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보관부터 인체 보존까지, ‘냉동인간’의 꿈에 성큼 다가선 ㈜크리오아시아
장기 보관부터 인체 보존까지, ‘냉동인간’의 꿈에 성큼 다가선 ㈜크리오아시아
  • 박소연 기자
  • 승인 2020.06.01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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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오아시아 한형태 대표, 김시윤 최고기술책임자·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 조교수
㈜크리오아시아 한형태 대표, 김시윤 최고기술책임자·건국대학교 의생명공학대학 조교수 ⓒ박소연 기자
㈜크리오아시아 한형태 대표, 김시윤 최고기술책임자·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 조교수 ⓒ박소연 기자

SF 영화에서나 만나보던 냉동인간(Cryonics)’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관한 기술을 연구하던 과학자 에프엠 에판디어리가 1972년 설립한 미국 알코르 생명 연장 재단은 인체 냉동 보존서비스를 제공하며 생체의 시간을 잠시 멈추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어버이날 1호 냉동인간이 등장했다. 80대 노모를 냉동해 장례를 치른 것이다. 과학기술정보 컨설팅 그룹 크리오아시아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해동 기술을 연구하며 냉동인간의 부활에 다가서고 있다.

 

㈜크리오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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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인간현실화에 도전하는 크리오아시아

냉동장()’. 아직은 생소한 개념이다. 이에 대해 크리오아시아 한형태 대표는 머지않은 미래에 장례의 한 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라 예견했다. 실제로 현재는 널리 퍼진 화장 문화 또한 20년 전에는 말도 안 되는일로 받아들여졌었다. 소중한 부모님을 불에 태워 한 줌의 재로 만든다는 것이 충격적으로 다가선 탓이다. 한 대표는 시신을 부패하지 않는 상태로 보관해주는 냉동보존 기술이 더욱 발전한다면 미래에는 냉동장 또한 장례의 한 형태로 인식될 것이라 부연 설명했다. 실제로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냉동보존실에는 73명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으며, 냉동보존센터는 현재 미국과 러시아에만 존재한다.

러시아의 크리오러스는 미국의 앨코어, 크리오닉스 인스티튜트와 함께 세계 3대 인체 냉동보존 기업으로 꼽힌다. 인체 냉동보존 서비스는 보다 발전된 의료기술이 나왔을 때 죽은 사람을 되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세포와 장기 등 신체를 영하 193도의 극저온 액체질소에 담가 손상 없이 얼려 장기간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크리오러스(KrioRus)의 제휴사인 크리오아시아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인체 냉동보존 기업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최근 국내 상조회사와 논의를 지속하며 냉동보존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기초적인 준비를 시작한 상태다. 더불어 올 하반기 중 해외의 인체 냉동보존기업들과 전문가를 한국으로 초청해 인체 냉동보존과 해동기술 등 미래 재생의학을 주제로 한 국제 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다.

IT 컨텐츠 비즈니스 분야에 오랫동안 몸을 담아온 한 대표는 자신을 가슴 뛰게 하는 일을 찾다 냉동인간이라는 분야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지식의 최전선에서 미래 산업을 선도하는 일을 꿈꾸던 그는 우연히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냉동인간에 대해 인터뷰하는 김시윤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 조교수를 만났다. 현재 김 교수는 크리오아시아의 최고기술책임자(CTO), 기업의 기술력을 견인하고 있다. 김 교수는 당시만 해도 냉동인간과 관련한 기술에 비판적 시각이 컸다며, 해당 기술에 과학적 관심을 가진 한 대표의 모습에 믿음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현재 냉동인간과 관련한 기술은 냉동보존에 머물러 있으며, 인체를 손상 없이 해동시키는 기술은 숙제로 남아 있다. 김 교수는 이러한 급속 해동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 말한다. 이미 이론적으로는 입증되어 있으며, 정자나 난자, 피부세포, 세균 등 단일 세포를 얼렸다 활성화하는 일은 현재도 흔히 만날 수 있는 까닭이다. 그는 아직까지 완전히 냉동시켰던 동물의 장기를 손상 없이 해동시킨 사례는 없다며, 조직의 내부까지 열을 균일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급속 해동 기술을 연구 중이라 설명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초기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학계에서는 2040년 경이면 냉동보존 했던 죽은 사람의 뇌를 살려내거나 인공신체에 이식하는 일이 가능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크리오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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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냉동인간실현에 성공하다

크리오아시아 1호 냉동인간 보존 성공 소식을 전하며 국내 냉동보존 기술 발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간 냉동인간 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상담을 진행한 이들은 많았으나, 전신 보존 계약이 성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호 냉동인간을 탄생시킨 인물은 부모님과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 50대 남성으로, 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시신을 냉동보존하기로 결정했다. 의료기술이 발전한 미래에는 어머니를 다시 소생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서다.

“1호 고객은 크리오아시아 론칭 전부터 냉동인간을 접하고 관심을 갖고 있던 분이셨습니다. 어머니의 건강이 악화되자 저희를 찾았다가 다시 호전되셨죠. 이후 재발한 병이 급속도로 진행되어 어머님이 돌아가시자 저희를 다시 찾아오셨습니다.”

크리오아시아를 찾아 상담을 진행했으나, 실제 냉동보존까지 이어지지 않았던 한 의뢰인은 시간이 흐르고 당시 냉동보존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남겼다. 한형태 대표는 이 일이 모친의 냉동보존을 결심한 의뢰인이 결정을 내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냉동인간은 임종을 맞은 직후 몸을 얼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망선고를 받은 사람의 뇌와 신체기능이 한동안 유지되는 골든타임을 이용하는 것이다. 한 대표는 이때 몸이나 뇌를 얼리면 먼 미래에 해동시켜 되살릴 수 있는 개념에서 접근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특히 사망 후 30초가 지나면 뇌의 기능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만큼 신속한 조치가 중요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주로 고령의 부모를 둔 미혼의 4~50대 자녀가 상담을 받고 있으며, 더는 부모를 뵐 수 없다는 생각에 심리적 어려움을 겪은 중년층 자녀들이 해당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해외의 경우, 병 또는 사고로 자녀를 먼저 떠나보낸 부모들이 냉동보존을 의뢰해 오는 경우가 더 많다.

지난해 3월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진은 산화철 나노입자를 이용해 돼지의 심장판막을 최초로 손상 없이 해동시키는데 성공하며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발표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솔루션 자체가 어렵기도 하고, 비인기 분야라 연구가 더딘 해동 기술이지만 미래에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 내다봤다. 크리오아시아가 해동기술을 연구하는 전 세계 유일의 기업인 만큼, 냉동보존 기술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는 그다. 수많은 항생제나 신약, 수술법 등의 의료기술들이 그러했듯 인류의 또 다른 미래기술인 냉동보존술이 인간을 죽음으로부터 좀 더 자유롭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실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과 함께였다.

 

㈜크리오아시아 김시윤 최고기술책임자·건국대학교 의생명공학대학 조교수 ⓒ박소연 기자
㈜크리오아시아 김시윤 최고기술책임자·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 조교수 ⓒ박소연 기자

기증 장기의 냉동보존 통해 장기 이식 성공률 높인다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냉동인간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지 않은 만큼 크리오아시아는 장기 이식이나 신체마비 환자의 재활에 냉동 보존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우선적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신장이나 간, 심장 등 기증되는 장기의 수도 적지만 어렵게 확보한 장기도 기증자가 사망한 직후 수 시간 내에 환자에게 이식되지 못하면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시윤 교수는 안타깝게 버려지는 장기가 80%에 달한다고 말했다. 향후 기증받은 장기를 냉동 보존했다가 필요한 때 다시 활성화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장기 기증을 기다리는 수많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 현재 김 교수는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입증이 된 만큼, 실제로도 구현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뇌 이식이나 전신 소생의 경우, 기술적 한계 외에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윤리적 문제가 남은 상태라 말했다. 냉동보존 기술을 영생의 길로 여기며 과도하게 냉동인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인식과 함께였다. 김 교수는 현재 나노입자와 자기장 등을 응용해 안전하게 장기를 해동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앞으로도 장기 이식과 신체마비 환자의 재활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이어갈 전망이다.

실제로 김 교수는 지난 2016년 살아있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머리이식 수술에 참여해 성공으로 이끌기도 했다. 당시 그는 이 수술을 절반의 성공이라 평가했다. 혈관을 연결하는 수술이 성공한 것일 뿐, 경추(척수) 신경을 연결했을 때 사지의 기능이 회복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하얼빈 대학의 렌 샤오핑(任曉平) 교수팀이 진행한 두 원숭이의 총목동맥과 경정맥을 연결하는 수술은 국제 과학전문지 뉴 사이언티스트에 보도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탈리아의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 중국의 렌 교수와 공동으로 머리 이식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줄기세포 분야 전문가로도 알려진 김 교수는 이러한 연구에 대한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기도 하지만, 머리이식이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수술일 수 있다며, 해당 연구의 필요성을 조심스레 언급했다.

특정 장기를 얼린 후 녹였을 때 정상적으로 기능함을 입증한다면, 전신에 적용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막연히 알려진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결코 만만치 않은 연구이지만, 실패를 극복해가며 해동 기술의 발전에 기여하겠습니다.”

 

㈜크리오아시아 한형태 대표 ⓒ박소연 기자
㈜크리오아시아 한형태 대표 ⓒ박소연 기자

냉동보존술선도 기업으로 우뚝 설 것

냉동보존술이 아직 생소한 만큼 크리오아시아는 냉동보존한 장기 이식의 활성화와 더불어 냉동장을 제3의 장례방식으로 인식시키는데 집중할 전망이다. 고인의 신체를 그 상태 그대로 오래도록 보존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수요가 있으리라는 판단에서다. 한형태 대표는 올해부터 냉동장에 대해 알리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인체 냉동보존 서비스의 확산을 위한 노력도 이어진다. 모스크바에 위치한 보존센터를 아시아와 가까운 블라디보스토크에 건립해 아시아의 허브로 활용할 것을 논의하는 한편, 일본의 애완동물 보관 센터를 답사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는 냉동인간 보존에 대한 법적·행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냉동인간 서비스는 국내에서 즉시 몸을 얼려 러시아로 옮기고, 추가로 체온을 낮추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코로나19 사태는 이러한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항공편이 줄어들며 유족이 냉동인간 보관 장소인 러시아까지 동행하지 못한 것이다. 한 대표는 유족들이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후 함께 가는데 동의해준 덕에 일정에 맞춰 잘 진행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해 삶과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이 더 예민해지고, 관련 기술이 발달하고 있는 만큼 2020년은 냉동인간 보존 분야가 성장하는 기점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진단했다. 또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이지만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함께 힘을 모아 극복했으면 한다는 응원을 덧붙이는 그다.

향후 유족들이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고인을 찾아뵐 수 있는 개별적 시설을 꾸리고자 합니다. 현재 챔버 업체 및 관련 업체들과 미팅을 통해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죠. 러시아에 안치하는 것과 비슷한 비용으로 구현이 가능하다면, 개별적으로 냉동장 묘지를 만드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할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끝으로 한 대표는 냉동보존술이 미래의 대한민국 신산업의 하나로 자리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손에 꼽을 수 있는 해동연구자인 김시윤 교수와 함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며 선도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확보에도 힘을 보태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였다. 1호 냉동인간 보존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세계 인체 냉동보존기업들과의 포럼을 앞둔 2020년은 크리오아시아아 도약의 원년이 될 듯하다. 나아가 챔버를 통한 개별냉동장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는 한 대표. ‘냉동인간을 향한 크리오아시아의 도전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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