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Now] 복고 시대의 새로운 세대 공감
[Monthly Now] 복고 시대의 새로운 세대 공감
  • 문채영 기자
  • 승인 2020.09.07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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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흔히 듣게 되는 표현 중에 유행은 돌고 돈다라는 말이 있다. 과거 패션계에서 많이 쓰던 문구였지만 2020년 현재 사회 전반의 흐름에도 적용되는 대표적 문구라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복고(復古)의 분위기는 몇 해 전 방영된 방송드라마 응답하라시리즈의 방영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고 1990년대 후반 널리 유행했던 여성 패션의 요소들이 다시 등장한 모습에서도 볼 수 있다. 최근 대중음악 분야에서도 눈에 띄는 복고 열풍을 느낄 수 있다. 요즘 TV를 틀면 여러 채널을 돌려 봐도 어디서 건 낯익은 트로트의 리듬을 들을 수 있다. 종합편성 방송 채널 TV조선이 올해 초 방영한 미스터 트롯의 인기를 반영한 현상이다. 2020년 시점의 트로트 유행은 과거의 인기를 뛰어넘는 새로운 열풍이라고 말할 수 있다. 수십 년 전부터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던 대중가요 장르 트로트 곡들이 새로운 붐을 이루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트로트 음악의 감동이 주는 위로

120일 한국에 최초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발생한 이래 한국 국민도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감염 바이러스로 인한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시간을 견디어 내고 있다. 타 국가들과 비교하여 한국 정부의 모범적 대처는 K-방역이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치료 백신도 없이 모든 인류가 노출된 코로나바이러스의 세계적 유행은 커다란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뒤이어 국민 모두 한뜻으로 방역에 동참하며 물리적인 거리 두기와 비대면으로 인한 고통을 버티어 낸 시간이 이어졌다.

경조사는 물론 다른 지역에 사는 친지 가족들과 만남도 자제해야 하는 단절의 시간이 길고도 깊어졌다. 이제는 직장에서의 힘든 일과를 마치고 동료나 친구와 소소한 애환을 나누었던 과거의 소소한 일상이 매우 어렵고 힘든 특별한 일이 되었다. 사람들은 사람 사이에 직접적 교류를 나누는 시간이 부족할수록 과거 소소히 쌓았던 추억들을 더욱 그리워하게 되었다. 사회 분야 전반에서 비대면이 강조되는 상황은 새로운 소외를 낳았다. 사회적인 활력이 둔화하는 우울감이 마음의 침체를 가져올 때, 우리에게 한바탕 흥겨운 노래와 신명으로 마음을 달래준 것은 트로트 노래들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의 상황이 초래하는 고통은 누구도 비껴갈 수 없는 전 세계적인 재난이었지만 저마다 견디고 버텨야 하는 시간을 채워가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한 시대를 살아가며 함께 공유하는 노래의 가락은 슬픔에는 위로가 되어주고 고립감을 덜어주는 하나의 훌륭한 치유제가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나간 것은 그리움으로 남는다. 아픔도 돌아보면 고통의 깊이는 얕아지고 추억이 되기도 한다. 과거의 트로트 곡들이, 지인들과 노래방 · 잔치 · 야유회 등에서 흥겨움으로 함께 누리던 노래였다면 2020년의 트로트는 감염병 유행 시대의 고독과 공허감 일부를 치유하는 치유제 구실을 톡톡히 담당했다고 말할 수 있다.

 

세대의 격차를 하나로 아우르는 디지털 시대의 만남

한국 대중음악의 한 장르인 트로트는 일제하에서 일본 대중가요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해방 이후 트로트의 발전은 한국 역사상 전쟁과 가난의 시대를 거치며 그 시절의 애환과 아픔을 담아 공감대를 형성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굳세어라 금순아’, ‘단장의 미아리 고개’, ‘이별의 부산정거장등 한국 전쟁이 준 아픔을 노래한 많은 곡과 1960년대 무렵에도 겪어야 했던, 가난이 주는 슬픔을 노래한 보릿고개까지. 시절의 풍경과 국민 대다수가 경험했던 질곡의 역사가 준 아픔은 그 시절 트로트 가락에 진하게 배어 있다. 전쟁과 가난, 처절히 살아내야 했던 지난 고통의 시대를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극복했다. 과거의 아픔도 이제는 아련한 그리움의 향수로 돌아보게 되었다.

2020년의 시대의 복고 열풍을 산업개발 이전 시대의 감성적 회고에만 견주는 것은 단편적인 견해이다. 사실 그동안 젊은 세대에게는 트로트는 나이 든 세대가 즐겨듣는 음악이라는 틀에 박힌 인식이 있었다. 2000년대 이전에는 트로트 가수들의 연령대와 트로트 가요의 주된 향유층이 중장년 중심의 성인이었다. 아이돌 가수는 젊고 어린 나이에 역시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팬층을 구축하고 있었고 트로트 가수는 신세대와는 거리가 있는 이미지의 팬덤을 형성했다. 유형 · 무형의 세대 간 간격이 있었다. 현재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들이 배출해낸 2020년의 트로트 스타들은 젊은 세대이다. 과거 구세대의 전유물이 트로트라는 선입견을 씻어 버리는 신선한 매력을 발산한다.

미스터 트롯의 스타들은 무엇보다도 빼어난 실력과 자신만의 장점을 무기로 장착한 발군의 재주꾼들이다. 과거 젊은 시절 트로트의 감성을 익히 경험했던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는 젊은 가수들의 세련된 모습과 청아한 목소리에 빠져든다. 젊고 재능 있는 스타들의 경연 모습을 보며 할아버지 할머니와 어린 손·자녀들이 세대를 넘어 노래가 주는 감동을 함께 나눈다. 흘러간 트로트 노랫말에 깃든 지나간 역사를 윗세대가 알려주고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기기 사용법을 자녀세대가 윗세대에 전하며 문화를 함께 공유하고 경험한다. 디지털 시대의 음원 스트리밍 트렌드는 세대 간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시간을 마련해 주고 있다.

 

적극적 팬덤이 주도하는 새로운 영향력

201910월 서울대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는 트렌드 예측 저서인 트렌드 코리아 2020’을 발간했다. ‘트렌드 코리아 2020’의 분석 내용 중 팬슈머라는 새로운 조어가 있다. 팬슈머란 팬(fan)과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이다. 팬이면서 동시에 소비자로 투자 및 제조 과정에 직접 참여해 상품, 브랜드를 키워내는 소비자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현대의 대중예술 향유자들은 과거 인터넷 시대 이전의 팬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과거의 팬덤이 연예인이 형성한 영향력. 스타덤(stardom)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새로운 디지털 시대의 팬덤은 스타덤을 뛰어넘어 팬 스스로가 스타의 성장에 기여한다.’라는 적극성에서 차이를 보인다. 팬슈머는 스타가 구축하는 이미지와 가치를 구매하는 동시에 간섭과 견제의 역할도 하는 새로운 소비자이다.

일례로 미스터 트롯출신 트로트 신동 정동원군이 동원F&B의 동원참치 브랜드 광고 모델로 발탁된 사례를 들 수 있다. 정동원의 팬들이 해당 회사에 정동원을 모델로 발탁해달라는 적극적인 요청을 함으로써 모델선정에 결정적 영향을 주었다. 스타의 재능과 자신들이 사랑한 스타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려는 팬슈머의 영향력이 결합한 힘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2020년의 내일은 미스터트롯경연 우승자들이 주는 감동은 노래 실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숱한 경쟁을 뚫고 정상에 올라간 최종 TOP 우승자들이 가진 실력과 재능은 우열을 매기기 어렵다. 그 경연에 몰입하고 함께 공감하고 울고 웃었던 시청자들이 받은 감동에는 저마다 재능을 쌓아온 시간의 역사가 존재한다. 우승자들이 그 자리에 오기까지 재능을 단련해 온 수많은 고뇌의 시간과 노력, 진정성에 많은 이들이 감동하였다. 전 지구적인 재난의 시기는 이 시대를 관통하는 우리에게 지난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2020년 저마다 고독을 견뎌야 했던 시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왔고 언제나 끊임없이 흐를 것이다. 시련기가 끝나게 될 미래의 어느 날에, 우리는 지금을 과거로 회상할 것이다. 지금은 힘겨울지라도 이 시간이 고통으로만 머무르지 않을 저마다의 서사(敍事)가 필요하다. 2020년 트로트 노랫가락이 사람들 마음속에 위로를 주었듯 각자 앞으로 채워야 할 시간이 자신의 인생에 새롭고 가치 있는 역사로 남을 행복한 고독의 시간이 되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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