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성수연 -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배우 성수연 -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 박성래 기자
  • 승인 2019.06.28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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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배우 성수연
연극배우 성수연
연극배우 성수연

지난 5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에서 열린 제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연극부문 젊은연극상은 성수연에게 돌아갔다. 2001년 폐지된 지 18년 만에 부활한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에서 젊은연극상을 받아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주최 측이 각별한 의미를 담아 부활시킨 만큼 모든 후보가 쟁쟁했다. 차분하게 수상소감을 말하던 성 배우의 목소리 떨리기 시작했다. 이내 눈물을 글썽였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연극인들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알 수 있는 연극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공감이었을 것이다,

 

연극 비포 애프터 공연사진 / 맨 앞이 성수연. 각자가 가진 비포와 애프터의 시간이 우리 사회의 거대한 축이 되어버린 ‘사건’과 맞물려 있는 모습을 구성한 작품으로, 2015년 두산아트센터를 통해 소개되었다. 성수연이 속한 극단 Creative VaQi 이경성 대표의 연출작이다. (사진제공=두산아트센터)
'연극 비포 애프터 공연사진' 맨 앞이 성수연. 각자가 가진 비포와 애프터의 시간이 우리 사회의 거대한 축이 되어버린 ‘사건’과 맞물려 있는 모습을 구성한 작품으로, 2015년 두산아트센터를 통해 소개되었다. 성수연이 속한 극단 Creative VaQi 이경성 대표의 연출작이다. (사진제공=두산아트센터)

수상소감에 대해 큰 상을 수상해서 부담도 크지만, 정말 앞으로 더 잘하고 열심히 하라고 주신 거 같다는 겸손함을 보여주는 한편 연기는 혼자 할 수 없다. 많은 배우와 잘 호흡해서 대사, 캐릭터를 함께 만들어 가야 내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훌륭한 배우들이 있었기에 제가 큰 영감을 받고 좀 더 나은 연기를 보여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동료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동시에 작품과 함께 기억되는 배우가 가장 좋은 것 같다. 내 이름 보다 내가 맡은 캐릭터 이름으로 기억해 주실 때 더 좋다는 말에서 그의 연기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연극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연극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이유는 없는 거 같아요. 연극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그냥 연극이 너무 좋아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연극을 해서 유명한 스타가 될 거야’, ‘돈을 많이 벌어야지이런 게 아니라 말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연극의 매력에 빠졌던 거죠. 주위에서 연극판이 힘들다는 얘기는 많이 해줬지만 실질적으로 제가 겪어보지 못해서 막연하게 힘들 거 같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부모님께서도 이런 힘든 삶이 걱정이 되셔서 반대하셨어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당시, 연극을 하게 되면 힘들 거라는 생각보다는 연극을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기에 가능했던 거 같아요. 지금은 부모님께서 제 공연을 빠짐없이 관람하러 오시며 저의 팬이자 조언자가 돼주고 계세요. 대본에 나온 인물이 되기 위해 연구하고 분석하고, 연습하고 다른 배우들과 함께 고민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무대에 올랐을 때 관객들과 소통하면서 느껴지는 에너지 등 이 모든 것들이 재미있고 행복해요. 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면 아마 배우를 그만뒀을지도 몰라요. 무대에 서고, 관객들과 호흡할 때 제일 행복해요. 그게 힘들어도 계속 버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거 같아요. 이제 저에게 있어서 연극은 일이라는 느낌보다는 내가 살아가는 내 삶의 형태라고 말할 수 있어요.”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었다고 들었습니다. 연극을 하는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나요?

. 맞아요. 많은 영향을 미쳤어요. 책을 읽으면 거기에는 나의 현실과 다른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잖아요. 책을 읽고, 제 나름대로 해석해서, 다른 사람들한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좋았어요. 하지만 책을 읽을 때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어요. 책은 제가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닌, 누군가가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그 뒤의 이야기가 궁금한데도 누군가가 들려줘야 만이 들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을이 되는 기분이 들기도 했죠. 그때 이런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내가 가진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을요. 제가 책을 통해 지금 현실의 내가 아닌, 다른 세계를 접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많은 영향을 미쳤듯이 제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단 한 사람, 한 순간이라도 영향을 미친다면 이 또한 값진 일이라고 생각했죠.”

 

극단 크리에이티브 바키(Creative VaQi)’의 창립 멤버이신데요, 바키의 운영 방식이 독특하게 다가옵니다.

아마도 바키의 공동토론과 공동창작에 대해 말씀하시는 거 같아요. 이경성 연출가님하고는 대학교 선후배 사이인데요, 대학생활 당시 이 연출가님은 대본 위주의 연극이 아닌 리서치와 토론으로 연극을 만들었는데 그게 너무나도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창단공연 준비를 같이하자고 제의가 들어왔을 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라고 대답했어요. 창단 공연을 같이 하고 그 후에도 모든 작업을 함께 했어요. 바키는 이경성 연출가가 이런 거 같이 해보면 어떨까라는 제안을 하면 이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토론하죠. 배우나 다른 창작자들이 또 다른 제안을 하기도 합니다. 그동안 공부해 온 화두를 배우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화한 것들에 대해 발표물을 만들어 내고 공연의 방향성에 맞게 조합하죠. 이러한 작업을 거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같이 하고 있는 배우들이 훌륭하다는 거예요. 평소에는 관심이 없는 분야였다가도 그 작업을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본인만의 색깔로 표현까지 하니까요. 그리고 작품이 무대에 올리기까지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서로 잘 이해하고 화합하면서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들 노력하고 있어요. 바키의 작업은 텍스트 자체를 배우들이 만들어 내야 하니깐 누가 어떻게 해석하고 잘 정리하고 담아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색깔을 내기도 하죠.

그래서 배우들이 서로가 서로한테 많이 배우는 돼요. 물론 힘들 때도 많아요. 대본에 맞게 집중해서 연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역할에만 충실한 연기만 하라고 했다면 저는 오랫동안 연기를 하지 못했을 거 같아요. 그 역할안에 내가 빠진 느낌이라고 할까요? 무대 위의 삶과 무대 밖의 삶이 전혀 다른 삶이였다면 고민이 빠졌을 거 같아요. 작업을 통해 나를 찾고 나에 대해 말하고, 내가 바라 본 무엇을 통해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 내고. 이러한 바키의 운영방식과 저의 스타일과 맞은 거죠.”

 

연기와 창작, 두가지를 병행하고 있는데요, 창작자로서의 성수연은 어떤 모습인가요?

연기와 창작 어느 하나를 꼽을 수 없어요. 둘 다 너무 좋은거 같아요. 하지만 두 가지를 병행하려면 전환이 빨라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텍스트를 받아서 연기하게 되면 거리를 좁혀야 하고, 창작자는 내가 쓴 글을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하는 차이가 있는 거 같아요. 저는 마냥 듣기 좋고 보기 편한 작품을 만드는 창작자는 아닌 거 같아요. 상실로 얼룩진 가정, 부조리 위에 위태롭게 건설된 사회, 그 안에서 소리 없이 일그러져 각축하고 아우성치는 인간들의 모습. 그러나 동시에 따스한 온기가, 또한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를 담으려고 하고 있어요.”

 

장애와 비장애가 공존하는 문화예술의 미래 포럼 같이 잇는 가치가 동대문 DDP 크레아에서 531, 61일 이틀에 걸쳐 개최되었다.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장애와 비장애의 영역이 인위적으로 분리되어 있었으며, 문화예술의 많은 부분이 비장애인에 맞춰져 있었음을 인정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한 인간으로서 공존하는 문화예술의 미래를 모색해보자는 취지에서 개최된 포럼이었다.

 

연극 러브스토리 공연사진. DMZ(비무장지대) 너머의 개성공단을 배경으로 한 연극으로 개성공단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그 공간이 어떻게 인간적 관계를 만들어 내고 감정을 발생시켰는지 살펴보는 모습을 연출한 작품이다. 역시 이경성 대표의 연출작. (사진제공=두산아트센터)
연극 러브스토리 공연사진. DMZ(비무장지대) 너머의 개성공단을 배경으로 한 연극으로 개성공단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그 공간이 어떻게 인간적 관계를 만들어 내고 감정을 발생시켰는지 살펴보는 모습을 연출한 작품이다. 역시 이경성 대표의 연출작. (사진제공=두산아트센터)

같이 잇는 가치포럼에 참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의 예술 활동에 대한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거 같습니다.

이 포럼이 꼭 다시 열리길 바랍니다. 아니, 사실은 열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런 논의가 필요하지 않은 때가 빨리 오기를 바라고 있어요. 살면서 장애인을 접할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었어요. 어느 날 장애인 창작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특별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만남 뒤에 드는 생각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거 자체가 이상하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때 부터였던 거 같아요. 장애인의 공연예술 접근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요. 수많은 극장에서 수많은 공연을 하지만 장애인이 원하는 공연을 원하는 시간에 보기란 극히 힘든 일이예요. 예전보다 장애인이 관객으로 볼 수 있는 공연장이 많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합니다. 또 한가지 문제는, 창작자로 접근 할 수 있는 공연장은 거의 없어요. 매표소와 공연장, 공연장 내에 어느 곳이든 휠체어로 접근이 가능하며, 시청각장애인이 제약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 나아가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이 실제로 공연을 만들

고 무대에 설 수 있는 공간, 이러한 공연장이 많이 생기길 바라고 있어요.”

 

연극을 하면서 본인도 힘든 시간을 겪었을 텐데요, 후배들한테 연극 권유하고 싶은가요?

저도 그랬듯이 하고 싶으면 해야지 어쩌겠어요.(웃음) 하지만 후배들을 보면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무엇보다 안전감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게 가장 힘든 거 같아요. 경력이 많이 쌓였다고 해서 다른 작품을 보장해 주지 않거든요. 연극을 처음 시작할 때는 몰랐는데요, 제가 30대 후반에 접어드니깐 안정감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안정감이 스스로를 존엄하게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거 같아요. 안정감 없이도 스스로 존엄함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 제가 경험한 것들을 통해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 제시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의 경우, 경력이 쌓이면 그 사람의 커리어가 쌓이는 거지만, 대부분의 배우들은 누군가가 써주지 않으면 연기를 하지 못하잖아요. 특히 배우는 자신이 가진 이미지를 소모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여러 작품을 통해 많은 것을 보여 준 배우들은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찬사를 받지만, 한편으로는 그 사람이 다음에는 또 어떤 걸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앞서기도 해요. 이런 속성을 가진 배우라는 직업을 어떻게 안정감을 느끼게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보고, 후배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어요. 또한 여성 배우의 경우 아이를 낳고, 아이가 성장하는 기간만큼 경력 단절의 시간도 생깁니다.여성 배우가 나와 아이 그리고 무대도 지킬 수 있기란 그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주변의 시선입니다. 결혼하고 애를 낳으면 계속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주변의 편견과 걱정이죠. 저 또한 미래를 그려봤을 때 경력단절에 대한 걱정이 앞서요. 현재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이긴 하지만요. 이러한 고민 또한 제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아직은 해답을 찾진 못했지만, 여성 배우로서의 안정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노력해 후배들, 특히 여성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82년생 김지영오디오북 녹음을 했는데, 이에 대한 것과 앞으로의 활동이 궁금합니다.

너무 좋아하는 작품을 녹음을 하게 돼서 영광스러웠어요,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너무 재미있었어요. 읽는 이의 감정이 많이 들어가면 실제 책을 읽는 것과 달라질 거 같아서 최대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차분하게 읽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야만이 듣는 사람이 더욱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잖아요. 오디오북은 또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서 매력적인 거 같아요. 오디오북뿐만 아니라 영화, 방송 등 여러 방면으로 또 다른 저를 보여주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현재는 626일부터 77일까지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 센터에서 묵적지수라는 작품 연습에 매진하고 있어요. 이 작품은 전쟁 서사를 담고 있지만 몇몇 영웅을 부각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각 등장인물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어요. 특히 이번 공연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휠체어 리프트 이용이 필요 없는 무대장치 반 입구를 모든 관객의 객석 출입구로 사용하고 있어요. 그리고 장애인 공연예술접근성에 대한 발표도 준비하고 있어요. 이외에도 여러 작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더욱 많은 작품으로 관객들 앞에 서도록 노력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관객 분들도 따뜻한 응원 부탁드려요.

 

마지막으로 꿈에 대해 말해주세요.

내가 살고 있는 사회와 긴밀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작품을 하면서 눈 감는 날까지 연기, 창작 을 하는 거죠. 지금 20대 하고는 경험했던 것도 다르고 속도도 다른 거 같아요. 후배들과 연기할 때 그 속도가 떨어지지 않게 그 템포를 잘 받아들이고 연기하고, 어쩌면 후배들이 경험하지 못한 저의 템포 또한 같이 공유하면서 함께 연기하고 싶어요. 선배들께는 누가되지 않는 연기를 통해 함께 호흡하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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