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Now] 공감능력 길러주는 행복한 그림책 읽기
[Monthly Now] 공감능력 길러주는 행복한 그림책 읽기
  • 박소연 기자
  • 승인 2020.09.11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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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바이러스 시대인 지금. 언택트의 일상은 어린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어린이들도 사회적 고립감이 주는 스트레스를 견디고 있다. 가정 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관계 단절이 불러오는 고립감은 어린이들의 사회성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요즘 어린이들은 유아기 때부터 스마트폰과 게임에 익숙하다. 코로나 시대를 통과하며 키우는 내 아이의 감성은 어떻게 키워야 할까.

 

스웨덴에서 전해 온 린드그렌상 수상 소식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봄이지만 모두 마음이 무거워 봄꽃의 화사함을 느끼기 어려웠던 지난 331(현지 시간), 스웨덴에서 매우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세계 최대 아동 문학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 문학상(ALMA)' 주관 위원회가 수상자로 한국 그림책 작가 백희나(49)를 선정했다는 낭보(朗報)였다. 이 상은 스웨덴이 낳은 세계적 동화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Astrid Lindgren:1907~2002)을 추모하기 위해 2002년 스웨덴 정부가 제정한 상이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에 큰 재능을 보였다. 그녀는 18세에 취업한 첫 직장에서 가정을 가진 상사와의 사이에 아들을 낳아 미혼모가 되었다. 그 일로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아들이 어릴 적,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했던 그녀는 어린 아들의 양육을 보모에게 맡긴 적이 있었다. 후일 그녀는 보육원에서 자라나는 아동들의 고통을 목격하고 그 고통을 통감하는 마음으로, 세파를 헤치며 꿋꿋이 성장하는 고아의 방랑기를 동화로 썼다. (: ‘방랑 고아 라스무스’) 결혼 후에 낳은 딸이 7살이던 해, 폐렴에 걸려 병석에 있던 딸의 요청으로 삐삐롱 스타킹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삐삐롱 스타킹 이야기는 다음 해인 1945, 책으로 발간되자 세계 어린이들로부터 무한 사랑을 받았다. 뒤죽박죽 별장에 사는 삐삐는 주근깨 투성이에다 빨간 머리 · 긴 짝짝이 양말을 신었다. 하지 말라는 일은 꼭 저지르고야 마는 삐삐는 말 잘 듣는 아이가 착한 어린이라는 상식의 틀을 뒤집는 개성파 캐릭터다. 삐삐는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던 세계 어린이들로부터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렸다. 작가 자신이 자연에서 마음껏 뛰놀며 성장했기에 그 어린 시절 추억이 창작의 원천이었다. 린드그렌은 95세까지 살며 스웨덴 사회 전반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녀는 사후에도 스웨덴 국민으로부터 큰 존경을 받고 있다. 삐삐 시리즈 외에도 소년탐정 칼레’ (13세 소년 칼레와 그 친구들이 탐정처럼 활약하며 악당을 물리치는 모험 이야기) 100편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그녀의 작품은 세계 90여 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한국의 그림책 작가 백희나는 린드그렌을 동경했으며 그 상을 수상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가졌다. 그 소망은 2020년 봄, 이루어졌다!

 

세계가 인정한 백희나만의 독창적 예술성

백희나 작가는 20대에 미국 캘리포니아 예술 학교(Cal Arts)에서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그녀는 그림책의 배경과 등장 캐릭터들 소품까지 모두 직접 제작하고 조명까지 설치 조절한 후 사진을 찍어 완성한다.

린드그렌 상 심사위원회는 67개국 240명의 작품 중 백희나의 작품들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아울러 그녀의 작품을 경이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통로로 보았다. 위원회는 그녀의 그림책을 작품 속 인물과 배경을 인형으로 제작하여 애니메이션처럼 구성하고 촬영하여 엮은 사진집같은 작품이라 평했다. 그녀의 작품은 재료와 표정, 동작에 대한 정교한 감각으로 외로운 인물들이 하나로 결속하는 이야기를 영화처럼 보여준다. 심사위원회는 작가가 종이를 재료로 구현해 내는 작업 기법의 독창성과 예술적 감각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백작가의 대표 작품 구름빵은 비 내리는 어느 날, 아이들이 나뭇가지에 걸린 구름을 발견한다. 그 구름을 가져다 만든 빵을 먹은 아이들은 하늘로 떠오른다. 아침을 거르고 출근한 아빠에게도 구름빵을 만들어 가져다준다는 이 이야기는 2004년 출간되었다. 작가는 국내 · 해외 모두에서 명성을 얻었다. 작가는 구름빵으로 2005년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상을 수상했다. 프랑스·대만·일본·독일·노르웨이 등에 수출됐고,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다. 2003년 백희나 작가가 첫 책 구름빵출간 계약을 할 때, 관행이라는 이유로 매절 계약을 하게 된다. 그것은 저작물 이용에 따른 대가를 일괄적으로 미리 받고 이후 발생할 수익에 대한 권리는 출판사 측에 양도하는 계약이었다. 이 문제로 작가는 오랜 시간 고통을 겪었다. 원작에 담긴 창작 의도가 멋대로 변형되어 이용되는 것을 지켜본다는 것은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원() 창작자로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오랜 시간 출판사와 소송을 했으나 작품에 대한 권리는 돌려받지 못했고 결국 올 12심에서 패소했다.

백희나 작가는 어릴 적부터 인형을 좋아했다. 그녀의 취미는 바비 인형 수집이다. 그녀의 작업실은 온통 인형들이 자리해 있다. 종이 인형으로 빚어내는 환상 세계. 그녀가 사랑과 정성으로 창조해 내는 인형들의 세상은 마법이 살아 숨 쉬는 동심의 세계다.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형 주인공들은 표정이 섬세하게 살아 있다. 순박하고 토속적이며 정겨운 한국인의 얼굴이다. 백희나의 마법 세계에서는 달에서 흐르는 물이 셔벗이 된다. 목욕탕에서는 선녀님도 만날 수 있다. 작품 북풍을 찾아 간 소년에서 바람은 미남자(美男子)로 현신(現身)한다. 사나운 바람치고는 매너 있는 신사다. 그녀가 구현하는 작품 세계는 독창적이다. 그 창의적 상상력이 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림책을 고르는 선구안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창작 동화가 가장 많이 출판되고 있다. 창작 동화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사실과 상상이 혼합된 이야기이다. 창작 동화는 아동의 인성 발달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주인공의 행동과 자신을 비교하기도 하고 주인공과 같은 상황 하에서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 아동의 판단력 형성에 큰 역할을 한다.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볼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책들 중 좋은 책을 선별하기는 쉽지 않다. 기준은 각자 다를 수 있겠으나 우선적으로 아이의 정서에 맞는 책인가 살펴야 한다. 아이의 흥미와 인지 발달단계도 고려해야 한다. 아동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책이 그림책이다. 미취학 아동기인 영유아기는 글을 읽는 전 단계로 음성 언어를 사용하는 단계이다. 이 시기의 아동은 주로 가족 내 관계에서 음성 언어를 배우게 된다. 그림책은 언어 발달에 매우 큰 역할을 한다. 영유아기 아동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며 생물과 무생물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 무생물도 사람처럼 생각할 거라는 물활론적 사고를 한다. 그래서 동물이야기나 자연 속의 생물을 다룬 그림책을 고르는 것이 좋다.

어떤 책을 선택하여 읽는가, 어떻게 읽고 받아들이는가, 교육적으로 어떻게 이끌어 주는가에 따라 아동의 인격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 이야기 속의 감동과 이야기를 통한 기쁨이 아동에게 전해진다. 책을 읽는 것은 아동의 정서적 성장의 토대가 되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다. 좋은 작품은 어린이에게 공감능력을 키워준다. 어린이의 정서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미취학 아동기에는 부모와 애착 형성이 중요하므로 그림책을 읽어 줄 때 자녀를 안아주며 정서적 충만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책 자체를 보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아동의 정서적 만족감의 충족은 성장과정에서 안정감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바탕이 되는 까닭이다. 어린 시절의 감동적 체험은 선명한 기억을 남긴다. 그것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강렬한 한순간의 섬광 같은 위력을 지닌다. 아이들의 추억 속에 영원히 머무를 행복한 기억을 선사하면 어떨까. 행복한 추억을 만드는 그림책 속으로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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