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플렉시블 태양전지 통해 ‘에너지 개인주의’ 이룰 것
웨어러블·플렉시블 태양전지 통해 ‘에너지 개인주의’ 이룰 것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0.06.30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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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학교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김혁 교수

 

서울시립대학교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김혁 교수 ⓒ유지연 기자
서울시립대학교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김혁 교수 Ⓒ유지연 기자

 

태양전지를 옷에 부착해 태양광만으로 휴대폰 배터리 등 중·소형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1회의 공정만으로 다양한 종류의 플렉시블 태양전지의 전자추출층을 제조할 수 있기에 그 활용이 더욱 기대된다. 서울시립대학교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김혁 교수는 향후 다양한 기술 개발을 통해 한국 기업들이 세계에서 미래 산업을 주도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친환경 태양전지 핵심기술의 탄생

김혁 교수는 경상대학교 반도체공학과 김준영 교수, 서울대 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 이승현 박사와 공동연구팀을 꾸려 유기반도체와 알루미늄 도핑된 이산화티타늄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 핵심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해당 연구는 표면/계면기술 분야의 권위적인 학술지인 Advanced Materi\-als Interfaces지의 저널 표지로 선정되는 등 그 학술적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김 교수는 중·소형 전자기기를 쉽게 충전할 수 있는 친환경 태양전지 핵심기술이라 설명했다.

공동 연구팀이 개발한 태양전지 소자는 알루미늄이 도핑된 이산화티타늄(TiO)을 유기 태양전지 및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전자추출층으로 적용시킨 새로운 구조로서, 스마트폰, 헤드폰, 소형 블루투스 기기 및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의 전원으로 충전하여 활용할 수 있는 높은 에너지 변환 효율이 특징이다.

태양전지 소자는 구부리거나 휠 수 있으며, 옷에도 부착이 가능합니다. 옷을 입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마다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셈이죠. 자신이 사용하는 전력을 스스로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개인주의시작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태양전지는 신재생에너지의 주요 생산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불투명하고 딱딱해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특정 위치에 고정해서 사용해야 했다. 접어서 휴대하거나 옷이나 가방 등에 부착이 가능한 유연한 형태의 플렉시블 태양전지 개발에는 어려움이 따라왔다. 특히 유기반도체의 낮은 LUMO(Lowest Unoccupied Molecular Orbital, 전자주입장벽의 기준값) 값은 n형 반도체인 전자추출층 개발의 한계로 이어졌다. 김 교수 공동연구팀이 금번 개발한 이산화티타늄 n형 무기반도체는 시중에서 판매 중인 썬크림에 도 사용되고 있는 재료로, 가격이 매우 저렴하고 피부에 닿아도 안전해 태양전지의 전자추출층으로서 주목 받아왔다.

현재까지는 유기 태양전지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모두에 적용 가능한 기술이 없어 각 태양전지에 맞는 전자추출층을 일일이 설계하고 제조해야 했습니다. 이로 인해 공정 이 복잡해지는 것은 물론 공정가격이 비싸져 플렉시블 태양전지의 상용화를 늦추는 결과를 가져왔죠.”

김 교수 공동연구팀은 알루미늄을 활용해 이산화티타늄의 이동도와 전도도 등 전기적 특성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1회의 공정만으로 다양한 종 류의 플렉시블 태양전지의 전자추출층을 제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안정적인 원료 공급으로 위기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도 연결된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가 유기 반도체와 차세대 반도체 재료인 유무기 페로브스카이트 반도체를 기반으로 하는 태양전지의 상용화를 동시에 앞당길 수 있는 중요한 성과라 힘주어 말했다. 플렉시블·웨어러블 전자소자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인만큼 향후 휴대용 기기의 전력원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해당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이공학개인 기초사업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천기술개발사업(소프트 로보틱스 원천기술개발), 한국전력 기초사외공모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이론에 기반해 실생활 바꿀 수 있는 연구 이어갈 것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했지만, 공부를 하다 보니 실생활에 활용되는 기술들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을 넘어 제가 연구한 기술들이 상용화되어 사람들의 생활에 변화를 줄 수 있었으면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005OLED 분야를 연구하던 김혁 교수는 보다 심도 있는 연구를 위해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며 장비와 관련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어 프랑스에서 유 기전자 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연구를 구체화해갔다. 김 교수는 프랑스에서의 경험이 자신의 연구를 확장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건축, 미술, 음악, 패션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를 얻게 된 것이다. 2011년 한국으로 돌아온 김 교수는 삼성전자종합기술원에서 OLED 개발에 참여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엣지 디자인을 선보이며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술을 확보해 가고 있었다. 엣지 디자인이 적용된 휴대폰의 출시 직전까지 관련 연구를 수행하던 김 교수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몸담으며 해당 연구를 확장해왔다. 그는 디스플레이 분야가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으로 성장했지만 중국의 추격 등으로 인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며, OLED와 관련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이 접근 가능한 기술들을 개발하고자 했습니다. 첫 번째로 찾은 기술은 OLED에 사용되는 유기물 반도체를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거죠. OLED는 전기가 들어와 나오는 빛을 우리가 보는 방식이라면 태양전지나 광센서는 정반대의 원리입니다. 빛 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바뀌는 거죠.”

코로나 19 사태로 컨택리스(Contactless) 문화가 주목받는 가운데 김 교수는 광센서의 가능성에 집중했다. OLED의 방식을 정반대로 차용한다면 물체를 만지지 않고도 터치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운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빛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기 위한 연구를 지속했다. 이러한 연구는 2017년 그가 학교에 몸을 담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기업체와 출연연의 연구원 생활을 하다 학교에 오게 되니 그간의 연구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학교가 소규모의 원천기술을 연구한다면 출연연은 이러한 기술을 스케일업해 근시일 내 상용화 가능한 기술로 만드는 역할을 하죠. 그간의 네트워크와 인프라가 그대로 이어져 산··연의 협력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김 교수가 수행 중인 두 번째 연구 주제는 센서에 관한 것이다. 그는 특정 신호를 전기로 바꾸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며, 사람이 만지거나 누르면 그 압력의 정도를 전기로 바꾸는 압력센서를 예로 들었다. 압력을 전기신호로 변환하는 것 또한 김 교수가 그간 수행해온 연구들의 연장선상에서 활용할 수 있다.

 

원천기술 토대로 한 창업, 산업의 선순환구조 만드는데 기여했으면

한편 김혁 교수는 센서에 관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연압력 센서 기반 의료기기 디바이스 기업인 센소메디를 창업하기도 했다. 해당 센소메디는 유연 압력센서 기술을 기반으로 수 면 모니터링용 스마트 매트 및 이를 활용한 악력측정용 스마트 장갑, 하지근력 측정을 위한 매트형 의료장비 등을 제작하고 있다. 김 교수는 매트 위에서 행해지는 동작에 대한 압력을 플렉시블한 센서가 감지해 사용자의 수면패턴을 파악할 수 있는 스마트매트라 소개했다. 또한, 인공 고관절 수술 시 활용할 수 있는 인체삽입형 압력 센서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연구 중인 기술들을 보다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자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수면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수면 상태에 따라 무호흡증 등의 질병 들을 예측하거나, 수면 상태에 따라 미세하게 움직이며 보 다 편안한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드는 기계 학습기반의 인공지능형 모션베드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가 독창성을 가질 수 있는 기술들을 확보할 것이라 말한다. 작은 움직임일지라도 원천기술이 확보되어 있다면 이는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확신에서다. 그는 고유한 기술로 로열티를 받는 중소·중견기업이 늘어나고,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스타트업 등 또 다른 형태로 새로운 산업을 촉발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피라미드 연결고리와 같은 선순환 산업 구조를 물려주는 것이야말로 현세대가 후배 세대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는 사명감이 함께였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술을 개발하는 일입니다. 기술을 활용해 할 수 있는 것은 혁신이죠.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연구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제가 연구한 기술들을 실용화해야겠다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연이 협력하는 연구의 끝은 결국 기술기반 기업의 창업 아닐까요.”

 

주어진 자리에 최선 다하며 자신의 삶전달하는 교육

처음 학과를 선택하던 때부터 김혁 교수는 연구에 뜻을 두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는 지금의 자리는 자신이 마땅히 걸어야 할 길이었다. 그는 이루기는 어렵지만, 반드시 가야 할 곳이라 운명처럼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기업 연구원에서 교수라는 길을 선택하는 데에도 이러한 신념이 유효했다.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작게나마 사 회를 변화시키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꿈을 키워온 그다. 그런 김 교수에게 기업체와 연구원에서의 경험은 귀중한 연구 자산이 되어줬다. 연구들이 어떻게 기획되는지, 그 결과들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는지를 지켜본 것이다. 나아가 김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학부생들에 게는 기업 환경에 대한 조언을, 대학원생들에게는 출연연 등과의 협업을 통한 배움의 기회를 주고 있었다.

단순히 강의를 잘하는 것이 교수의 역할이라 생각지 않습니다. 교육 외에도 연구나 대외활동, 봉사 등 교수에게 주어진 역할들을 성실히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교수로서 제자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가르침 아닐까요.”

김 교수는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제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었다.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해 기업을 이끌어가는 것 또한 제자들에게 취업이나 연구 외에도 또 다른 길이 있음을 알려준다. 그는 이공계의 위기라는 말이 있지만,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모습을 통해 학생들이 이공계 연구의 필요성을 깨달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연구에 대한 즐거움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연구의 재미를 추구하며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다 보니 연구원으로, 교육자로, 이제는 사업가라는 자리에 섰죠. 제자들에게 늘 성공할 때까지 도전한다면 그 사람은 성공할 사람이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저의 모습이 제자들에게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성실, 정직, 협동은 김 교수가 제자들에게 강조하는 연구자의 세 가지 자질이다. 자신의 연구에 성실하게 임하고,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더라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정직하게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점차 복잡해지는 사회 속에서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만큼 주변 사람과 소통하며 협업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러 기술을 융합할 때 비로소 의미 있는 결과를 창출해낼 수 있는 시대인 까닭이다. 자신 또한 성실, 정직, 협동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몸소 새기며 선배 연구자로서의 본을 보이고 있는 김 교수. 그의 모습을 통해 과학 강국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뜻있는 과학자들이 탄생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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