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Now] 도서정가제 그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Monthly Now] 도서정가제 그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 문채영 기자
  • 승인 2020.09.07 13: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출판문화업계에서 개정 시한이 다가온 출판 및 인쇄 진흥 법상 도서정가제에 관한 논란이 뜨겁다. 도서정가제는 출판물의 할인 한도를 정부가 규제하는 제도이다. 도서정가제는 출판업계의 과도한 책값 인하 경쟁을 막기 위해 20032월부터 시행되었다. 2002년 입법된 '출판 및 인쇄 진흥법'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현재 20141121일 개정된 규정에 따라 가격 할인과 경제상 이익(간접 할인)의 조합을 총 할인율 십오 퍼센트 내로 제한하고 있다. 모든 출간 도서는 정가의 십 퍼센트까지만 할인할 수 있으며 포인트 같은 간접 할인 혜택은 5% 비율만 가능한 제도이다. 202011월 타당성 재검토 시한을 앞두고 관련 업계 종사자는 물론 소비자들도 결정 방향에 관심의 초점을 모으고 있다.

 

도서정가제의 이해

도서정가제는 1977년 출판사와 서점 간 자율협약으로 정가판매제가 처음 시행되었다. 시간이 지나 90년대 말 인터넷서점과 대형 할인점 등에서 대량의 할인 판매를 하게 되어 자율협약은 기능을 잃게 되었다. 이에 2002년 출판, 유통 관계자, 소비자단체 등의 협의를 거쳐 출판 및 인쇄 진흥법이 제정되고 도서정가제는 법제화되었다. 이후 몇 차례에 걸친 세부적인 조항이 개정되면서 현재에 이른다. ‘도서정가제의 제정 취지는 대형 자본으로 도태되는 영세 자본의 출판사와 서점을 살리자는 큰 틀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출판문화산업 진흥 법상 3년 주기 재검토 규정으로 인해 그간 다양한 이해관계의 축들이 팽팽히 의견을 밀고 당겨 왔다. 여기에 작년 2019도서정가제 폐지 국민청원’(2019. 10. 14)으로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소비자들의 관심까지 가시화되었다.

2019도서정가제 폐지 국민청원에서 청원인의 주장 내용은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서점의 숫자와 독서 인구가 감소한 수치 통계 제시, 책값 인상 추이, 출판 산업 매출 규모 축소 및 해외 사례 인용 등을 주요 근거로 도서정가제 폐지를 주장하였다. 이에 20191212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해당 사안에 대해 공식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박양우 장관은 청원인이 염려하는 완전 도서정가제의 도입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인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한 개선 방안을 약속했다.

 

다양한 논의의 여정: 주요 쟁점

2020715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함께 한 도서정가제 개선을 위한 공개토론회가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니콜라오홀에서 열렸다. 2019년부터 시작된 문화체육 관광부와 민관 협의체 간 16회에 걸친 토론 및 논의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민관 협의체는 출판계, 유통계, 소비자단체, 전자 출판계 등 13개 관련 협의체로 구성되어 있다. 이 이 토론회에 대한 출판문화 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 등 출판업계는 불참했는데 시행 하루 전일 공지되어 이해 당사자들에게 앞서 충분히 안내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서점업계는 도서정가제 유지를 옹호하는 처지다. 도서정가제 이전의 경쟁상황에서는 많은 소규모 서점과 지역 서점들이 사라졌으나 도서정가제의 시행으로 그나마 근근이 버티어 왔음을 토로했다. 소비자단체는 탄력적인 제도 운용을 들어 오래된 재고 도서나 도서박람회 등에 대해 한시적으로 규제를 풀고 소비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웹툰과 웹 소설 등 전자출판업계에서는 약간의 차별화된 대책을 원하며 기존의 규정에서 다소 개선사항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유통업계에 대한 비판으로 소수의 독과점 때문에 왜곡돼있는 산업구조가 지적되었다. 도서정가제는 그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 견해가 다를 수밖에 없다.

대한 출판문화 협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출판문화’ 20207월 호는 왜 출판유통은 계속 위기인가라는 제목으로 출판 위기를 특집기사로 다루었다. ‘출판유통의 생존 위기와 그에 따른 도서공급률문제를 심층 분석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 독서 정책 연구소 정원옥 선임연구원의 도서공급률의 현황과 쟁점에 따르면 도서정가제 문제의 핵심은 도서공급률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정 연구원이 언급한 공급률이란 출판사가 출간한 도서의 정가와 각 거래선에 공급하는 단가를 비교한 비율이다. 출판사에서 거래처인 서점에 도서를 공급할 때, 서점의 일정 수익 발생을 위해 소정의 비율을 할인해서 공급하게 된다. 책을 납품하는 출판사 입장에서는 공급률이 되고, 수요자인 동시에 매입하는 서점의 측면에서 보면 매입률이 된다. ‘공급률 퍼센티지는 서점 공급가격을 책의 정가로 나눈 뒤 숫자 일백을 곱하여 계산한다. 공급률은 출판사와 서점이 처음 거래 계약을 맺을 때 그 기준을 협의한다. 서점에서 대량 주문하는 경우 약정을 통해 정규 공급률에서 일정 비율 추가 할인할 수도 있다. 책의 거래 부수에 따라 동일 책에 공급률이 달라질 수 있다.

출판사들은 대략 도매상, 온라인 서점, 오프라인 서점 이렇게 세 군데 유통라인으로 책을 공급한다. 보통 출판사의 공급률은 도매상에는 정가의 60~65%의 가격, 온라인 서점에는 55~65%의 가격으로 공급하게 되며 소규모의 오프라인 서점은 70~75% 정도의 가격으로 책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급률은 유통라인별, 출판사 규모별, 출판 분야별, 출고 부수 등에 따라 달라진다. 복잡한 당사자 이해관계에 따라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공급률 문제는 실질적인 수익을 결정하기에 매우 예민한 문제이다. 이러한 유통구조의 현실이 도서공급의 많은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도서 유통 시장에서 거대한 힘을 가진 온라인 서점이 개선되어야 문제 해결의 실타래가 풀린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핵심은 이해관계의 지점이 다르기에 관계자 간 상생할 수 있는 공급률의 개선이 절실하다.

 

상생을 위한 솔로몬의 지혜는 어디에

이러한 유통상의 문제가 업계 내부 수면 아래 팽배해 있는 상태에서 올 11월 도서정가제 개정 시한을 코앞에 두고 갈등은 더 견디지 못하고 수면 위로 치솟고 있다.

출판 협의회는 약 30여 개의 단체가 모여 819도서정가제 사수를 위한 출판·문화계 공동대책 위원회를 결성하고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의 핵심은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도서정가제의 근간을 흔드는 밀실 행정을 중단하라는 것과 도서정가제에 대한 기존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하라는 것이다. 상기 출판·문화계 공동대책 위원회820일 대한출판문화협회 대강당에서 도서정가제 관련 긴급 현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공정한 유통 문화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서점의 감소율이 줄었으며 독립서점이 크게 증가한 자료가 제시되었다. 더불어 독서 인구 감소 요인으로 유튜브의 등장과 기타 방송콘텐츠 및 방송 플랫폼의 발전 등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외에도 도서정가제가 실패한 정책이라는 주장을 전면 반박하며 출판문화생태계 발전을 위한 도서정가제 개선안 토론회에서 발표된 설문 조사 결과에서 저자, 서점, 도서관, 도서 구매자 모두 긍정적이라는 답변이 우세했음을 알렸다. 현행 제도에서는 잘 팔리는 책만 세상에 나오게 되는 문제점이 지적되었으며 독자들이 특정 정보가 필요할 때, 관련 정보를 담은 도서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대를 형성했다. 결론적으로 책이 상품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문화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라는 것이 이 토론회의 합치된 견해이다. 소비자들의 입장은 현행 도서정가제가 개선 보완되기를 바라고 있다. 작년 청와대 국민청원이 대표적인 메시지의 결집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삶에서 많은 이해관계에 마주치게 된다. 각자의 위치에서 이해관계의 스펙트럼은 분산될 수밖에 없다. 마음의 양식인 책, 그 존재가 영원히 우리 정신의 일용할 양식이 되기 위해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분산이 아닌 결집의 지혜, 상생의 방안이 필요하다. 현명한 판관으로서 정부의 역할이 충분히 발휘되길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