는 음악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벨빌의 세쌍둥이에는 타악기로 리듬감을 빚어내는 스톰프 음악이 등장한다. 연주도 하고 작곡도 하는 그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는 우쿨렐레를 등장시켰다. '벨빌의 세쌍둥이''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음악은 그가 모두 작곡했다. 201610, 18회 부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그는 하나의 음악 안에 녹아드는 일체감은 언제나 자신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음악과 그림은 뇌의 같은 부분을 사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음악과 그림은 리듬이라는 공통된 코드를 가지고 있지요. 두 요소가 만나 커다란 시너지가 발생합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장면은 다소 부족한 캐릭터가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입니다. 이 순간, 음악과 율동이 일체 되어 어우러지는 마법이 일어납니다. ”

 

벨빌의 세쌍둥이(Les Triplettes De Belleville)

실뱅 쇼메를 세계에 널리 알린 작품이다. 2003년에 제작되었으나 한국에는 2016년 개봉했다. 과장된 도형처럼 보이는 캐릭터들로 구성되어 기괴한 느낌을 준다. 도입부는 파리 외곽에 사는 할머니(마담 수자)와 손자 챔피언이 TV 쇼 프로그램을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TV쇼에는 벨빌의 세쌍둥이가 나온다. 무엇을 하든 결코 웃지 않는 소년 챔피언은 자전거에 관심이 있다. 할머니가 사준 자전거를 신나게 타던 그는 사이클 선수로 자란다. 매년 7월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투르 드 프랑스(Le Tour de France)’라는 세계 최고 권위의 일주 사이클 대회가 있다. 1903년에 창설된 이 대회는 장기 레이스인데다가 난코스로 인해 일명'지옥의 레이스'로도 불린다. 손자 챔피언이 이 투르 드 프랑스에 참여했다가 마피아들에게 납치당한다. 마담 수자는 강아지 브루노와 함께 손자를 찾아 나선다. 마피아들을 쫓아 낯선 도시 벨빌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과거의 스타세쌍둥이를 우연히 만난다. 그들은 함께 챔피언 구출 작전을 벌인다. 모든 캐릭터들은 대사가 거의 없다. 캐릭터들은 각자 특이한 동작으로 성격을 암시하고 감정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무성영화를 보는 느낌을 받는다.

실뱅 쇼메는 작품 전반에서 사람의 일상과 움직임에 몰두했다. 그는 벨빌의 세쌍둥이를제작할 때 캐나다 몬트리올에 거주한 적이 있다. 당시 냉장고와 선반을 가지고 연주하는 스톰프 음악을 경험했다. 그 경험이 영화 전반에 흐르는 스톰프 리듬감의 원천이었다. 등장인물들이 냉장고 받침대를 이용하고 진공청소기로 음악을 만들고 신문을 접었다 펴며 소리를 내는 일련의 상황은 눈부신 하모니가 된다. 자전거를 실로폰처럼 두드리는 마담수자와 벨빌의 세쌍둥이의 협연은 영상미와 음악이 결합된 신선함을 보여 주는 명장면이다. 일상의 사물과 소리의 변주, 그야말로 즐겁고 신나는 상상력이다. 또한 실뱅 쇼메는 미국 문화에 대해 다양하게 풍자한다. 비만한 자유의 여신상과 빅 버거의 조합이나 뉴욕과 캐나다 몬트리올 · 퀘벡의 건축 양식을 혼합하는 방식으로 공간 벨빌을 그리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 만이 보여 주는 독특함, 기괴함, 우스꽝스러움이 음악적 상상력과 만나 이루는 풍자의 하모니. 이 문장으로 벨빌의 세쌍둥이를 말할 수 있겠다.

 

세상에 없는 꿈을 지켜주고 싶은 일루셔니스트

일루셔니스트(The Illusionist)’윌로 씨의 휴가’(1953), ‘플레이 타임’(1967)을 쓴 자크 타티(Jacques Tati)의 시나리오를 원작으로 했다. 실뱅 쇼메가 연출한 세 번째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화면 속에 타티의 영화가 상연되는 장면도 나오는데 이는 흑백 영화 시대 영화관에 앉아 있는 듯한 묘한 재미도 느끼게 한다.

록뮤직 공연이 인기를 끌고 있는 50년대 대도시, 밤무대를 전전하는 나이 든 마술사가 있다. 막간을 이용 관중의 시선을 끌어야 하는 마술사에게 관심을 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사람들은 토끼가 모자에서 나오는 마술 따위는 더 이상 믿지도 환호하지도 않는다. 도시를 떠나작은 섬으로 간 마술사는 순박한 소녀 앨리스를 만난다. 마술사의 손에서 나오는 모든 것이 실제인 줄로만 아는 앨리스. 환상의 세계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소녀와 쇠락한 노인으로 남은 마술사. 그는 변화한 세상을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하고 소녀를 떠나간다. 소녀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던 마술사는 관객으로 하여금 덧없는 인생의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실뱅 쇼메의 전작 벨빌의 세쌍둥이처럼, ‘일루셔니스트도 대사는 거의 없이 무성영화처럼 연출되었다. 그의 애니메이션은 언제나 움직임과 캐릭터에 집중한다. 최대한 움직임에 포커스를 맞추기 위해 대사가 없는 마임에 가까운 동작들이 반복된다. 실뱅 쇼메는 자크 타티같은 무성영화 배우들의 영향을 인정한다. 움직임을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카메라의 위치를 철저히 계산하여 카메라의 시점과 움직임, 캐릭터의 동선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는 활기찬 미래를 보여주는 만화나 악을 물리치는 슈퍼 히어로물을 선호하지 않는다. 실뱅 쇼메 감독은 최신의 만화영화 산업이 추구하는 3D 애니메이션의 세계는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는 2살 때부터 그려 온 그림에 큰 애착을 가지고 있다. 그는 그가 만났던 수많은 만화들 속에서 마법의 순간을 발견했다. 만화는 실제는 아니지만 분명히 그 안에 존재하고 있었고 그 자신만의 세계를 발견하는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는 틴틴의 모험(‘틴틴은 땡땡, ‘틴틴’, ‘탱탱’, ‘땅땅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유럽의 대표적인 캐릭터이다)’같이 영화 같은 연출, 문학적인 구성, 뛰어난 그림으로 독특한 연출을 보여 주는 작품을 선호한다. 애니메이트(animate)란 생명을 불어 넣는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는 지금도 작품 속 캐릭터들이 생명을 얻었을 때 그것을 마법이라고 종종 느낀다. 누가 실뱅 쇼메작품 세계의 핵심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마음의 눈으로 느끼는 감동의 세상 그것바로 그것이라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07238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 70길 15-1 RA542 (여의도동14-9, 극동 VIP빌딩 5층) 월간인물
  • 대표전화 : 02-2038-4470
  • 팩스 : 070-8260-02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문채영
  • 회사명 : 월간인물(Monthly People)
  • 대표자 : 박성래
  • 제호 : 월간인물
  • 사업자등록번호 : 227-08-617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3717
  • 등록일 : 2015년 04월 30일
  • 발행일 : 2015년 04월 14일
  • 발행인 : 박성래
  • 편집인 : 박성래, 남윤실
  • 월간인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간인물. All rights reserved.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박성래 02-2038-4470 psr@monthlypeople.com
우수콘텐츠 우수콘텐츠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