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계약, 계약금 배액만 지급하면 언제든지 해제할 수 있을까?
매매계약, 계약금 배액만 지급하면 언제든지 해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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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8.2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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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세광 명지성 변호사(건설·부동산 전문)

 

법률사무소 세광 명지성 변호사

최근 청주 지역 아파트 시장이 종잡을 수 없이 요동치고 있다. 6년째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침체되었던 청주 지역 부동산 시장은 인근 대전, 천안에 비하여 낮게 평가되었다는 매력에 외지 투자자들이 몰리는가 하면, 방사광가속기 입지 선정이란 호재로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하였다. 6·17 부동산대책이후 상승폭이 다소 둔해지는 하였지만 여전히 아파트 가격 상승은 진행형이다.

이렇듯 아파트 가격이 요동칠 때에는 매매계약 당사자들 역시 동요되기 십상이다.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을 하든 급하락을 하든 매도인이나 매수인은 변동하는 시세에 맞추어 매매대금을 다시 정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리를 반영이라도 하듯 최근 청주·오창 지역에서는 아파트 매매계약 해제로 인한 분쟁이 늘어나는 양상이다.

우리 민법 제565조 제1항은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고 정함으로써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는 한 계약금을 해약금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해약금 조항은 보통의 거래에서 사용하고 있는 부동산 매매계약서에도 약관처럼 기재되어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상대방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는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함으로써 매매계약을 자유롭게 해제할 수 있다. 결국, 매매계약 당사자간 해약금 관련 분쟁의 쟁점은 해제권 행사를 제한하는 ‘이행의 착수’에 관한 해석문제로 귀결된다.

최근 청주·오창 지역 아파트 매매계약의 당사자들로부터 받은 수많은 상담 사례들 역시 매수인이 이행에 착수하였는지가 문제되는 사례들로써, 매도인이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는 시기에 관련되거나 매수인이 중도금 또는 잔금을 미리 지급하는 것과 관련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개별의 구체적인 사안을 들여다보면 판단이 그리 만만치 않은 경우도 많다. 그 이유는 ‘이행의 착수에 이르렀는지 여부’에 관한 사정들이 매우 다양하고 그에 관한 매도인과 매수인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우리 대법원 판례 사례를 몇 개 들어보면, ① 매도인이 민법 제565조에 의하여 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일정한 기한까지 해약금의 수령을 최고하며 기한을 넘기면 공탁하겠다고 통지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매수인이 일방적으로 이행에 착수한 사례에서, 대법원은 중도금 지급기일은 매도인을 위하여서도 기한의 이익이 있다고 보고, 이 경우에는 매수인이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매도인의 손을 들어주었고(대법원 1993. 1. 19. 선고 92다31323 판결), ➁ 매매계약의 체결 이후 시가 상승이 예상되자 매도인이 구두로 구체적인 금액의 제시 없이 매매대금의 증액요청을 하였고, 매수인은 이에 대하여 확답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도금을 이행기 전에 제공한 사례에서, 대법원은 시가 상승만으로 매매계약의 기초적 사실관계가 변경되었다고 볼 수 없어 ‘매도인을 당초의 계약에 구속시키는 것이 특히 불공평하다’거나 ‘매수인에게 계약내용 변경요청의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아 매수인의 손을 들어주었다(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4다11599 판결). 그런가 하면 ➂ 매수인이 중도금을 지급하기 전에 매도인이 계약금의 배액을 공탁하고 계약을 해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매도인이 공장설립허가 명의변경용 토지사용승낙서와 인감증명서를 교부하여 매수인이 공장설립허가 명의변경신청까지 하였다면 매수인이 이행의 착수에 이른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여 매수인의 손을 들어준 사례도 있다. 그러나 ➃ 매수인이 매매목적 토지에 관하여 경료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 및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최고하고,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이행 청구의 소를 제기한 행위는 이행의 준비행위에 지나지 아니하고 이행행위의 일부를 이행하거나 이행을 하는데 필요한 전제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매도인의 손을 들어주었다.

결국, 이행의 착수는 그 이행기의 약정이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당사자가 이행기 전에는 착수하지 아니하기로 특약을 하거나 그와 같이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있고, 여기서 특별한 사정이라 함은 이행기의 정함이 매도인에게도 기한의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할 상황을 의미하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가는 그 행위의 태양, 채무의 내용, 이행기가 정해진 목적, 채권자가 채무자의 행위를 무시해서 계약을 해제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지 등의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행의 착수 개념이 계약의 이행을 바라는 당사자의 보호 내지 거래의 안전을 확보하고 보다 기본적으로는 계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계약법상의 기본적 원리에 충실하려면 이에 모순되는 해약금제도를 목적론적으로 해석하고, 이행기의 거래 전이라 하더라도 이행의 착수를 인정하고 계약의 해제를 배제하여 계약을 실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기실 해약금제도는 우리 고유의 관습이 아닌 일본 민법에서 도입한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행기의 약정은 매수인이 매매대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일정시기까지 기한을 허여하여 준 것이므로 이는 매수인의 이익을 위하여 정하여진 것으로 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특히, 매수인의 입장에서는 매매계약이 해제되지 않을 것을 믿고 이행의 착수로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는 부수적인 많은 행위들을 미리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행의 착수 개념을 좁게 해석할 경우에는 매수인으로서는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될 수 있다. 시가 상승액을 누가 자치하는가를 매수인의 중도금 지급과 매도인의 계약금 배액 제공과 해제 중 어느 것이 빠른가에 따라서만 결정할 일은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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