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을 넘어 전국 아우르는 시각장애교육 발전 이끌 것
전북을 넘어 전국 아우르는 시각장애교육 발전 이끌 것
  • 김윤혜 기자
  • 승인 2019.11.1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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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맹아학교 정문수 교장

전라북도 익산에 위치한 전북맹아학교는 얼마 전 졸업생들에게 3D 촉각 졸업앨범을 선물했다. 2010년 이후로 졸업앨범을 제작하지 않았던 이유는 볼 수 없는 아이들에게 사진을 모은 앨범은 주는 것에 대한 아이러니함이었다. 이에 이번 졸업앨범은 오랜 시간 고민 끝에 이룬 의미 있는 성과이자 정문수 교장과 교직원들의 노력의 결과였다. 누구보다 강한 교육 열정으로 시각장애교육의 발전을 이끌고 있는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전북맹아학교 정문수 교장
전북맹아학교 정문수 교장

 

시각장애교육 현장에 필요한 교육 전개되어야
정문수 교장은 사진으로만 채워진 졸업앨범은 정작 졸업생들이 나중에 펼쳐보기에 상처를 더해주는 매개물일 뿐인 것만 같았다. 보급형 3D프린터가 나오기 시작한 2014년 무렵 기기를 구입하고 다루는 방법에 관심을 갖던 중 2017년 미국 조지아맹학교와의 협약 체결로 머서대학교 스쿨엔지니어링팀과 인연이 닿아 이번 앨범 제작성과를 이뤘다. 정 교장은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당연한 것을 누리지 못했던 아이들이 행복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인터뷰를 위해 학교를 찾은 날은 며칠간 태풍으로 비소식이 잦던 중 구름이 걷힌 날이었다. 햇볕이 내리쬐던 오후 들어선 교정은 그야말로 푸르른 자연 속에 있었다. 전북맹아학교는 1962년 공식 개교이전 1951년부터 시각장애교육을 시작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시각장애학교로 현재 전라북도를 넘어 국내 시각장애교육 발전을 이끌고 있는 곳이다. 국내 12개 시작장애교육기관 중 유일하게 확대핵심교육과정(ECC, Expanded Core Curriculum)을 운영 중이다. ECC는 보조공학, 점자, 일상생활기술, 보행기술, 감각효율기술 등 총 9개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학교에서는 실제로 주 2시간씩 전교생을 분반하여 수업을 진행한다. 이는 일반교육과정을 잘 수행하기 위해 시각장애를 극복하는데 필요한 전반적인 교육범위를 포함하고 있다. 그는 “눈이 불편한 아이들의 시력을 제외한 다른 능력을 평균으로 잡고 단지 방법만을 달리한 시각장애 교육이 행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학교에서 일반학생들과 시각장애학생이 ‘등고선’을 배운다고 하면, 과연 동등한 선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기 때문에 교육 전후로 교육내용을 따라갈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합니다”라며 “전북맹아학교에서는 최초로 ECC를 운영 중이며 최대한 많이 전파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모든 시간표와 세팅 자체를 바꿔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꼭 필요한 과정임이 분명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전북맹아학교는 음악과 미술을 통한 탁월한 교육으로 주목받고 있다. 소리의 고장인 전북의 지역색을 살려 2008년 구성된 취타대 팀은 시각장애팀으로 매년 전주세계소리축제 무대에 올라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대취타를 연주하는 취타대는 임금의 행차나 군대의 행진에 쓰이는 군악대 성격의 연주단으로 본래 이동하며 연주를 하지만, 전북맹아학교 학생들은 제자리에서 연주하는 것만 다를 뿐 그 기상은 웅장하다. 
  정 교장은 교육자로서 학생들이 지닌 능력을 발현해주고 싶다. 다양한 도전기회와 경험을 학교차원에서 제공하고자 발로 뛰고 있다. ㈔동의난달 운숙미술회와 인연이 되어 올해 6회째 진행하고 있는 미술전 역시 학생들의 자존감과 성장을 돕는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각장애 학생들이 가진 고유한 인식 넘어 의식의 세계를 표현하게 하고 이것을 일반인들과 공유하며 시각장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창구로서 미술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한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열린 ‘도마뱀이 된 코끼리’ 전시는 매년 천여 명의 방문객을 동원하며 성황리에 이어지고 있다. 코끼리를 빚어 만든 아이의 작품이 우리에게는 도마뱀으로 보일 수도 있다. 아이들이 만든 작품을 본 관람객들의 소감은 책으로 엮여 다시 아이들에게 전해진다. 해당 활동은 ㈔우리들의 눈과 ‘코끼리 만지기 프로젝트’로 이어져 작년 여름 아이들은 태국으로 가 직접 코끼리를 만져보기도 했다.
  외부기관을 통한 3년간의 자금 유치와 전북대학교 조경학과의 자문을 받아 조성한 어울누리뜰은 전북맹아학교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여러 가지 감각을 자극할 수 있는 정원에 목을 축이러 연못을 찾는 동물들, 향기로운 식물, 열매가 가득 열리는 유실수 등 천혜의 생태공간을 학교 안에 들여온 것은 정 교장의 아이디어였다. 자연과 생물에 대한 정보를 오로지 교실 안에서 말과 글로 전달하는 것에 한계를 절실히 느낀 그는 학교의 버려진 밭을 탈바꿈했다. 매년 5월, 심어놓은 작물을 재배할 시점이 되면 이 공간에서 1박 2일간의 캠핑이 펼쳐진다. 모닥불을 피우고 텐트를 치고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고기를 구워먹고 별을 보며 진로 고민을 나눈다. 아침에는 금강 변에 나가 함께 텐덤자전거(2인)를 탄다. 선생님이 설명해주는 풍경을 뒷자리에서 들으며 함께 달리는 순간에 아이들은, 그동안 책으로만 접하던 귓볼을 스치는 바람을 몸소 경험한다. 이는 앞으로 책을 읽을 때마다 되새기게 될 소중한 기억일터다. 
 
변함없는 열정으로 교육에 헌신, 시각장애교육 꼼꼼한 사회망 구축 필요
“열정이 식는 순간은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압니다. 교단에 설 기회를 꿈꾸던 그때만큼의 열정이 아니라면 바로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저 역시 그랬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제자가 나를 만나서 ‘다행이다, 괜찮다’라고 생각할만한 교사인지 스스로 검증할 필요를 느꼈고 매 순간 제 마음을 다잡고 확인했습니다. 이후 특수교육으로 도전하게 되면서도 이 생각은 굳게 잡혀있습니다. 지금 함께하는 선생님들에게도 목마른 열정으로 현장에 오고자하는 이들보다 더 열정적인 에너지로 교육에 임해야 함은 매일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전북맹아학교 정문수 교장은 교육자로서 명확한 소신을 지니고 있다. 교육철학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주저 없이 이렇게 답했다. 실제로 정 교장이 과거 10년간의 일반학교 교직생활을 마무리한 것은 타성에 젖은 것 같은 자신을 교사수업경선 우승을 통해 검증을 마친 직후였다. 그는 몇 년 전 뉴욕에서 미국시각장애인회장을 만난 기억을 회상했다. 걸어오는 그의 모습은 장애인임을 잠시 잊을 정도의 우아함이었다고 전한 정 교장은 우리 아이들도 이렇게 가르치겠다고 다짐했다. 시각장애를 가진 이들의 고유의 자세나 습관과 행동을 바로잡는 것부터 다양한 교육 기회제공까지 그는 힘쓰고 있다.
  정 교장은 열정과 소신을 갖춘 리더이자 현장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는 교육자로서 의료계와 교육계의 긴밀한 연결을 당부하는 의견을 보탰다. 장애인을 조기 발굴하여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조항을 설명한 그는, 그 조기발굴의 시스템이 미비한 현재의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일반 학교에서 공부하기에 힘든 정도의 시력으로 병원이나 안경원을 찾게 되면 치료나 처치뿐만 아니라, 교육적 지원이 가능한 기관으로 연계되는 시스템이 갖춰질 때 교육안전망이 선진국 수준으로 구축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행복한 미래를 그려나가기 위해 앞장서 필요한 교육을 행할 그에게서 진정한 교육자로서의 모습을 보았다. 앞으로도 그와 전북맹아학교의 교육성과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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