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시·지역계획학의 면면을 마주하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시·지역계획학의 면면을 마주하다”
  • 박소연 기자
  • 승인 2020.07.01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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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결대학교 국제개발협력학과 임형백 교수
성결대학교 국제개발협력학과 임형백 교수 ⓒ박소연 기자
성결대학교 국제개발협력학과 임형백 교수 ⓒ박소연 기자

도시·지역계획학은 도시라는 공간에서 사람과 물리적 시설, 각종 기능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 관계 속에서 일정한 규칙과 원리를 발견하여 보다 바람직한 미래를 설계하는 학문, 얼핏 어렵게 들리지만 인간의 생활 전반에 이처럼 깊이 관여하는 학문이 또 있을까. 때마침 인구의 날을 맞아 새삼스럽게 고개를 내미는 호기심을 탐구하고자 임형백 교수를 찾았다. 성결대학교 국제개발협력학과를 이끄는 그는 도시·지역계획학은 도시뿐만 아니라 국토의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쾌적하고 편리한 공간의 건설을 연구하는 분야라고 말한다. 임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구의 도시화와 도시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적 요인들의 인과관계를 톺아보았다.

 

임형백 교수 저 한국 국토 공간구조의 형성과 변화
임형백 교수 저 한국 국토 공간구조의 형성과 변화

도시의 미래에 담긴 한국의 미래

농촌사회와 도시지역사회의 인적네트워크 구축을 전공한 임형백 교수. 학부 시절 도시 및 지역계획을 전공했고, 현재는 성결대학교 국제개발협력학과의 강단에 서고 있다. 최근에는 고양시의 인구추계와 정책수립의 방향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맡으며 한국의 인구이동의 특징과 고양시의 대응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고. 고양시 인구정책에 관한 시발점을 함께 나눈 임 교수에게 국제개발협력학과의 소개를 부탁했다. 무엇이 그를 도시 및 지역계획학에 매료되게 만든 걸까, 궁금했다.

국내적으로 제 연구 분야는 도시 및 지역계획이라고 부르는 분야입니다. 비유하자면 도시계획은 서울이고 지역계획은 대한민국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도시계획이 수요도 많고 시장성도 크다 보니, 서울 및 대한민국이라고 부르는 격이죠. 도시계획과 도시설계가 공학적 성격이 강하고 도시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제가 하는 지역계획은 사회과학적 성격이 강하고, 도시와 농촌을 모두 다룹니다.”

임 교수의 궁극적인 관심은 통일 이후다. 통일한국의 국토를 어떻게 개발하여야만 경제적으로는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하여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정치적으로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를 가진 국가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에 오랫동안 집중해왔다고. 실제로 이러한 관점을 정리하여 2013, 한국 국토 공간구조의 형성과 변화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국외적으로는 국제개발협력 또는 공적개발원조라는 분야를 연구한다. 한국의 발전 경험을 다른 나라에 전달 및 공유함으로써 다른 나라의 발전을 돕는 것이다. 국제개발협력은 한국에서는 2010년부터 시작된 분야로,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임 교수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며 무려 전 세계 약 60개 국가를 다녀왔다. 국내 국토개발과 다양한 현상연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기술력과 문화를 알리고, 세계와의 교류와 협력까지 도모하는 그의 원동력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국토는 개인의 재산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공공재산입니다. 동시에 후세에게 물려줄 재산입니다. 또 난개발이라고 하죠. 잘못 개발하면 돌이키기 힘듭니다. 따라서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공익성을 추구하도록 개발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개인의 부의 축적 수단, 자치단체장의 치적, 정치적 요인 등으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임형백 교수와 대화를 나눌수록 새로운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한국의 인구감소는 가장 시급한 문제점 중 하나일 터, 지역의 인구문제 해결과 관련해 고려해야 할 한국의 인구학적 특징은 무엇일까. 그러자 그는 저출산이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인상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과 노령화를 경험한 선진국의 잘된 점은 벤치마킹하되,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 적합하게 수정하여 받아들여야 하겠습니다. 선진국의 실패는 반면교사로 삼아서 피해야 하죠. 한국의 저출산은 다양한 원인에 의한 복합적인 결과입니다. 하지만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한 복합적인 결과로써 아이를 키우기 힘든 사회적 환경 때문입니다. 따라서 단편적인 접근이나 정책으로 해결되지 못합니다. 또 저출산이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당장 인구가 줄어드는 자치단체에게는 당면한 문제이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장기적인 문제죠. 따라서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장기적 정책과 비전을 가지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인구도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여야 합니다.”

그의 말마따나, 중국이나 인도에서 보듯이 지나친 인구 증가는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음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인구의 적정규모를 유지하면서, 경제활동인구(생산가능인구)와 같은 필요한 인구가 증가 돼야 할 테다. 바야흐로 한국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고,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 교수 또한 지금까지의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모방을 통해 성장속도를 가속화하는 추격효과(Catch-Up Effect)로 발전해 왔다면, 이제는 퀀텀 점프(Quantum Jump)를 만들어낼 우수한 인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때마침, 올해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있는 해이다. 최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경제구조와 생활양식이 변함에 따른 급격한 인구감소 현상에 관해 새로운 인구정책의 접근이 필요한 시점인 셈이다. 앞으로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임 교수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한국 경제와 한국의 인구구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백신의 개발, 각국의 대응 방향, 세계 경제의 회복 등 다양한 원인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것입니다. 다만 주목할 점은 한국의 무역의존도가 70%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20%, 일본의 28%, 중국의 34%보다 훨씬 높습니다. 한편 한국의 국내총생산(GDP)는 약 2,000조 원으로 미국의 7%, 중국의 10%, 일본의 30% 정도입니다. 따라서 한국은 국내적 환경뿐만 아니라, 국외적 환경에 의해서도 커다란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또 업종에 따라서 받는 영향도 차이가 클 것이고, 당연히 대면적 영업을 하여야 하는 업종과 저소득층이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세세한 것까지 정책에 반영되어야 할 것입니다.”

 

성결대학교 임형백 교수
성결대학교 임형백 교수

당신이 살고 있는 지금 그 도시는

인터뷰라기보다 한 편의 유익한 강의 같은, 그의 지론이 이어지고 있었다. 착한 학생이 된 기분으로 앞으로 대한민국의 도시계획과 인구문제와 관련해서 풀어나가야 할 집중적인 이슈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큰 원동력이 될 부분을 물었다. 임형백 교수는 정치적 결정이 아닌 합리적 결정, 사익 보다는 공익을 위한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 11위의 경제대국 한국에서 국민의 의식은 아직도 택지개발과 부동산 투자를 통한 부의 축적과 개발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한 예로, 강원도 춘천에는 블록 완구인 레고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 레고랜드 코리아가 들어섭니다. 춘천시 의암호에 자리한 중도 내 28부지에 들어서는 레고랜드 코리아는 국내 최초의 글로벌 테마파크인 셈이죠. 하지만 이곳은 기원전 13세기부터 기원전 12세기의 청동기 시대부터 원삼국시대까지 다양한 시기의 유적이 대량으로 발굴된 곳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2014년 제동이 걸렸지만, 격론 끝에 당시 문화재위원회가 유적 이전 보존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강원도는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사업을 계속 추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고대유적지를 파괴하면서까지 테마파크를 만들어야 할까요? 이러면서 문화예술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과연 우리가 스스로를 문화국민이라고 자부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임 교수의 반문은 숙연한 여운을 남겼다.

 

성결대학교 국제개발협력학과 임형백 교수 ⓒ박소연 기자
성결대학교 국제개발협력학과 임형백 교수 ⓒ박소연 기자

임형백 교수를 따라가다, 대한민국의 변화를 기다리다

코로나 시대에서의 계획이란 한층 더 짙어진 눈앞의 안개를 거듭해서 걷어가며 나아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하반기에 접어든 2020, 임형백 교수가 계획 중인 연구나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물으면서도 머쓱했다. 돌아온 대답이 담백해서, 습관적으로 계획 강박증이 일 때마다 떠올릴 것 같았다.

올해라고 특별한 목표나 연구계획이 있는 것은 없습니다. 1년이라는 단기간에 무엇을 달성한다는 게 쉬운 것도 아니고요. 다만 올해는 국제개발협력에서는 평가 분야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고, 몇 년 뒤에는 국제개발협력과 관련된 책을 한 권 쓰려고 합니다.”

한편, 미래의 대한민국의 위상을 제고할 전문 인력 양성에 대해서는 한시도 게으를 수 없다는 듯 그는 말했다.

저는 어느 분야나 요구하는 인재상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에게 바람직한 가치관, 전문지식, 도전정신을 가지라고 합니다. 바람직한 가치관에는 윤리, 태도 등도 포함됩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기준보다는 자신에 대한 기준이 더 엄격해야 합니다. 전문지식도 갖추어야 합니다. 단편적인 암기식 지식 말고,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지식을 갖추고, 창의적으로 해결책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요즘 학생들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고, 책은 적게 읽고, 풍족하게 성장한 세대라, 깊이 생각하는 경향이 약합니다. 그리고 도전해야 합니다. 실리콘 밸리에서 만들어지는 벤처의 95%가 사라지고, 성공한 창업가들도 평균 3회째에 성공합니다. 도전하고, 실패하였을 때 다시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도전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성공을 시기하는 것은 잘못된 태도를 넘어 범죄입니다. 다른 사람이 잘 될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정당한 성취는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임 교수에게 주어진 연구자이자 교육자로서의 시간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음에 왠지 모를 안도가 더해졌다. 대한민국의 변화를 기대할 만한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듯한 느낌이었다.

정년퇴임까지 15년 정도 남았습니다. 격식을 많이 따지지 않고 순간순간 삶을 즐기면서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스타일이라, 사실 거창한 꿈이나 계획이랄 것도 없습니다. 일하면서 삶을 즐기려고 노력합니다. 국제개발협력학과 교수를 하면서 60여 개 국가를 다녀왔습니다. 휴일에 출근할 때는 아주 자유로운 복장으로 연구실에 나옵니다. 다만 앞으로도 열정을 가지고 계속 연구하고, 사회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경종을 울리고 싶습니다. 혹 제 의견이 옳다면, 많은 국민들이 이해하고 행동해 주어서 대한민국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뀌기를 바랍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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