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모켄’이 만들어간다
이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모켄’이 만들어간다
  • 문채영 기자
  • 승인 2020.06.11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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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길 모켄디자인건축 대표
모켄디자인건축 홍대길 대표
모켄디자인건축 홍대길 대표 ⓒ문채영 기자

 

‘이상을 현실로 만들고, 그 현실을 세계에 반영하다.’ 모켄디자인건축(이하 모켄건축)을 이보다 잘 설명하는 말이 있을까. 모켄건축 홍대길 대표는 건축은 사람에게 이로운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설계를 넘어 직접 건축에까지 뛰어들었다. 본질을 담아낸 모켄건축이 관여한 결과물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깊게 파고들었다. 세계 건축상 수상, 한국공간디자인대상 특별상, 태안건축상 특별상, 대한민국 건축대전 국무총리상 수상. 이러한 수상 이력은 건축의 본질에 대한 홍 대표의 고민에 대해 세상이 보내오는 답일 터다.

 

세계가 주목한 아름다운 건축물, ‘모켄리조트’

안면도에 위치한 모켄리조트는 모켄건축이 전국에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폐염전 옆, 바다조차 보이지 않는 허허벌판에 세운 풀빌라펜션이기도 하다. 처음 이곳에 리조트를 짓겠다는 홍 대표를 주변에서 만류한 것은 물론 자금을 마련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홍 대표는 전 세계 어떤 숙박시설을 찾아보아도 이보다 열악한 입지를 가진 곳을 없을 것이라 말한다. 무모하다고도 할 수 있을 도전을 성공시킨 것은 디자인의 힘이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디자인 없이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 판단한 그다. 대지 단차를 이용한 스킵플로어 방식의 디자인은 이제 모켄리조트의 상징이 되었다. 홍 대표는 1년 반 정도의 시간을 디자인을 완성하는데 쏟아부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설계를 마무리한 후에도 어려움은 이어졌다. 처음으로 도전한 건축물이었기에 시행착오가 많았다. 홍 대표는 3번 정도 부도 위험이 있었다고 전했다. 공사가 중단되고 대출금이 회수되었다. 건축 포기를 고민하던 순간,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함께 자동차 디자인을 하던 시공업체에서 계약금만 받고 공사를 진행해준 것이다. 부족한 노동력은 모켄건축의 전 직원이 함께 메웠다. 전문 시공사 없이 직접 건축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모켄리조트의 2.4km 상당의 난간을 직접 용접하고 마루를 직접 까는 등 건물 곳곳에 이들의 손길이 닿았다. 구석구석 애정과 자부심이 녹아들지 않은 곳이 없다는 홍 대표의 설명이다. 그렇게 완성한 모켄리조트는 이제 지역 주민에게 명소로 사랑받고 있으며, 매년 3만 명가량 이곳을 찾고 있다.

홍 대표는 모켄리조트가 대중에게 알려지는 과정에서도 ‘운’이 따랐다고 말한다. 자금이 부족해 홈페이지조차 개설할 수 없어 블로그를 통해서 알음알음 홍보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프로그램의 로케이션 매니저가 모켄리조트 섭외를 의뢰해왔다. 유명세의 시작이었다. 모켄리조트는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 드라마 ‘더킹 투하츠’,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에 등장하며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통일성과 안정성이 돋보이는 구조에 높은 점수를 받았고, 종이 접는 건축이라는 독특한 설계로 세계 건축상을 수상하는 것은 물론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이곳으로 견학을 올 만큼 건축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이곳의 저녁은 더욱 특별하다. 뼈대를 제외한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어 빛이나 시각에 따라 외관이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건물 디자인에서부터 고객을 대하기까지, 모켄리조트에는 ‘진심’이 묻어난다. 이곳을 찾은 고객들은 모두 자신의 객실까지 직원들의 안내를 받는다. 그동안 건물을 짓기까지의 과정과 구석구석에 숨은 의미들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기본적인 건축 지식이나 어려운 건축용어들도 쉽게 풀어 이야기하는 덕에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 홍 대표는 방까지 꼭 안내를 하며 그 시간 동안 건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물을 배경으로 손님들의 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홍 대표는 자신이 지은 건물을 사랑하고 그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리조트를 다녀간 투숙객들이 입소문을 내주며 알음알음 이름을 알렸다고 전했다.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신뢰를 얻고 있는 모켄디자인건축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신뢰를 얻고 있는 모켄디자인건축

 

‘본질’을 생각하는 건축, 사람을 이롭게 하기 위한 고민 이어가

‘세상을 이롭게 하는 건축.’ 홍 대표가 건축을 하는 이유다. 그는 휴식이나 창작, 놀이를 위한 공간, 혹은 상업 공간 등 건물의 목적은 다르지만 결국은 누군가를 이롭게 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전통 가옥들은 그런 그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었다. 정남향과 배산임수 등의 요소들을 비롯해 자연의 대류 현상을 이용하는 등 전통 가옥들은 그 자체로 ‘사람에게 이로운 집’이었다. 마당에 햇빛이 비치면 공기가 위로 올라가고, 나무를 심어둔 집의 뒤편에서는 시원한 공기가 불어온다. 바람이 없는 날도 마루에 앉아 있으면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 홍 대표는 우리 선조들은 해외보다 훨씬 발달한 건축공법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전통 가옥의 우수성을 현대의 건축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람을 위해서는 당연히 통풍구를 뚫어야 함에도 비용의 측면에서 생략하는 등 경제 논리에 의해 건축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제주에서의 삶은 그에게 많은 의문점을 남겼다. 습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는 통풍이 잘 되지 않으면 금세 이불이나 옷장 등에 곰팡이가 슬고 만다. 환기창을 설치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요소가 적용된 건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홍 대표는 자신이 살 집을 직접 설계했다. ‘제주 클리프 오션 모켄’의 탄생이다. 이곳을 설계할 때도 현지 주민들을 일일이 만나 대화를 나눴다. 주민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건물을 만들기 위함이다.

“제주로 이주한 분들은 다들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바다를 조용히 즐기는 여유로운 삶을 찾아 왔지만 이사 후 육지에서 너무 많은 지인들이 찾아오기에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요. 심지어 1년에 300여 명의 손님이 찾아온다는 분도 있었죠. 손님과 주인이 독립된 생활공간을 가질 수 있는 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홍 대표가 만난 제주도 이주민들은 단독주택을 선호하지만 단독주택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장점을 두루 갖춘 주거공간을 구상한 그다. 실제로 평화롭고 서정적인 생활을 좇아 단독주택에서 생활하는 주민의 대부분은 전기나 기계설비가 고장 났을 때 직접 고치기 어려운 것은 물론 수리 업체가 방문하기까지도 일주일 정도가 걸리는 불편함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제주 클리프 오션 모켄은 복층 구조를 적용해 손님과 주인이 따로 생활할 수 있도록 공간을 분리했다. 임차가 가능한 구조로 설계해 제주도에 머무르지 않는 시기에는 임차인을 두거나 하나의 집을 여러 가지 공간으로 분할할 수 있는 점 역시 이곳만의 특색이다. 또한, 습기가 많아 곰팡이가 많이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건축 구조적으로 우리 조상들의 전통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항상 자연 환기가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벽면 콘크리트는 황토시공으로 마무리했다. 이는 미세먼지 방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실내정원이나 수영장, 주문형 테라스 등 활용도에 따라 커스텀 디자인이 가능한 점도 장점이다. 모켄건축은 이밖에도 서울신촌로터리 현대백화점 인근 부지에 오피스텔과 다세대 상가 건축, 여수 1만 3천 평 부지에 18세대 단독주택과 워터파크형 테마파크, 경주 코오롱 마우이 리조트 인근 2만 평에 테마형 단독주택 단지 등 굵직한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예술가들의 작품을 재창조해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예술작품을 LED 조명으로 벽에 비춰 보다 화려하게 표현하는 식이죠. 건축가와 예술가들의 작품을 단순한 전시가 아닌 모켄건축의 방식으로 빛을 매개로 재창조하는 전시공간을 꾸리고자 합니다.”

 

독특한 이력과 본질에 대한 고민, ‘모켄’의 본질이 되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건축물을 선보인 모켄건축. 그 배경에는 홍 대표의 독특한 이력이 녹아들어 있었다. 홍익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페이퍼코리아, 동일방직 현대증권, 게임회사에서 근무하는 것은 물론 자동차디자인, 자동차 인테리어 사업, 제조공장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이끌어왔다. 현재는 부동산 개발사업과 건축설계 및 디자인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은 모켄건축만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결과물로 이어진다.

모켄건축의 첫 작품이 모켄리조트가 유명세를 타자 전국에서 그에게 건축 관련 의뢰가 몰려왔다. 건축주 뿐만 아니라 절을 신축하려는 주지나 캠핑장을 하려는 업주 등이 건축도면을 들고 그를 찾아왔다. 이는 리조트 운영에 집중하던 그가 직접 건축할 것을 결심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홍 대표는 건축 설계 컨설팅을 진행하다보니 설계와 실제 건축 사이의 괴리를 느끼는 일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열정을 쏟아 부은 설계가 현실적 문제로 좌절될 때 그가 느껴야하는 상실감 또한 컸다. 이러한 좌절이 수차례 반복되는 동안 홍 대표는 크고 작은 병증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고민 끝에 직접 건축할 것을 결심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향이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직접 눈앞에 보여줌으로서 ‘사람을 이롭게 하는 건축’의 필요성을 알리겠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설계자만을 이롭게 하는 건물들이 많습니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하는 건물들이죠. 정작 그 공간의 사용자에게는 절망을 안겨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례로 추운 한강변의 창이 큰 건물은 추위와 열대야로 문제가 많고, 고시원을 예로 든다면, 최소한의 채광이나 환기가 보장되어야하지만 이마저 포기한 건물들이 너무나도 많죠.”

모켄건축의 또 다른 차별점은 건축물에 들어가는 모든 요소들을 직접 디자인한다는 데 있다. 가구는 물론 거울이나 조명, 수도꼭지 하나까지도 모켄건축만의 철학이 깃들어있다. 버려진 물건이나 전혀 생각지 못했던 물건들을 조합해 새로이 생명을 불어넣는다. 모켄건축만의 아이디어가 담긴 제품들은 세계 각지의 공장으로 발주하고 모켄건축으로 납품된다. 이러한 독특한 방식은 최근 모켄건축이 지역에 5,000장의 마스크를 기부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처음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을 때 중국 거래업체에 마스크를 보냈지만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상황이 역전되고 말았다. 중국 공장에 수소문을 해도 당장 사용할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웠다. 홍 대표는 거래처의 지인이 마스크공장을 해 2만 개의 마스크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수입 과정도 까다로웠다. 식약청의 허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3개월여의 시간이 걸리는 터라 마냥 지체할 수만은 없었다. 다행히도 급히 수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마스크 2만여 장을 확보하고, 태안군청을 비롯해 모켄건축의 직원들, 지역 주민, 리조트를 찾는 고객들과 마스크를 나눌 수 있었다. 홍 대표는 마스크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만큼 그 기회를 사회와 나누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모교에 10여 년간 장학금을 기탁하는 등 삶 속에서 나눔을 실천해왔다.

“건축의 특성상 현장 인근의 주민들에게는 피해를 줄 수밖에 없어요. 평소 어떻게 하면 그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보상할 수 있을까 생각했죠. 미약하지만 마스크 한 장이 아쉬운 지금 주민들과 마스크를 나누며 이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본질을 추구하는 사회 만드는데 기여할 것

홍 대표는 ‘본질을 들여다보는 것’의 중요성을 늘 되새기고 있었다. 이러한 믿음은 강연을 통해, 모켄건축의 건물을 통해 대중에게 공유되고 있다. 그는 모켄건축이 만든 건물들을 통해 건물에 좀 더 자본을 투자하고, 사람이 이로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녹아든다면 보다 나은 공간을 만들 수 있음을 입증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삶의 본질이 무엇일까요? 건물을 짓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라는 물음을 항상 품고, 그 대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자 합니다. 또한, 이러한 생각을 세상과 공유하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홍 대표는 그간의 삶 속에서 위기를 만날 때마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양한 도전 속에서 수차례 좌절과 실패를 겪기도 했지만, 그 속에서 항상 깨달음을 얻어온 그다. 홍 대표는 절대로 넘지 못할 거라 생각한 장벽을 넘는 경험을 여러 차례 했다며, 기적과도 같은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본질’에 대한 그의 고민과 그가 내놓는 답의 진정성을 알아본 세상의 응원일 터다. 홍 대표는 이러한 타인의 도움을 결코 놓치거나 잊지 않겠다고 말한다. 자신이 받은 것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고, 경제 논리에 좌우되는 것이 아닌 일의 본질을 함께 추구해나갈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그다.

모켄리조트의 성공 역시 이러한 철학에서 기인한 것 아닐까. 홍 대표는 단순히 객실을 많이 짓고, 그 이익을 계산하기보다 리조트를 찾는 이유와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고민했다고 말한다. 자신이 살아가는 공간이 아닌 색다른 공간에 와 새로운 경험과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본질’을 꿰뚫어 본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그가 내놓은 해답에 박수로 화답했다.

“사람들은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불가하다고 말합니다. 모켄건축은 이상을 현실로 만들고, 이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그 시작에는 모든 결정이 내포되어 있고, 결과로 향하는 모든 과정에 브랜드 모켄이 있습니다. 모켄이 그리는 이상향, 그 꿈은 현실이 될 것입니다.”

 

남윤실 기자 nys@monthlypeople.com

문채영 기자 mcy@monthlypeo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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