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철학으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열어가는 반도체 공학자
창조의 철학으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열어가는 반도체 공학자
  • 박성래 기자
  • 승인 2020.04.03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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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전자공학과 이성식 교수

 

부산대학교 전자공학과 이성식 교수 ©박성래 기자

역사적 발명을 위해서는 비틀어보기가 필요하다.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때 지금껏 없던 창조의 씨앗을 발견할 수 있다. 이성식 교수가 세계 최초로 제시한 ‘트랜시터’는 세상에 없던 연구를 위한 노력의 결과다. 그가 발표한 트랜시터는 반도체의 새로운 반세기를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연구, 개선하거나 혹은 창조하거나

철학적인 관점에서 연구 방법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기존에 존재하는 개념을 기반으로 대상의 성능을 개선하는 방법과 세상이 없던 것을 새롭게 창조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전자의 경우 이미 아름다운 그림을 더 아름답게 그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후자에는 완전히 새로운 화법을 창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동시에 그 안에 논리와 미의 철학을 담아야 한다는 더 큰 어려움이 존재한다. 기존의 정형화된 미의 기준을 탈피하고 언뜻 봐서는 이상하게 보이는 입체파 화법을 창시한 피카소는 후자의 좋은 예다. 세상에 처음으로 선을 보인 당시에는 우스꽝스럽다는 혹평을 받았으나, 해당 화법이 갖는 논리성과 체계성은 후대에게 천재라 추앙 받고 있다.

개선과 창조는 시간 순으로 볼 때 창조가 선행한다. 누군가가 창조를 통해 새로운 것을 제시하면 나머지 대다수는 그것을 더 아름답게 개선해나가는 순서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자신 또한 어쩔 수 없이 ‘개선’에 집중하는 대다수의 연구자 중 한 명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그에 따른 새로운 연구 분야를 창시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연구자의 꿈인 만큼 좀 더 일찍 태어났더라면 어떤 것을 최초로 창조하는 사람일 수 있었을 거라 너스레를 떠는 그다. 이 교수는 현재 닥친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하는 연구를 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창조하겠다는 희망적인 상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떠한 연구에서 노벨티(신규성)을 논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반도체 소자 연구에서는 원리와 재료, 응용이라는 세 가지 부분에서 신규성 여부가 결정됩니다. 제자들에게도 이 세 가지를 생각하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정립된 원리를 완벽하게 이해한 뒤 새로운 원리를 탐색하는 것은 창조에 가까워지는 방법 중 하나라고 그는 믿는다. 이 교수는 개선에 대한 고민과 창조에 대한 갈망이 함께할 때 세상에 없던 발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틈새에 새로운 원리나 창조에 가까운 요소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영국대학에서 유학 및 연구원 시절부터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반도체 소자 연구에 집중해왔다. 연구에 뛰어들 당시, 해당 분야는 원리와 재료관점에서는 이미 포화되어 있었으나 연구자들은 지속적인 도전을 통해 신규성을 찾아가고 있었다고 회상한다. 이러한 노력 끝에 웨어러블 기기 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응용으로서의 틈새를 찾았고, 이는 해당 연구의 신규성을 부여하게 되었다. 이 교수는 자신 역시 새로운 틈새를 찾고자 노력해왔다며, 기존의 동작 상태나 원리와 다른 ‘거의 꺼진 상태’에서 동작시키는 것에 대해 고민한 것이 초저전력 반도체 소자 연구의 시초가 되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고민은 2016년 세계 최고 학술지로 손꼽히는 Science지에 1저자로 게재하는 쾌거로 이어졌다. 해당 연구는 세계적 초저전력 반도체 소자연구의 중요성을 일깨운 시작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공지능을 위한 지능형 반도체 연구

이 교수는 지난 2017년 3월 부산대학교 전자공학과에 부임하였고, 2018년 한국연구재단의 신진연구과제에 선정되어 초저전력 반도체소자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의 전력소모를 기준으로 AA건전지를 10시간 사용할 수 있다면 초저전력 반도체 소자는 100만 배 낮은 전력소모로 1천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이렇듯 높은 에너지효율은 초저전력 반도체 소자연구의 가치가 높이 평가되는 이유다.

지난해부터는 삼성반도체와 초저전력 시냅틱 트랜지스터(Transistor, 신호를 증폭 혹은 온‧오프하는 일종의 스위치)에 관한 산학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시냅틱 트랜지스터는 생물학적 뇌에 있는 뉴런과 뉴런 사이의 신호를 전달하는 매개체인 시냅스를 모사하는 소자인데, 신호를 전달하면서도 전달 횟수(훈련)에 따라 접합의 정도가 달라지는 기억의 기능을 동시에 갖는다.

“기존의 시냅틱 트랜지스터는 입력전압을 출력에서 전류신호로 바꿀 수 있지만, 인간의 시냅스는 입력전압신호를 전압신호 형태로 출력에 나타냅니다. 이에 전압신호를 직접 출력하는 시냅틱 트랜지스터를 연구 중입니다. 생물학적 시냅스에 보다 가까운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인공지능은 기존의 컴퓨터 하드웨어를 조금 변화시켜 생물학적 뇌를 모사한 인공지능 알고리즘, 곧 소프트웨어를 적용한 것이다. 이는 소프트웨어는 인공지능에 적합하지만 하드웨어는 아직 인간의 뇌와 같은 형태를 띠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 교수는 하드웨어까지 뇌와 닮는 것이 꼭 좋은 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수 년전 IBM의 실험은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고양의 뇌를 모사하기 위해 144TB의 메모리 등 엄청난 하드웨어를 동원하여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탑재하여 구현하였으나, 여전히 생물학적 고양이의 뇌보다 거의 100배 느린 처리속도를 보인 것이다. 이 교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가 생물학적 뇌를 모사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반증이라 설명했다.

이성식 교수가 발견한 트랜시터(Trancitor).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이론적으로 4가지의 반도체 소자가 존재해야하지만, 인류는 아직 2가지만 찾았다.이는 이 교수가 세계최초로 작명하고 발표한연구결과 였다.
이성식 교수가 발견한 트랜시터(Trancitor).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이론적으로 4가지의 반도체 소자가 존재해야하지만, 인류는 아직 2가지만 찾았다.이는 이 교수가 세계최초로 작명하고 발표한 연구결과 였다.
이성식 교수는 0에서 1로 가는 새로운 씨앗을 찾는 것이 창조에 해당하고, 1에서 10의 개선을 통해 상품화 단계로 이어져 수 십년의 진화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인 연구의 과정이며,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이러한 씨앗연구를 해야 할 때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이성식 교수는 0에서 1로 가는 새로운 씨앗을 찾는 것이 창조에 해당하고, 1에서 10의 개선을 통해 상품화 단계로 이어져 수 십년의 진화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인 연구의 과정이며,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이러한 씨앗연구를 해야 할 때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창조적 반도체 연구, 세계 최초 ‘트랜시터’ 발견으로 이어져

2018년 5월, MIT Technology Review는 한 연구를 소개했다. 이는 기존의 트랜지스터와 완전히 다르며 수학적으로는 역함수 관계에 있는 새로운 반도체 소자의 개념으로, ‘트랜시터(Trancitor)’라 명명되었다. 이 교수는 세계 최초로 ’트랜시터‘라는 용어를 작명하고, 해당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로 현재까지도 NASA를 비롯한 수많은 단체에서 공동연구 제의를 받고 있는 그다. 이 교수는 해당 연구는 창조를 추구하는 연구자로서의 목소리였다며, 트랜시터와 같은 새로운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의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시작점이라 설명했다.

“우리도 트랜시터와 같은 최초의 반도체 소자를 세계 최초로 제시하여 향후 몇 십 년을 위한 새로운 반도체 산업의 바탕을 만들고, 반도체 역사에 한 획을 그어야 할 것입니다. 저 또한 트랜시터의 개념을 제시했을 뿐 아직까지 실제로 만들지는 못한 상태입니다. 반도체 분야 새로운 산업 개척이라는 역사적 순간에 저 또한 함께하고자 합니다."

1959년 미국 벨 연구소가 발명한 MOSFET(금속산화물반도체 전계효과트랜지스터, 1947년 발명된 BJT(이종접합 양극성 트랜지스터)와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는 트랜지스터 형태)는 현재 나노스케일로 매우 미세하고 아름답게 많은 반도체 기업에서 제조되고 있다. 그러나 최초는 벨 연구소이며, 이는 역사에 기록되어 영원히 기억된다. 트랜지스터가 발명된 후 반세기 동안 반도체 연구가 이어져 왔다. 이 교수는 앞으로의 반세기를 바라보는 장기적 안목에서의 연구가 필요한 때라 말했다.

개선과 창조의 철학과 새로운 연구에 대한 갈망은 이 교수가 계속해서 연구하는 이유다. 진정한 창조란 0에서 1이라는 새로운 씨앗을 만드는 것이며, 1이라는 씨앗은 10이라는 상품화 단계로 이어져 수십 년 간 진화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시대가 움트는 지금, 우리는 씨앗 연구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성식 교수 약력

-2017~현재: 부산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

-2013~2017: 영국 Cambridge 대학교 (포닥)

-2010~2013: 영국 UCL 대학교 (공학박사)

교육 및 학회 활동

- Scientific Reports (Nature), 편집위원

- Electronic Engineering Journal (AIMS), 부편집장

- MDPI Crystals, IEEE J-EDS, and JDT Special Issues, 게스트 편집장

전문연구분야

- 반도체 소자 및 물성

- 저전력 반도체 전자소자

- 박막 재료물성 및 응집물리

- 신경망 지능형 반도체 (Synaptic Transistor)

- 신개념 소자 및 회로 (Trancitor)

수상 및 포상 내역

- BK-21 Plus 우수연구자상 2018

-Best Teacher Award 2018 (부산대 전자공학과)

- 우수강의 교수상 2017 (한국공학교육학회)

- IEEE EDS Fellowship 2011 (IEEE E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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