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위암 환자의 수술 예후를 진단하는 기술
세계 최초 위암 환자의 수술 예후를 진단하는 기술
  • 문채영 기자
  • 승인 2019.12.05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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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노보믹스 창립자·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
정재호 ㈜노보믹스 창립자·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 Ⓒ문채영 기자

‘모두가 일률적인 항암치료를 받아야 할까?’, ‘수술 후 예후를 미리 알 수 없을까?’, ‘예후가 나쁜 환자군이 있다면 어떤 치료법을 선택해야 할까?’ 노보믹스의 연구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서구에서 많이 발생하는 대장암과 유방암 등의 질병은 예후진단을 포함하여 유전자 수준에 따른 진단과 치료를 위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높은 확률로 발병하는 위암은 예후진단과 관련한 연구 진척이 비교적 더딘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상용화 측면에서 개발된 적은 더더욱 없었다. 그러나 이제 위암 수술 후 병의 예후를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 노보믹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위암 예후예측 분자진단 기술을 통해서다. 노보믹스의 창립자, 정재호 교수와 노보믹스의 연구를 들여다보았다.

암 환자의 예후를 예측함으로써 진료의 고도화를 이룰 것

노보믹스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전문의들이 주축이 되어 암환자 치료지침 개선을 위해 2010년 설립한 회사이다. 사훈인 ‘For better life’의 현실화를 목표로 환자의 삶의 질과 치료 효과 향상에 도움을 주는 암 분자진단 전문 바이오기업이다. 특히 위암의 예후를 진단할 수 있는 분자진단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해왔다. 전 세계를 통틀어 한국인에게 가장 발병률이 높은 위암. 현재 진행성 위암에 대한 표준치료는 수술 후 항암제를 처방하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 먼저 2기나 3기 위암 환자의 예후를 예측할 방법이 없다. 누구에게나 항암제로 인한 치료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보통 수술 후 표준치료에 따라 항암제를 처방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중 어떤 환자는 중대한 후유증을 겪거나 사망하기도 한다. 항암제 치료를 받았음에도 암이 재발하는 경우도 있다. 표준치료가 환자에 따라 과잉치료가 되기도 하고 과소치료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표준치료의 명암이 생기는 거죠. 표준치료를 함으로써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다른 의미로 천편일률적인 치료가 되는 거예요. 최근 많이 이야기하는 ‘개인 맞춤형 치료’나 ‘정밀화 치료’와는 동떨어져 있어요. 폐암이나 대장암처럼 서구에서 많이 발생하는 암에 대해서는 유전자 분석을 통한 맞춤 치료가 이뤄지고 있어요. 반면에 국내에서 발생률이 유독 높은 위암은 상대적으로 연구가 많지 않아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위암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세 분의 교수님과 뜻을 함께하게 됐습니다.”

창립자 정재호 교수를 비롯한 노보믹스의 구성원들이 생각한 것은 수술 시점에서 예후 및 항암제 반응성을 판단할 수 있는 진단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기술 개발에 성공한다면 환자에 대한 맞춤형 치료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고. 그렇게 기나긴 연구개발 여정이 시작되었고, 위암 환자의 수술 후 예후를 진단하는 분자진단 기술이 세상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노보믹스의 분자진단 키트는 환자의 예후를 저위험군, 중위험군,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주치의가 치료계획을 세우는 데 주요한 참고자료로 제공될 수 있다. 또한 항암치료에 대한 효과를 미리 알 수 있어 진료의 고도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은 향후 진단 의료 시장의 혁신을 불러일으킬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함께 환자 개인의 치료비용 절감은 물론 암환자들의 경제활동 위축에 따른 사회적인 손실 비용 등도 낮출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받고 있다.

“본 기술에 의해 전달되는 정보는 임상의들이 다른 진단정보, 예를 들어 환자의 TNM 병기, 나이, MSI 정보들과 종합하여 환자의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는 정보입니다. 예후가 나쁘고 표준치료에 대한 효과가 현저하게 낮을 것이라 예상되는 환자에 대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에 조기 배정할 수도 있고, 관찰 주기를 짧게 하는 등의 임상적인 효용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노보믹스는 2010년 3월 창립 후,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연구개발에만 매진해왔다. 환자에게 적용되는 약인 만큼 검증의 검증을 거쳤기 때문. 철저하게 단계별 검증을 하며 연구개발을 해온 만큼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노형석 노보믹스 사장은 “연구가 늦어져 혜택을 보지 못한 환자들에게 죄송하고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상용화를 위한 프로세스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임상을 통해 더 많은 환자가 기술을 만나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1호 혁신의료기술 선정

올해 11월, 노보믹스의 위암 예후예측 분자진단기술이 문재인 정부 1호 혁신의료기술로 선정되었다. 혁신의료기술은 기술, 사회, 의료적 잠재 가치가 높은 경우 선정되며, 선정된 기술은 향후 임상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률이 높은 위암에 대해 저희 기술이 기존기술과 비교해 동등 이상의 예후예측 정확성을 보여 삶의 질을 다소 호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향후 항암치료의 경제적 편익을 증명해볼 잠재적 가치가 있다는 것도 주요한 선정 요건이었어요. 즉 환자를 중심으로 한 기술의 잠재성 부문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노보믹스가 참여해 검증한 ‘위암 2, 3기 환자의 수술 예후와 항암제 적합성을 예측한 연구결과’는 지난해 세계 3대 임상 저널인 ‘란셋 온콜로지(The Lancet Oncology, JCRIF=33.9)’에 게재되기도 했다. 해당 논문은 1기~4기의 병기로 구분하는 위암을 유전자적 측면에서 세분화해 같은 병기라도 개인의 유전자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환자의 수술 예후와 항암제 적합성 진단 기술을 검증했다. 다시 말해 예후가 좋은 군은 항암제로 인한 편익이 없으므로 수술만으로 완치될 가능성이 높음을, 또 다른 환자군은 현재의 표준 치료법 이외의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 논문은 위암 분야에서 순수 국내 기술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된 기술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증명하는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정교한 예후 정보는 2기임에도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가 있고, 3기임에도 예후가 좋은 환자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현재는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던 환자의 암이 재발하면 그때 다른 처방을 치료받아야 하는 상황인데요. 본 기술을 이용하면 수술 후에 위험도가 높은 환자를 선별해 낼 수 있고, 이 환자를 대상으로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노보믹스의 기술이 혁신의료기술로 선정되면서 향후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지정의료기관에서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환자별 맞춤형 치료를 실현하는 것은 물론 제약사의 맞춤형 치료제 개발에도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보믹스는 위암 진단키트의 상용화 이후에는 대장암, 폐암 등으로 분자진단 키트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노보믹스의 최종 목표는 분자진단기술이 전 세계 표준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현재 노보믹스는 위암 발병률이 높은 중국, 베트남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연구 및 상용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18년 4월에는 홍콩, 7월에는 중국 심천에 해외 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베트남 국립암센터, 중국 국립병원과의 MOU 체결 및 대형 병원들과의 협력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환자를 생각하며 고비를 넘을 수 있었어요

새로운 개념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수년간의 연구 활동 과정이 평탄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10년간 연구를 이어오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정재호 교수. 그러나 지름길을 찾지 않고 꿋꿋하게 노보믹스만의 길을 걸어왔다. 꿋꿋한 걸음걸음에는 환자들의 간절함이 있었다.

“당연히 벽에 많이 부딪혔죠. 기존에 있던 기술이 아닌 ‘First-In-Class’ 였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비교적 치료가 쉬운 조기 위암 환자들만 치료할 수도 있죠. 쉬운 길을 갈 수도 있었지만 그런 의사들만 있으면 환자들이 어디에서 희망을 찾겠어요. 환자를 돕고 싶다는 의사로서의 사명과 선한 의도를 가진 교수님들이 모여 시작한 일이에요. 끊임없이 마주치는 위기상황에서 환자를 생각하는 초심을 상기하며 여기까지 온 거죠.”

한편, 정 교수는 연구자로서 최근 바이오산업의 악재에 대해서 안타까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전문역량 강화 및 제도적인 장치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 7월에 발효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안전·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첨단바이오법’)은 환자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며 체계적인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첨단바이오법은 재생의료 분야의 임상연구에서 첨단바이오의약품 제품화에 이르는 전주기 안전관리 및 지원체계를 별도로 마련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안이다.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활성화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신속처리 지원을 통하여 환자의 치료 기회를 확대하고, 장기추적조사실시 등을 통하여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미국에서는 암처럼 치명적이고 치료제가 많이 없는 질병군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확보한 상태에서 가능하면 많은 환자에게 신약을 경험할 기회를 주고 있어요. 중요한 건 그 허가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거예요. FDA가 지속적인 조사를 하기 때문에 모니터링 과정에서 자격에 맞지 않으면 바로 퇴출시키기도 하고요. 우리나라는 반대로 허가가 힘든 반면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었어요. 이번 첨단바이오법을 통해 규제를 완화하는 건 좋지만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들을 선제적으로 막아야 해요. 사고가 터진 다음에 탓을 할 게 아니라 인력 충원과 제도적인 장치 마련을 통해 사전에 현장을 방문하는 등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는 거죠.”

오로지 환자들만을 생각하며 오랜 기간의 연구 활동을 펼쳐온 정재호 교수는 지금도 의료 현장에서 직접 환자들을 마주하며 의료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내는 물론, 세계로 뻗어갈 그의 연구 성과와 노보믹스의 행보가 인류의 보건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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