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 일상이 문화로, 예술이 일상이 되는 경기도
강헌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 일상이 문화로, 예술이 일상이 되는 경기도
  • 박성래 기자
  • 승인 2019.09.18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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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특집
강헌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인터뷰 Ⓒ문채영 기자
강헌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인터뷰 Ⓒ문채영 기자

문화로 행복한 삶’. 경기문화재단이 경기도민들과 함께 한지도 어느덧 22년이 흘렀다. 작년 12, 재단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강헌 대표이사는 어제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문화정책을 개발하고, 문화예술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도민들이 더더욱 문화와 가까워지게 하고 싶다는 그다. 경기문화재단의 수장으로서 문화의 발전에 기여하고, 더 보람찬 사례들을 만날 것이라 다짐하는 그에게서 진심이 엿보인다.

 

경기도민들에게 대표이사님에 대한 소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강헌입니다. 저는 학부에서는 국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은 음악대학원을 졸업하고 지난 30년간 독립영화 제작자, 시나리오 작가, 음악평론가, 공연제작자 같은 다양한 문화 관련 일을 해왔습니다. 좋게 말하자면 전방위적으로 문화의 최전선에 있었다고 할 수도 있고, 다른 방식으로 말하자면 문화판의 유목민으로 산 사람입니다. 내세울만한 업적은 크게 없습니다만, 굳이 꼽아 본다면, 독립영화 제작 활동을 하면서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소송에서 승소함으로써 사실상 검열기관이던 공연윤리심의위원회를 영원히 철폐시킨 것이 이 땅의 문화에 조금 기여한 일로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문화적 비평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한국 대중음악이 비평적 지위를 얻게 하는 데 약간의 기여를 했다고 자평하고 싶습니다.

저는 여전히 문화야말로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에 가장 중요한 국가적 화두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산업화에 국가적 운명을 걸었던 시기도 있었고, 민주화에 시민적 열정을 불태웠던 적도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대한민국에서 시민으로 산다는 것은 산업화의 역군이거나 민주화의 주역이라는 두 개의 정치·경제적 화두를 획득하면서 지난 현대사를 관통해왔습니다. 저는 이런 산업시민과 민주시민, 그 다음에 오는 가장 궁극적인 우리 사회의 모델은 문화시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단순히 세계인들을 감동시키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국가가 아니라, 우리 시민 모두가 문화적 감수성이 고양된 나라가 되는 것이 국가적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1228일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임명되신 이후 일 해오셨는데, 지난 소감이 궁금합니다.

58살이 된 지금,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가 된 것이 저의 첫 번째 직장인으로서의 직함입니다. 더군다나 단 한 번도 조직 속에서 일해 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사실상 공무직인 이 자리가 대단히 부담스럽습니다. 모든 신임 CEO들이 통과해야 하는 터널을 저 역시 똑같이 겪었습니다. 조직을 이해하고, 조직의 사업들을 파악하고, 앞으로의 비전과 전망을 설정하고, 이에 대한 사업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일을 하다 보니 8개월이 순식간에 흘러갔습니다. 익히 아시다시피 경기문화재단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먼저 만들어진 광역문화재단이며, 20년이 넘는 빛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조직입니다. 규모면에서도 가장 큰 문화조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경기문화재단이 재단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 더 나아가서 대한민국 예술가들이 가지고 있는 기대, 더 나아가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이 꿈꾸는 이상에 부응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적인 단계에 놓여있으며 끝없이 새로 시작해야하는 운명 속에 서있습니다. 더군다나 시시각각 빛의 속도로 진화하는 문화의 속성상 공공적 성격이 강한 경기문화재단이 해내야 할 과제 또한 빛의 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문화는 더 이상 소수의 예술가들이나 경제적, 지성적 여유가 있는 자들의 여가적 전유물이 아니며, 헌법이 보장하는 바에 따라 모든 국가의 구성원들이 누려야 하는 행복추구권과 자유의 대상입니다. 이전 시기의 문화재단이 창조적인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공적인 과제였다면, 지금은 세대를 넘어서, 모든 미취학 아동부터 은퇴세대까지 문화적 역량을 강화하고 그들이 독자적인 문화주체로서의 문화적 사고와 활동을 하는 것에 도움을 주는 것이 문화재단이 앞으로 해결해 가야 할 가장 중요한 화두입니다.

 

경기문화재단 역점 사업과 현안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공교육으로부터 버림받은 예술교육의 확대와 심화가 첫 번째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와 예술은 특정한 기득권 계층이 아니면 접해보기 힘든 머나먼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화적으로 소외된 많은 시민들로 하여금 그들이 가진 문화적 잠재력을 구현할 수 있는 생활문화와 예술교육 및 사회적 교육시스템을 거점화, 공간화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의 욕구에 부응하고자 합니다.

두 번째 현안은 경기도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정체성을 대표할 수 있는 문화 예술 브랜드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경기도는 어찌 보면 서울이라는 수도의 주변이며, 먼 지역에서 보자면 수도권이라는 이름으로 중심에 속해있습니다. 이러한 모순이 경기도의 문화적 정체성을 명확하게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갖게 합니다. 영원한 중심의 2인자 숙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도는 더욱 더 문화적 정체성을 구현할 수 있는 문화적인 브랜드가 필요합니다. 저는 그것을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자 세계사에서도 손꼽는 비극의 상징물인 DMZ에서 찾고자 합니다. 한때는 살육과 죽음, 모든 파괴의 비극적 상징이었던 DMZ를 이제는 평화와 공존, 새로운 예술적 재창조의 공간으로, 나아가서는 진정한 의미의 분단국가의 이질성을 극복하려는 가장 아름다운 문화적 생태의 공간으로, 단순히 남북한 국민이 아닌 전 세계 시민들의 문화적 공간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제는 총과 탱크, 대포와 지뢰가 아닌 다양한 문화로 DMZ를 채워야 합니다. 그러할 때 경기도는 그동안 분단의 그늘 속에서 침묵하고 침해받아야 했던 수많은 상처들을 문화와 예술로 보상받고 문화와 예술을 통해서 당당히 자신의 정체성을 주장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지난 활동성과에 대해 알 수 있을까요?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로 부임하면서 두 개의 슬로건을 직원들에게 제시했습니다. 하나는 천도, 또 하나는 북진입니다. 천도는 수원의 중심지에 훌륭한 건물과 건물 속 사무실에 갇혀있는 문화재단의 관료적 분위기를 쇄신하고 매일매일 새롭고 젊은 생동감으로 넘치는 경기상상캠퍼스로 경기문화재단 본부를 이전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북진은 수원이라는, 경기도에서 상대적으로 부유하고 문화적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곳에서 상대적으로 문화적으로 소외되어온 북부 쪽으로 우리 사업의 범위를 확장시킴으로서 경기 남북 간의 문화적 격차를 최대한 해소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5명 정도 인원만 파견되었던 북부사업단을 폐지하고, 30여명의 직원을 배치한 지역문화교육본부를 의정부 지역에 새롭게 개설했습니다. 단순히 하나의 사업본부가 더 늘어난 게 아니라, 경기북부를 경기문화재단의 전략적 사업 근거지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지역문화교육본부를 거점삼아 남북평화예술센터와 같은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새로운 문화적 복합시설의 계획을 통해 전 세계의 모든 문화시민들과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중에 있습니다.

 

2019 코리안디아스포라 국제학술대회 [사진=경기문화재단]
2019 코리안디아스포라 국제학술대회 [사진=경기문화재단]

대중음악 및 대중문화예술계에서 몸을 담아오셨는데, 대표이사님께서 문화예술계에 들어서신 계기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그 다음 해에 대학을 진학한 전형적인 386세대입니다. 저의 청춘에 있어서 정치와 혁명은 피할 수 없는 화두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고등학교를 다니던 10대 시절부터 구체적인 장래희망을 갖지 못한 소년이었습니다. 굳이 한 가지 소망이 있었다면 월급을 받는 삶은 살기 싫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세대와 개인적인 삶의 환경이 전혀 문화적이거나 예술적이지 않았지만, 규칙적인 9시 출근, 6시 퇴근의 생활을 거부한다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문화와 예술과 관련된 삶 외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런 문화적 재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거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학의 전공 및 전공 이후의 행보가 향한 곳도 이른바 문화판이 되고 말았습니다. 문학, 출판, 음악, 영화, 공연 이런 다양한 영역들을 넘나들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하나의 장르에 대한 충성심을 어릴 때부터 갖지 못했다는 것의 증명이고, 특별한 재능이 없었기 때문에 닥치는 대로 이판, 저판을 돌아다니게 된 것 같습니다. 바로 이런 재능 없음으로 인해서 불행 중 다행으로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었고, 그것이 지금 경기문화재단에서의 일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대표님께 문화란 무엇입니까?

영국의 비평가 레이먼드 윌리엄즈는 문화란 옥스퍼드 영어사전 안에 들어있는 모든 단어들 중에서 가장 정의하기 어려운 단어라고 했습니다. 문화란 인간이 사고하고 행동하며 향유하는 그 모든 총체적 질서입니다. 모든 것이 문화이고 모든 것이 문화가 아닌 것이 없습니다. 문화는 특정한 장르예술이나 여가 시간을 활용하는 잉여적인 행위가 아니라 인간의 모든 사유와 판단, 그리고 의도가 행위에 개입하는 거대한 지적, 감성적 체계를 말합니다. 문화 교육, 문화적 경험, 문화적 실천이 중요한 이유는 4차 산업 혁명기에 한 개의 능력만을 가진 기술자가 살아남는 시대가 끝나고, 복합적이고 동시적인 사고와 감각을 가진 인간을 요구하는 시대가 눈앞에 와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은 적어도 인류가 만들어내는 모든 문화적 역량 속에서만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문화는 이제부터 생존의 다른 이름이 될 것입니다.

 

대표님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가장 시급한 앞으로의 계획은 경기문화재단이 다시 어제의 명예를 되찾게 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경기도가 대한민국 문화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다시 작년처럼 백수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경기도민에게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다면 전달 부탁드립니다.

하루하루 사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는 요즘입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문화는 관념적인 사치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에 머무시는 한 여러분의 불행은 계속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문화를 가지기 위해 투쟁하십시오. 문화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투쟁을 통해 획득하는 것이며, 학습과 노력을 통해 승화되는 것입니다. 그러할 때 우리는 약탈로 인해 혼란스러운 이 세상에서 자신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타자의 다름에 대해 관용적이며, 공공의 가치를 더욱 고양시킬 수 있는 세계를 만들게 될 것입니다.

 

강헌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문채영 기자
강헌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문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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